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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박미라 - 래빗홀(The Rabbit Hole)展>

2015. 11. 13~12. 6
a. space(서울 종로구 창성동 129-2, 2층)







작가 박미라는 ‘도시의 산책자’가 되어 자신의 주변을 산책하며, 주변의 이면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를 들추어내어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목적의 산책(‘빈둥거린다’는 표현이 적합한)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작은 틈새의 변화를 감지하고 조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범죄 현장에서 수사요원들이 단서를 수집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렇게 도시의 이면을 찾아다니던 작가는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흥미로운 공간 ‘싱크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도시 지반 침식 현상 ‘싱크홀’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래빗홀(토끼굴)’을 연결시켜 허구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다수의 이해가 얽힌 욕망의 무게로 내려앉은 구멍,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로서의 구멍, 욕망의 대상들이 모여 사건을 만들어내는 장소로서의 구멍을 상징하는 ‘래빗홀’을 통해 동시대에 첨예하게 갈등하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드로잉과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재난이 발생할 때 보이는 징후들을 담았다. 재난이 발생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불행으로부터 비켜갔음에 안도하고 피해자들을 애도한다. 그러나 작가는 싱크홀을 새로운 세상을 잇는 통로로 바라본다. 싱크홀 내부의 세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의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헬 조선’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Q 1. 나, 박미라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도시의 산책자입니다. 도시를 산책하며 주변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들을 들춰내어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현실에서 한 발을 살짝 뗀 채 현실과 이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며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Q 2. '래빗홀' 이전에는 어떤 작업을, 어떤 전시를 했나요?
제 자신을 ‘21세기 산책자’라 칭하고, 제가 살고 있는 도시를 빈둥대며 관찰하며 채집해낸 이미지와 사건들을 페인팅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해왔습니다. 최근 3인전을 통해 도시의 재개발에 감춰진 검은 속내를 들추어내는 'Save Our Soul'이라는 애니메이션 작업과 'Black Spot'이라는 파노라마 형태의 페인팅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재개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을 조합한 '재개발체'를 만들어 요지경, 분양 문의, 배산임수(背山臨水)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텍스트를 ‘족자’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Q 3. 모형으로 이루어진 입체 작업 '드로잉홀'은 구멍을 통해 사건의 징후를 포착한 드로잉들을 들여다보는 장치입니다. '드로잉홀'을 통해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의 징후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이번 '래빗홀'전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도시 지반 침식 현상 ‘싱크홀’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래빗홀(토끼굴)의 ‘구멍’을 연결 지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다수의 이해가 얽힌 욕망의 무게로 인해 내려앉은 구멍,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로서의 구멍, 욕망의 대상들이 모여 사건을 만들어내는 장소로서의 구멍을 상징하는 ‘래빗홀’을 통해 동시대에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중 '드로잉홀'은 여러 겹의 둥근 판에 그려진 페인팅을 제일 바깥쪽에 뚫린 두 개의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형태입니다. 구멍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재난이 이루어질 때 벌어지는 징후들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표현했습니다. 첫번째 드로잉홀은 보통 재난이 일어나기 전 여러 징조들이 벌어진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땅이 갈라지거나 물이 새어 흐르거나 연기가 피어나는 등의 이미지를 여러 겹(layer)으로 겹쳐 표현했습니다. 두번째 드로잉홀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재난의 풍경들을 포착해 그려보았습니다.

Q 4. 조르조 아감벤이 ‘호모 사케르’라는 주제어를 통해 직시했듯이, 오늘날 정치와 과학은 모두 ‘생명’의 지배와 장악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술을 통해 ‘생명-정치’를 사유하는 당신의 접근이야말로 우리 시대 예술이 해야 할 작은 역할일 텐데요.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 걸까요?
저는 많은 것들에 의문을 품고, 의심하며 살고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믿기에는 너무나 불투명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재난이 벌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비켜간 불행에 안도하고 피해자들의 모습에 슬픔을 느끼는 것에 그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 결국 지옥과 다름없지 않나, 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 않고,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아진, 그리하여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더이상 바로잡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5. 두 점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어두운 전시 공간에 섬처럼 유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되어 구멍이 점점 커지고, 땅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하얀 연기들이 피어나고 연기가 사라지면 벌레들이 기어 나오는 등 일종의 아포칼립스적 묵시록을 연상시킵니다. 애니메이션 영상에 대해 좀더 설명해주세요.
애니메이션은 두 점인데, 첫번째 애니메이션은 '드로잉홀'과 같은 의미로 제작한 작업입니다. 재난의 징후들을 포착한 '드로잉홀'이 정적인 풍경을 담았다면, 애니메이션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고자 했습니다. 두번째 애니메이션은 과도한 성과주의와 결과주의, 물신주의로 인해 벌어진 지금-여기의 사건, 사고를 그렸습니다.

Q 6. 북노마드 a. space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전시 공간입니다. 그래서 전시장에 고정적으로 설치된 ‘스틸 책장’을 전시의 한 요소로 반드시 활용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당신은 그 공간에 '구멍 드로잉' 10점을 가미했는데요. '구멍 드로잉'에 대해 좀더 듣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구멍’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구멍’이 갖고 있는 다의적 해석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여타 작업들과 다른 결을 가진 드로잉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우선 구멍이 들어간 다양한 의미의 문장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드로잉하면서 좀더 다양한 접근과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구멍’이란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요청했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문장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 무화과에는 작은 구멍이 있고 별 모양으로 벌어진 구멍에서 무화과가 내는 향이 느껴졌다.
- 솟아오른 구멍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렇게 수집된 문장을 바탕으로 저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드로잉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구멍 드로잉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서 그림책으로 제작하고자 합니다.

Q 7. 날것의 공간에서 거대한 이미지가 무질서하게 배치되고, 반대로 작은 공간에서 가장 사소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담는 전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여기의 미술의 풍경입니다. 당신은 이 풍경 속에서 어디쯤, 어떤 모습으로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나요?
작가 박미라의 위치를 한 곳에 정착하고 고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변적인 상황에 따라 위치를 바꾸고 그에 따른 태도를 가지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특별할 게 없는 이웃의 사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삶과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신문과 뉴스에 등장하는 거대 담론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소외된, 그리하여 사람들이 보려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 ‘타자(他者)’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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