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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페인 야간비행
정혜윤 여행산문집

“빛으로 휩싸인 채 어둠 속을 여행했다” 마드리드, 그라나다, 리스본, 보홀 그리고 그곳의 책들…
독서여행자 정혜윤의 무중력 여행기


 

 

 

 

 

 

    - 정혜윤 지음
- 130*210
- 304쪽
- 13,800원
- 2015년 7월 31일
- 979-11-86561-08-9 (0381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빛과 어둠의 ‘사이 여행’, 시공을 초월한 무중력 독서여행을 떠나다!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침대와 책』 등의 저자인 정혜윤 작가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필리핀을 여행하며 꿈꾼 ‘또다른’ 세계를 만나다!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우리 시대의 탁월한 북 칼럼니스트, 감각 있는 에세이스트인 정혜윤 작가의 여행산문집. 여행과 여행 사진,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정혜윤 작가는 단 한 장의 여행 사진 없이, 스페인 여러 도시과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필리핀 보홀의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철저하게 활자만으로 빚어낸 이 여행기는 마치 형체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전파처럼 시공을 유영한다. 그 틈에서 독자는 일종의 무중력을 경험한다. 수많은 ‘독서 경험’, 소중한 가르침을 안겨준 ‘책’을 통해 시작된 『스페인 야간비행』의 여행은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여행지의 정경과 분위기를 환기한다. 구절들을 단순 발췌-인용하여 단순히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간문 형식의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왜 그때 그곳에 그 책을?’이라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빛과 어둠의 사이,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또다른 감각의 차원에서, 작가는 자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출판사 서평


시간과 공간 사이를 유영하다

- 김민채 / 『어느 날 문득, 오키나와』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지은이, 편집자

2006년 1월 지구를 떠난 뉴호라이즌 호가 48억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아 2015년 7월 태양계 가장 끝자리에 도달했다. 뉴호라이즌 호가 지구로 보낸 선물은, 명왕성에 근접하며 촬영한 사진이었다. 우리는 살며 가보지 못할 그곳의 풍경을 사진 한 장으로나마 ‘보게’ 되었고, 그것이 거기에 있음을 ‘믿게’ 되었고, 짐짓 ‘아는 체’할 수 있게 되었다. 때로 사진은 이렇게 무엇인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상상에 마침표를 찍는다.

태양계 끝 왜소행성마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어느 여름날, 정혜윤 작가의 여행산문집 한 권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없다.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요즘 ‘여행산문집’이라면 당연히 기대해볼 법한 여행 사진이, 이 책에는 한 장도 없다. 빈티지한 색감으로 한껏 보정된 예쁜 사진들,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터를 향해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른 사진들, 지나갔던 순간까지 되돌려 포즈를 취하고 찍어낸 연출된 사진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던가? 그런데 사진 한 장 없는 여행산문집이라니, 『스페인 야간비행』은 도대체 어떻게 독자를 스페인까지 데려다놓는다는 것일까?

여행과 여행 사진,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는 사이, 정혜윤 작가의 활자는 단박에 나를 작가가 걸었던 여정 속으로 데리고 갔다. 작가는 단 한 장의 여행 사진 없이,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철저하게 ‘활자’만으로 빚어진 이 여행기는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필리핀을 넘나든다. 스페인 마드리드, 필리핀 보홀, 스페인 그라나다,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라만차……. 여행했던 국가도 도시도 시간도 제각각으로 오가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가 닿지 못한 그곳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갈망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활자로 빚어진 이 여행기는 마치 형체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전파처럼 이 땅과 저 땅, 이 시간과 저 시간 사이를 유영한다. 이야기는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그 틈에서 독자는 일종의 무중력을 경험한다.

『스페인 야간비행』의 여행은 수많은 ‘독서 경험’, 소중한 가르침을 안겨준 ‘책’을 통해 시작된다. 책을 매개로 한 이 여행은 단순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과 인식으로 작용한다. 페르난두 페소아 『페소아와 페소아들』, 안토니오 타부키 『레퀴엠』, 주제 사라마구 『리스본 쟁탈전』은 리스본을,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돈키호테』는 라만차를, 후안 라몬 히메네스 『플라테로와 나』는 안달루시아를……. 다양한 텍스트가 여행지의 정경과 분위기를 환기한다. 구절들을 단순 발췌-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간문 형식의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독자는 ‘왜 그때 그곳에 그 책을?’이라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결국 독자는 독서 경험으로 인해 갈망하게 된 ‘작가의 그곳’을 상상하고, 구절을 따라 읽으며 마침내 ‘저마다의 그곳’을 꿈꾸게 된다. 독자는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제 우리도 여러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 우주적 독서여행기는 어쩌면 지극히 과거지향적인 여행기일지도 모른다. 사진이 없던 시대의 여행기는 이렇게 활자만으로 생생하게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또다른 감각의 차원에서, 작가는 자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깊은 밤, 정혜윤 작가의 활자들을 만나면, 마음이 간지러워질 것이다. 유영하는 활자들이 당신이 닿지 못했던 그곳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들 것이기에.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미스 양서류야, 아침은 그렇게 요동치면서 오더구나. 존 버거는 ‘사람은 여러 순간들 사이에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어떤 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말했어. 그 시간이란 “되어 있음 이전에 존재하는 ‘되어감’의 시간”이라고. 그렇다면 그날 아침 나는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되어감’의 시간을 본 거야. 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어. 마치 빛이 한줄기 검이 되어서 가슴을 황금색으로 푹 찌르는 것 같았어. 내가 아침마다 당연시하던 일출마저도 움직임이고 변화라는 사실이, 그럼에도 나는 되어감이 아니라 ‘되어 있음’에 더 관심이 있었던 적이 많았다는 사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보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에, 제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에 더 관심 있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사실이, 안전한 해안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든 사물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순간에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어.
- ‘2’ 중에서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졌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곳이 아주 많았어. 수많은 층위들이 있었어.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풍경이 나와. 그런 도시에서는 수많은 관점을 포용하기가 우리보다는 더 수월할 거야. 리스본을 걸으면서 나는 올해의 유행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어느 기업이 가장 크고 돈이 많은 곳인지 알아내기가 어려웠어. 뭔가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지배적이다, 압도적이다, 라는 느낌을 덜 받았어. 이런 곳에서라면 다른 무엇과 내 것을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 ‘2’ 중에서


하늘 한번 보다가 나무 한번 보다가를 반복하면서 한참 동안 누워 있었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바람은 조금도 차갑지 않았어. 나무도 달도 나를 위로하려고 내 옆에 있는 것은 아니었어. 오히려 나는 나의 고독이 아니라 나무와 달과 밤의 고독을 느꼈어. 그들은 더이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친구 같았어. 그런데도 무상한 것은 없었어. 쓸쓸함도 없었어. 무의미한 것도 없었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물을 필요조차 없는 고요함이 있었을 뿐이야. 불과 몇 분 전까지 빨갛고 노랬던 나무들이 달빛의 손길을 받아 하얀 고요처럼 빛났어. 토니 모리슨이 좋아할 만한 풍경이었어. 그녀는 나무들처럼 여러 가지 감정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라고 말했어. 작고 성급한 감정들을 믿지 말라고. 큰 감정을 따르라고. 보다 큰 감정, 보다 차원 높은 감정을 따르라고. 사실 너도 나도 잘 알고 있지? “나는 외로워” “나는 혼자야” “나는 하찮아” “나는 못해” “나만 불행해” “너는 행복하잖아” 같은 작은 감정들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 ‘3’ 중에서


사라마구는 우리가 세상에 환상을 품길 원했지 사라마구에 대해서 환상을 갖기를 원하지 않았어. 그는 자신의 삶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신도 겪는다고 생각했어. 그는 매 순간을 충실히 살려고 했고 규칙적으로 일했고 절제했어. 박물관에 가면 그가 손으로 기록한 꼼꼼한 일정표를 볼 수 있을 거야(사실 글에 집중하기엔 일정이 좀 많다는 느낌도 들었어). 그는 누구도 타인의 삶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랐어. 인류 전체를 생각할 때 그는 비관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한 개인을 생각할 때 개인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믿었어.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생의 시기는 성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 ‘5’ 중에서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사라마구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 내가 기억하는 한 사라마구는 소설에서 성공이란 단어를 현실의 잣대로 쓴 일이 없어. 굳이 성공이라는 말을 써야만 한다면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미스 양서류야, 오늘 밤 나는, 자기 존재의 ‘아니요’에 몸을 의지해 위험천만하게, 그러나 용감하게 존재 바깥으로 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깊게 고개 숙여서 경의를 표해. 너도 어서 고개 숙여!
- ‘5’ 중에서


미스 양서류야, 경험의 가치는 말할 수 없이 하락한 것 같지?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밤마다 ‘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어’라고 되뇌다가 새로운 경험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카메라가 우리를 대신해서 경험을 해. 개인이 유일무이하고 대체 불가능해지는 것은 환경의 차이이기도 하고 경험의 차이이기도 할 텐데 여행자의 경험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 세계에 자신을 투영해보고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여행은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이동해보는 것이고 원래는 자기 것이 아니었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변해가면서 현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모든 탁월한 여행자들은 ‘보이기’가 아니라 ‘보는 것’에, ‘보이기’가 아니라 ‘존재하기’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지 않았던가?
- ‘7’ 중에서


미스 양서류야, 나는 고흐가 알고 있던 것을 나도 알고 싶구나. 내 생각에 고흐가 알고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똑같지 않다는 것이었어.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의 손이 다르듯 우리의 삶도 다 다르다는 거야. 고흐는 각자 고유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고 바로 그렇게 사는 것을 그리고 싶어했어. 고흐는 화가가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았어. 개성은 농부는 농부답다는 것, 농부의 아내는 농부의 아내답다는 것이었어. 그렇지만 사람들을 똑같이 만들어버리려는 시도는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어. 주로 힘없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다름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해.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다름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해. 나는 강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농민들의 작은 세계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랐어. 차이를 가진 그대로 아니, 차이 때문에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바랐어.
- ‘9’ 중에서


페소아는 느껴야 한다고 말했어. ‘과장되게 느껴야 한다!’고 했어. 그래. 그는 내가 그저 알기만 했던 것을 느꼈어. 그는 실재와 비실재 사이의 피상적 구분을 넘어서게 했어. 잘 생각해보면 미스 양서류야, 우리에게도 실재와 비실재가 서로 교차되다가 관통하는 순간이 있지 않니? 그렇게 교차되다가 비로소 내가 실재 같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니? 나는 내가 아주 드물긴 해도 정말 훌륭한 생각을 했을 때 내가 한 생각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비실재 같아. 내가 그렇게 훌륭한 생각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 내가 스스로 한 생각이 아니라 뭔가를 엿듣거나 모방했나 싶기도 해. (너도 내가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 본 적 있지? 그때가 바로 그럴 때야.) 그렇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그때는 비로소 내가 거의 처음으로 실재가 된 것만 같고 묘한, 하지만 뜨겁고 강력한 힘을 느껴.
- ‘10’ 중에서
 




차례

프롤로그


1

파도의 흐름은 왈츠의 흐름과도 같아 보였어.
순환하는 파도는 왈츠처럼 돌아오고 돌아오고 또 돌아와.



2
마리오는 아주아주 아득히 먼 곳을 봤어.
뭔가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았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보는 것 같았어.



3
토니 모리슨은 나무들처럼 여러 가지 감정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라고 말했어.
작고 성급한 감정들을 믿지 말라고. 큰 감정을 따르라고. 보다 큰 감정, 보다 차원 높은 감정을 따르라고.



4
당나귀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둘의 시간이 어떻게 다를지 인간인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만 한 가지만은 알겠어.
둘이 함께 고유한 시간을 경험했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둘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



5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주제 사라마구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


6
알함브라는 꿈과 생각으로 현재를 초월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어.
아니 현실 속에서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것이 환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



7
여행은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이동해보는 것이고 원래는 자기 것이 아니었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변해가면서 현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모든 탁월한 여행자들은 ‘보이기’가 아니라 ‘보는 것’과 ‘존재하기’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지 않았던가?


8
나는 사랑과 모래를 처덕처덕 묻히고 따라서 날아가. 로르카가 서러운 마음으로 연거푸 한 말을 떠올리면서 날아가. “꿈꾸어야 한다.”


9
나는 강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농민들의 작은 세계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랐어.
차이를 가진 그대로 아니, 차이 때문에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바랐어.



10
페르난두 페소아는 고백이나 허구적 성찰이 아니라 자신 안의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체성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어.
내 존재를 보완해주는 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11
미스 양서류야! 마법은 있단다.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 지금의 존재가 되도록 만든 사람에게 감사해야만 해.
우리는 한때나마 그런 빛 속에 있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12
그는 5년 전에 처음 이곳에 왔고 그날 처음 반딧불이를 봤고 그날 바로 여기서 일하고 싶어졌고 그뒤로 매일 밤 반딧불이를 보고 있다고.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답다(still beautiful)”고.



13
고독해. 분명히 고독해. 어떻게 고독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누구나 각자의 삶 안에서 고독한 순간들이 있어.


14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뿌리를 잘라버리지 못하는 것부터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어.
이전의 뿌리를 잘라내버리는 노력을 방해하는 것들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15-1
스피노자가 말했어. 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곧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 기쁨의 원인임을 아는 것이며 모든 참된 인식은 사랑이며 사랑밖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15-2
오에 겐자부로는 ‘큰 사람’에 대해서 ‘큰 슬픔’에 대해서 인간이 기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끝없이 정의를 내려.
미스 양서류야. 우리도 바로 이 일을 해내야 할 거야.



16
문제는 우리 시대가 비극을 싫어한다는 점이야.
비극의 빈자리를 재빨리 차지한 것은 상투적인 이데올로기나 냉소주의나 무관심, 잔인함이야.



17
미스 양서류야. 잘 진입하자. 많은 우연들을 사랑하자.
그중에 어떤 우연이 필연이 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자. 자 이제 네 이야기를 들려줘.



에필로그


용어 설명


주(註)


인용 도서

 




지은이

정혜윤

CBS 라디오 프로듀서. 우리 시대의 탁월한 북 칼럼니스트이자 감각 있는 에세이스트.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침대와 책』과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두번째 세계를 꿈꾸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고전 에세이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시공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여행 에세이 『런던을 속삭여줄게』, 자신의 손과 발과 눈과 머리를, 몸을 움직여 끝없이 자신을 비워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비추는 여행자를 만난 『여행, 혹은 여행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에세이 『마술 라디오』, 인간의 문제에 천착한 르포르타주 에세이 『그의 슬픔과 기쁨』 등을 썼다. '김어준의 저공비행'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등 ‘사람’의 ‘이야기’를 채집하는 방송을 오늘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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