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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교토, 그렇기 시작된 편지
“어쨌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빌 브라이슨




 

 

 

 

 

 

   

- 김훈태 지음
- 148×195mm
- 288쪽
- 13,000원
- 2008. 11. 28
- 978-89-546-0716-2 (0398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출판사 서평


마음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남자의 14통의 편지, 이 책은……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 안의 외로움을 단련하는 곳, 교토! 29박 30일, 철저히 혼자가 되어 ‘도시’가 아니라 ‘마음’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남자의 회고록이자 짧은 성장소설이면서, 삶이 버거운 사람들의 깊은 고독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에세이이기도 한 14통의 교토 편지.

갓 서른을 넘긴 출판 기획편집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내고 홀로 교토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회사도 잘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나를 비켜가는 듯한 속수무책, 내가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사는 듯한 주객전도. 서른의 문턱을 넘어 공공연한 어른이 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위태롭다. 사무치게 외롭다.

그리하여 그는 여행을 떠난다. 인생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진심을 되찾기 위해,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나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2천 개가 넘는 절과 신사, 작은 강과 나무와 길, 주변의 모든 것이 ‘시간의 층’을 느끼게 해주는 교토. 테이블마다 곱게 차려 입은 마네킹들이 혼자 밥 먹으러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오코노미야키 가게, 그윽한 커피와 함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커피 하우스들, 오로지 길, 길을 걷는 나, 삼나무와 매미소리만이 존재하는 철학의 길 등 ‘인류 문명의 진화란 고독에 익숙해지는 과정’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교토. 그 도시에서 지은이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기억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는 교토 생활의 아지트가 되어준 아담하고 한적한 동네 카페 ‘미셸스Michele’s’에 앉아 편지를 쓴다.

억수로 내린 비 때문에 그 유명한 기요미즈데라까지 가서 본당은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지만 아주 오랜만에 몹시 자유로웠다는 뜻밖의 이야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강가를 걷다가 지치면 바위에 앉아 검붉어지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는 심심하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이야기, 채움과 비움을 시적으로 표현해놓은 돌의 정원 료젠인에서 긍정과 부정, 어느 것 하나 하찮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엉뚱한 이야기, 하루 생활비를 우토로 마을에 건네고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고 왔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마치 독백을 하듯 담담히 써내려간 그의 편지들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지도, 밝거나 어둡지도, 깊거나 얕지도 않고, 적당히 세속적이고 정겹게 남루하다. 꼭 우리네 삶처럼.

한 달의 여행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떠나는 날 지은이는 가방에 넣어온 여행 가이드북을 펼쳐보았다. 가본 곳보다 가보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번 여행을 위해 그곳들을 보지 않은 채로 남겨둔 것을, 사시사철 풍경을 달리하는 교토의 아주 작은 모습만을 보고 떠나게 된 것을 외려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떠날 수 있는 내일을 허락하는 일이 될 테니까. 여행은 결국 집으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일 뿐이니까.

이미 떠난 사람,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 지나온 시간을 다독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올 겨울 가장 따뜻한 위로이자 희망의 선물이 될 것이다.

#1. 물론, 떠나는 일은 어렵다

무엇보다 돈이 문제이다. 백야를 볼 수도 있고 비틀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거닐 수도 있는 북유럽 여행에 대한 지은이의 로망을 산산이 부숴놓은 건, 다름 아닌 살인적인 물가와 1백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비행 요금이었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과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은이는 “여행의 품격과 영양가를 결정하는 것은 거칠고 대담한 자극에 무방비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재구축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걷고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일에 나이아가라 폭포나 킬리만자로의 만년설까지는 필요 없다. 조금 낯선 풍경, 안락한 잠자리, 가벼운 먹을거리, 몸과 마음을 데워줄 찻집, 두고 온 사람들을 기억나게 할 사람들의 말소리 정도면 충분하다.

교토에서, 지은이는 이 모든 것을 누렸다. 여름이 점점 여물어가는 시간에 작은 돌멩이와 한몸이 되어 물 흐르는 소리,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는 가모가와 둔치,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낡은 가구들이 있고 누구와 반드시 어울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는 유라쿠소 게스트 하우스, 맛은 빼어나지 않지만 편안하고 고요한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카페 미셸스, 커피만큼 소박한 삶의 향기를 소중히 여기는 커피 하우스 사람들까지. 낯선 환경을 일상으로 만드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의지만 있다면, 관광객이 아니라 일상의 나로 생활할 마음만 있다면, ‘잘못 들어선 길이 지도를 만든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길을 잃으며 천천히 도시에 익숙해지는 느린 여정을 즐길 수 있다면, 여행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인 것이다.

#2.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

숙객들이 충분한 고독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하는 유라쿠소 게스트 하우스의 야마모토 상, 아내가 집을 나간 날 혼자 저녁을 먹으며 멍하니 냉장고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하던 미셸스의 하세가와 상, 검은 양산을 쓴 채 홀로 악연을 끊는 의식을 거행하던 50대 중반의 여성, 저녁나절이면 쏟아지는 물소리를 배경 삼아 색소폰을 불던 남자, ‘진정 맛있는 커피’는 오직 느끼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 커피의 대가 다나카 상, 정원 가꾸는 자신의 일을 예술이라 여기는 이치 상, 부라스리 코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젊고 싱싱하고 건강한 남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자기 안의 외로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마치 바깥세상 일 따위 상관없다는 듯, 시공을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묵묵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면서, 기꺼이 외롭게 살아간다.

그래서 아지트로 삼은 카페 이름이 왜 미셸스인지, 가게 앞에 있는 나무의 종이 무엇인지, 이치 상은 왜 항상 밤늦도록 홀로 식당에 앉아 부라스리 코야의 여주인을 지그시 바라보는지, 대체 왜 교토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절과 신사를 지은 건지, 오타와 폭포의 물줄기는 왜 세 개로 나눠놓은 건지 지은이는 교토를 떠나기 직전까지 묻지 않았다. 교토 사람들이 그들만의 시간과 사연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그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외로움은 피해야 할 감정 상태가 아니라 진지하게 탐구해야 할 대상”이라는 지론에 따라 자기 안의 외로움을 단련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액 연봉과 승진과 사회 지위 획득과 재테크와 내 집 마련과 결혼 같은 것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온전히 나의 것인 기억들만 곱씹어보는 시간. 때로 우리는 혼자일 때 가장 완전하다.

#3. 편지를 쓴다는 것, 나를 만난다는 것

가끔 우리는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해올지 신경 쓰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슴속에 담아둔 얘기들을 입 밖에 꺼내놓는 순간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들도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편지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지은이는 철저히 혼자가 된 순간에도 자기 안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고, 자신의 마음 상태와 생각의 흐름을 확인하고 따라가볼 수 있었으며, 외로움을 순수한 외로움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었다.

편지는 그것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큰 위안이 되어준다. 편지를 쓴 사람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가 스스럼없이 써내려간 고백을 들으며 짐처럼 붙들고 있던 자신의 마음도 놓게 되는 것이다.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통해 우리는 낯선 세상을 만나고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마음의 준비를.

 


 




차례

letter 01 오사카 행 슬로보트를 타다 17

letter 02 유라쿠소 게스트 하우스 39

letter 03 가모가와-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57

letter 04 Michele's 커피 하우스 75

letter 05 기요미즈데라-비에 갇힌 사나이 91

letter 06 료안지와 료젠인에서 독도를 생각함 105

letter 07 나약하지만 겸손한 염원-신사를 찾아서 129

letter 08 나의 늙고 지친 자전거 145

letter 09 지도의 특별한 쓸모 있음 165

letter 10 우토로 마을-한국인의 트라우마 기행 189

letter 11 긴카쿠지와 철학의 길-길을 걷는다는 것 217

letter 12 어느 정원사와의 대화 245

letter 13 어떤 지역에 대한 잡다한 소개 261

letter 14 마지막 편지-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길 275

 




지은이

김훈태

서른이 되던 해 3년간 다니던 회사를 잠시 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차분하고 평온하게 걸어가고 싶었다. 나의 진심이 무엇인지, 이 세상에서 내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그것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저 없이 여행 가방을 꾸렸다. 교토의 여름은 무덥고 아름다웠다. 매일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에 깨어나 뚜렷한 계획 없이 느릿느릿 절과 신사, 강가와 카페, 어느 마을들을 걸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보니 내가 걷고 있는 건 길이 아니라 서른 해를 살아온 나의 기억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나의 미래였다. 햇살이 드문드문 비치는 나른한 카페 Michele's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날 이후였다. 그렇게 수취인이 불분명한 편지는 시작되었고, 14통의 편지가 모여 이렇게 책 한 권이 되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다독이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그 편지들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지금 나는 다행스럽게도 조금 더 여유롭고 단단해져 있다. 이미 떠난 사람,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편지들을 보낸다. saw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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