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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차혜림 - The Coconut Girl展>







2015. 5. 1~30
a. space(서울 용산구 이태원 2동 225-67 지하 1층)


윤동희 / 이번 전시는 한마디로 어떤 전시인가?

차혜림 / 전시 제목 ‘The Coconut Girl’은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의 작은 섬 세람의 신화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 ‘코코야자 가지’에서 연유한다. 소녀는 몸속에서 보물을 만들 수 있는 기묘한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시기해 죽임을 당하고, 시신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땅에 묻혔다. 그런데 소녀를 묻은 그 자리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구근 작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소녀가 환생한 것이다.

2015년 1월 16일부터 3월 11일까지 55일 동안 일본 야마구치 현 아키요시다이에서 AIAV(Akiyoshidai International Art Village) 레지던시에 다녀왔다. 아키요시다이 일대는 석회암 지대로 고생대의 산호초가 융기해서 이루어진 지형이다. 석회암 지대에는 ‘우베’라는 회사가 자리해 시멘트를 비롯해 산업 용품들을 만들고 있다. 그 땅 곳곳에서 재생과 환생, 애니마(영혼),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지역의 커뮤니티들(꽃꽂이 수업, 뜨개질 모임, 하이쿠 모임, 불교 사원, 초등학교)을 돌아다니며 사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전시 제목이기도 한 『The Coconut Girl』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아키요시다이 지역에서도 인간의 재로 불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그림 속에 숨겨둔 작은 인물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거나, 아주 힘없는 인간들이 발휘하는 어떤 숨겨진 능력을 표현해왔다. 그 힘은 개별적인 개인이 갖는 유일한 것이자, 무언가 결합되어 만드는 창발로서의 생성에 가까웠다. 선형적인 시간대가 파괴되고 여러 가지 시간대가 공존한다는 점, 같은 인물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 『The Coconut Girl』은 아키요시다이 지역의 신화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화 속 주인공의 조각들은 나뉘어져 본래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비선형적이고 중첩된 시간대를 빙빙 돌아가는 내 소설의 느낌은 나선형처럼 파고 들어가던 아키요시다이의 석회암 광산과 비슷하다. 마치 오래된 집에서 뜯어낸 벽지 속 지층 사이를 횡단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지역은 죽음과 재생, 환생, 되돌아오기, 위상수학적 시간의 개념(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곳이었다. 우리는 운석 하나에서 우주의 비밀의 단서를 찾고, 식물의 잎사귀 하나에서 삼라만상의 원리를 알 수 있다. 이렇듯이 여러 가지 세계들이 겹쳐진 작은 것들의 세계 속에서 그리고 멈춘 듯 보이지만 결코 정지되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내 전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 동시대를 사유하는 어떤 방식을 제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호명된 신화 속 구조와 사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소설과 전시를 통해 몇 개의 실마리가 담긴 이야기라는 이름의 공을 던질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 저글링하며 즐기는 것은 독자와 관람객의 몫이다. 처음에는 그 공을 떨어뜨리기 일쑤이겠지만, 시간이 지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알게 되면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다.

윤동희 /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차혜림 / 1. The Coconut Girl 일본의 꽃꽂이 교실(이케바나, いけばな)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동물이었던 산호가 석회암과 시멘트가 되기까지의 사이클을 담고 싶었다. 이케바나는 수(守), 파(破), 리(離), 세 가지 덕목을 중요시한다. 지키고 탈피하고 떠나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 있는 것을 소중히 다루는 이케바나의 철학처럼, 다른 시간대를 돌고 돌아 또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돌아온 산업 용품들에 생명을 부여하고자 했다. 내가 머문 곳은 일본에서도 도심과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매주 장을 보러 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주어진 짧은 시간에 맞춰 장을 봐야만 했다. 그 주어진 시간 안에 전시장에 놓인 산업 용품들을 구입하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미션과 같았다.

2. Triple Realms(The Parable of the Burning House, Ventriloquist, Journey of the ear) 는 3채널 비디오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등 세 가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1) The Parable of the Burning House 일본 아키요시다이에서는 ‘야마야키’라고 1년에 한 번 숲을 전부 불태우는 풍습이 있다. 불타는 숲 속에서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火宅(화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火宅(화택)이라 해서 불타는 집에 비유한다. 세상이 불타는 집이기 때문에 집에서 나와 더 높은 곳으로 향하라고 석가는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병풍, 레이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타는 집에서 몸부림치며 사는 곳을 등진 채 책을 펼쳐 병풍을 치고, 돌[石]이 책을 읽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2) Ventriloquist 영상 속 그녀는 수화를 하는 외국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옷을 만들기 위해 뜨개질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내가 만든 공간에 잠시 들러 본인의 입으로 말하지만 본인의 소리가 아닌 것처럼 가장한, 마치 복화술사처럼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선 하나가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몸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3) Journey of the Ear 레지던시에 머물며 아키요시다이 지역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내 자신을 ‘귀[耳]’에 빗대어 만든 작품이다. 귀의 달팽이관이 돌고 돌아서 구멍으로 빠지는 것을 은유하기 위해 책과 책 사이를 걸어 다니며 책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하는 외국 작가들에게 주어진 어떤 선형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교환하는 역할을 고민해보았다.

3. Nap Café_ ‘Pit Stop’ 일본 레지던시를 마치고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관객들에게 달콤한 낮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작품이다. 잠의 공간은 작업의 공간과 같다. 그 두 개의 공간에서 우리는 길을 헤매고,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두 공간은 계속 진행형이자 다음을 준비하는 곳이다. 작가인 내가 관객을 재우는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다른 통로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동시에 작업 안의 공간, 즉 밤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틸 사진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윤동희 / 작가 차혜림의 전시가 매번 흥미를 모으는 까닭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전시’를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차혜림 / 일본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작업 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전시했던 지역은 도심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오픈 스튜디오를 찾은 분들이 몇 시간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작업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에 한계를 느껴, 말 그대로 나의 공간을 찾은 분들에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잠’을 생각했다. 잠시 낮잠을 자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시간의 끊김이나 몽롱함을 느낄 수 있다. 먼 곳에서 오픈 스튜디오에 오신 분들에게는 피곤을 잠시 떨쳐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낯선 공간에 가서 잠을 자면 그곳을 잠시 본 것보다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잠을 재운다는 것은 결국 관객들을 내 공간에 연루시키는 것이다. 이번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 전시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이 가득한 화사한 방으로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수많은 꽃들을 볼 때 우리는 그것들의 이름을 궁금해 하고, 형태를 유심히 관찰한다. 전시장에 놓인 꽃이 아닌 꽃들은 다른 형태로 변형된 채로 우리를 맞이한다. 무언가를 접속할 수 있고,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한 상태로 말이다. 나는 관람객들이 이 오래된 지층 위에 탄생한 식물들 사이를 관람하는 여행자가 되기를 바라며 작품을 만들고 설치했다. 그 형식에 내용이 수렴되도록 구성했다. 좌대의 모양과 전시를 보는 동선에서 그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내가 일본에서 보았던 오래된 시간의 켜를 서울 이태원의 또다른 장소로 돌아오게 하는 의미가 있다. 전시장을 찾은 분들이 그 시간의 돌아옴을 천천히 지켜보기를 바란다. 어떤 꽃의 형태를 가진 물질을 응시하는 시선 속에서 평소와 다른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길 기대한다.

인터뷰. 윤동희(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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