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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HIBITION
<노승표 + 정덕현 - 어디서 약을 팔아?展 >
-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 ‘art duo’
“상대방의 사유에 균열을 내는 미술, 누군가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예술”
-북노마드 미술학교
전, 노승표 + 정덕현
좋은 스펙을 갖춘 사람과의 만남과 결혼. 사랑과 우정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다. 이제 사랑은 시장의 논리에 편승하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노승표+정덕현은
전(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에서 일명 ‘사공사(사랑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조합을 이루어 그 ‘사랑’을 탐구했다. 연애하고 싶지만 연애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그들의 작업은 감정 표현을 돕고 용기를 내는 것을 돕는 ‘용기탕’이라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이르렀다. 경험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결과만을 중심에 두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자 결과, 실수나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경험의 가치를 무시하고 누군가로부터 제공되는 인생의 ‘매뉴얼’을 찾는 결핍의 시대를 ‘은유’한 두 작가의 ‘따로 또 같이’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나는 누구인가요?
노승표 / 토요일에 방영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를 보고 매주 분노하고, 잭 블랙의 코미디 영화에 열광하는 사람입니다. 올해부터 넥타이를 매지 않는 사회 초년생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막힌 현실의 상황을 어떻게 기막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덕현 / 노동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거 우연히 시멘트 공장을 본 후 그 웅장함과 괴기스러움에 매료되어 다양한 공장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공장의 겉을 관찰하다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느 순간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2014년에 가졌거나 참여했던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14년은 두 사람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노승표 / 2014년은
<어디서 약을 팔아?>
전을 시작으로 한센인 마을인 성심원에서 ‘라운드 어바웃’ 과 함께
<지리산 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살아 있는 밤의 산책자 00. 배운/배우는 언어)>
전에 참여하고, 창신동 공간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는 밤의 산책자 01>
로 한해를 마무리했습니다. 2014년은 4년에 걸친 방황의 시간을 지나 다시 작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특히 2개월간 지리산 성심원에서 보낸 간헐적 입주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선입견과 매일 싸우며 날카롭고 예민해졌어요. 한센인 주변을 배회하고 둘레길을 거닐면서 보낸 침묵의 시간은 스스로를 자극했고, 결국 단단한 덩어리로 개념화되어 있던 세계를 파편화하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혹은 알고자 했던 무언가가 아닌 ‘전혀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정덕현 / <어디서 약을 팔아?>
<어디서 약을 팔아?>
전 이후 나의 시선을 보여주는 개인전
<시대착오-적>
전(갤러리 팔레 드 서울)을 가졌습니다. 과거 노동자들의 거리였으며, 지금은 예술가들의 거리가 된 푈클링겐 제철소 거리를 걸으며 나를 사유한 <SAALMOLLA?>전을 독일 자브뤼켄 자르조형예술대학에서 가졌고, 한국에 돌아와 문래예술공장M30에서
<잔해 트랜스미션>
이란 이름으로 보고전을 열었습니다. 또한 지리산 성심원에서
<지리산 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살아 있는 밤의 산책자 00. 배운/배우는 언어)>
전에 참여하고, 미아리 더텍사스프로젝트에서 정주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무정주>
전에 참여했습니다. 그밖에 스페이스 제로에서
<보비의 언어>
전, 공간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는 밤의 산책자 01>
전에도 참여했습니다.
2014년은 지역성이 강한 공간에서 열렸던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던 한 해였습니다. 그 공간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를 계속 생각했어요. 미술 안이든 바깥이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그 일을 할 뿐입니다.
- 서로 다른 두 명의 작가가 북노마드 미술학교
전을 함께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스타일이 아닌, 한 가지 주제로 공통의 작업을 이끌어냈는데, 그 전시를 돌이켜본다면요?
노승표 / 서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작업 성향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에 함께 많은 시간과 대화를 갖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중간에서 의견들을 조율해준 큐레이터 임국화씨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둘만의 세계에 깊게 빠질 때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함께해줘서 전시가 잘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우리의 사랑까지 매일 함께 고민하고 도와준 외로운 친구들과, ‘용기탕’을 제조하는 데 자문을 해주신 효성 한의원 원장님까지…… 많은 분들의 협업이 있었기에 예측했던 목적을 이룰 수 있었어요.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듯 이번 작업도 함께여서 가능했고 그래서 즐거웠습니다.
정덕현 / <art duo>
전은 모든 게 합작이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놀이 같았지만 한편으로 나만의 작업이 아니었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전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영상 편집을 도맡은 승표 형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합니다. 큐레이팅해준 임국화씨에게도요.
- <art duo>
전 주제를 도출해낸 배경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노승표 / 대학원에서 덕현이와 한 공간을 사용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우리 작업실은 자연스럽게 남학생들의 사랑방이 되었고, 남자들의 수다는 결국 여자 문제로 귀결되었죠. 흥미롭게도 당시 사랑방 이용객 중 대부분이 여자 친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 때도 없이 나누다 우리들의 고민을 작업으로 발전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 두 명 역시 사랑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정덕현 / 처음에는 “안 해본 것을 해보자. 재밌게 놀아보자”였어요.
전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에 외로워하는 지인들이 많았거든요. 영화와 노래들은 사랑 이야기가 참 많은데 미술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혼정보업체와 픽업 아티스트들을 보며 사랑에 결핍되어 있는 시대를 보았고, 주제를 결정했습니다.
- 전시에 대한 반응이 다양했을 텐데요.
노승표 / 정말 다양했어요. 속는 셈치고 약을 사는 사람도 있었고, 믿음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약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고 느꼈어요. 전시 첫날 오프닝 퍼포먼스(용기탕 판매)는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손엔 약, 다른 손엔 거스름돈을 들고 관객들과 직접 대면하며 각자의 사랑을 이야기했을 때의 기분이란……. 우리는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 약을 팔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되어주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용기탕 수량이 부족했던 점, 좋은 물건을 만들어놓고도 도전적으로 마케팅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용기탕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초기 작업부터 전시 끝까지 작업의 주인공으로 임상모델이 되어준 친구가 아직도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전시는 실패한 전시라고 생각해요.
정덕현 / 꽤 재밌는 전시였어요. 용기탕(작품)이 많이 팔려 좋았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라 생각합니다.
- 두 사람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노승표 / 감각을 잃지 않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삶과 함께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보조제를 먹듯이 사랑도 훈련과 보조제가 필요합니다.
정덕현 / 인간의 의무! 인간은 사랑하며 행복해야 합니다. 용기탕을 마시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봅시다!
-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자신의 미술은 어느 지평 위에 놓여 있다고 보나요?
노승표 / 기본적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세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두 지점이 충돌/대립되는 현상에 자신을 비추어보는 것에서 작업의 이유를 찾습니다. 그것이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덕현 / 나를 건드리는 것들을 바라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그저 나의 욕망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그 자체가 사회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 예술의 목표는 사물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적 의미를 재현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내적 의미가 있다면요?
노승표 / 작업을 통해 사회의 불편한 이면에 조소를 보내는 게 아닐까요. 저의 작업은 발가벗은 어른들의 초상을 담고 있습니다.
정덕현 / ‘망각하지 말자’입니다. 수없이 과거는 반복되니까요.
-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신의 정신이 특별히 만족스럽게 포착하여 오래 머무는 것은 오히려 의심해야 한다는 규칙을 준수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특별히 규칙으로 삼는 게 있나요?
노승표 / 다루고자 하는 대상과 바로 마주하지 않고, 충분히 씨름하고 지친 후에야 작업을 시작합니다. 신선한 고등어회보다는 짭짤한 안동 간고등어가 좋아요.
정덕현 / 규칙까지는 아니지만, 작업을 하면서 지금 내는 소리가 내 목소리인지를 항상 의심합니다.
-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나요?
노승표 /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시대.
정덕현 / 불안의 시대.
- 그 속에서 동시대 미술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노승표 / 모르고 놓치는 건지 일부러 놓치려고 하는 건지. ‘분명한 사실들’이 놓쳐지고 있어요.
정덕현 / 현재의 미술에서 저는 컨템퍼러리 아트라는 것보다 모던 아트라는게 더 정겹고 감동을 받곤 합니다. 물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요.
- 특별히 좋아하는 다른 작가가 있나요?
노승표 / 정덕현. 가장 가까이 가르침을 주는.
정덕현 / 노승표.
- 이제 대학원 졸업을 기점으로 미술‘계(界)’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는 순간이 왔습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노승표 / 외부의 간섭/시선에 스스로 사로잡히지 않는 작가.
정덕현 / 정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가
- 예술은 감정만이 아니라 지성에도 호소하기 마련이죠. 미술은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 혹은 소신을 갖고 있나요?
노승표 / 미술은 최소한 어떠한 경로로든 상대방의 사유(思惟)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균열이 미세하든 아니면 너무 커서 갈라지든.
정덕현 / 미술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구조와 디테일, 생각과 스타일, 두 가지 중 자신의 작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들을 전시로 보여줄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노승표 / 생각 안에 구조, 디테일, 스타일이 들어갈 수도 있고, 구조 안에 디테일, 생각, 스타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나눠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생각과 스타일에 더 영향을 받고, 그 안에 치밀하게 구조를 설계하고자 합니다. 전시를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구조화된 생각을 원활하게 전시장의 관람객과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정덕현 / 큰 구조를 보려고 노력해요. 그 안에서 생각은 수시로 변하는 것 같아요. 전시로 보여줄 때는 작품의 흐름을 신경 씁니다.
- 작가로서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노승표 / 작가의 성공이 사회적 기준에 맞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작가로 살면서 스스로 납득해 나갈 수 있다면 성공한 게 아닐까요.
정덕현 / 죽기 전까지 그림을 그린다면 성공한 작가 아닐까요?
/ 인터뷰. 윤동희(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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