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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사는 게 참 행복하다
10년의 시골 라이프

내 삶의 반을 도시에서 보냈으니 나머지 반은 시골에서 지내도 좋겠다.


 

 

 

 

 

 

   

- 조중의 지음
- 145×224mm
- 248p
- 12,000원
- 2010년 10월 30일
- 978-89-546-1301-9 (0381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아름답고 고요한 삶이 여기 있다!    

“작고 소박한 시골 땅을 찾아 집을 지었다. 지천에서 자연의 소리가 밤낮 그치지 않고 마당 곳곳에는 수국꽃이 피어난다. 울퉁불퉁 노란 모과와 곶감에 마음이 풍요롭고 밤새 내린 눈 이불이 포근하다. 사는 게 참 따뜻하다……”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밤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어느 도시생활자의 소박하고 행복한 시골 라이프

아,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멀리…

촌각을 다투는 속도의 시대에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마을, 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놓고 싶을 때가 있다. 잠깐의 여행이나 휴식이 아니라, 삶 자체를 그렇게 꾸리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치열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방송사’에서 일하는 이 책의 저자 역시 어느 날 문득 그런 순간을 맞게 되었고, 고민 끝에 그는 시골살이를 결심한다.

흔히 ‘시골살이’라고 하면 도시에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어느 산자락 밑에서 농사짓는 ‘귀농’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도시에서의 밥벌이는 그대로 둔 채 살던 아파트를 팔고 도시 가까운 시골로 들어갔다.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밤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는 것. 그렇게 이어온 삶이 어느 덧 10년. 답답한 도시를 떠나 나무와 흙과 바람과 햇빛을 쫓아 시골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그는, 바라던 대로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매순간 느끼며 몸과 마음이 고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면서, 그렇게 살아온 자신의 시간을 더듬어보면서 나지막이 말한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 라고.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하루의 절반은 도시에서, 나머지 절반은 시골 마을에서 10년간 살아온 어느 도시생활자의 시골 라이프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치장한 전원생활이 아닌, 손수 마당을 가꾸고 자연을 벗 삼는 시골 생활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 나무와 꽃이 알려준 삶의 기쁨과 깨달음, 시골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살이 등을 짧은 글과 사진에 담백하게 담았다. 특히 직접 찍은 사계절 풍경 사진과 소소한 일상의 사진은 그의 정겨운 시골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느 이름 모를 작은 시골 마을에 관한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한 이 책은 도시적 삶에 지쳐 냉담해진 당신의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데워줄 소중한 벗이 될 것이다.

자연의 평온을 느끼며 사는 일상, 시골 마을과 사람들의 정겹고 따뜻한 풍경들

인생의 어느 한 순간에 선택한,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사는 삶. 그 안의 풍경은 어떠할까?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면 시간이 느릿느릿해진다. 마음도 느릿, 나비도 느릿, 꽃도 느릿, 게으름뱅이가 된다. 흠, 흠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지저귀는 종달새 노래도 듣는다. 이 의자는 ‘행복의자’다.”

“비와 수국은 여름이 주는 선물 가운데 최고다. 장마가 오면 수국은 생기발랄해져 잎사귀와 꽃잎이 구름 아래서도 반짝거린다. 빗줄기가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하면 둘은 장단을 맞추어 춤을 춘다. 빗소리와 수국의 탱고는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 있는 희귀한 공연이다.”

“늦은 오후가 되면 서쪽 창으로 햇볕이 비쳐든다. 나뭇잎 그림자도 책상 위로 길게 드러눕는다. 나는 나뭇잎 그림자 위에 손바닥을 대고 나무의 호흡을 느껴본다. 햇볕 그림자만으로도 따뜻한 오후 시간.”  

집 베란다에 놓은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시시각각 들려오는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단풍나무 밑 의자에 앉아 시원한 그늘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나날들……. 시골 생활은 그에게 어머니 같은 휴식과 위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고, 도시에서 밴 조급함과 차가움을 녹여주었다. 힘든 하루의 긴장도 시골집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면 스르륵 풀렸다. 자연으로 돌아온 시간은 아름답고 고요했다. 일상은 풍요로웠다.

시골 생활이 가져다 준 또 다른 선물은 마을과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다. 없는 자식을 대신해 내 자식 키우듯 정성을 다해 고추 농사를 짓는 어느 노부부, 대기업 임원인 아들을 두었지만 도시야말로 사람 살 곳이 못된다며 기어코 시골 생활을 고집하는 할머니, 매번 아내가 도망가서 다섯 번이나 장가를 가야했던 어느 노총각,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게 된 마을 통장 등, 그곳에는 다양한 인생과 사연이 있었다. 따뜻하면서 때론 쓸쓸하기도 한 이웃들 풍경은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삶의 드라마였다. 이 밖에도 책에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무인 기차역, 마음 속 냉기를 들여다보게 만든 산속의 자그만 저수지,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었던 검은휘파람새, 어느 날 홀연히 숲으로 사라져버린 애견 진진이, 단풍나무 아래 나무의자를 공유하며 말 없는 소통을 나눈 고양이 이야기 등이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한다. 모든 기억은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땅과 마을과 집과 나무, 개와 고양이와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속에서 산다는 것의 작은 깨우침을 그러모은 『사는 게 참 행복하다』. 이 책은 ‘나’에 함몰되어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 주변을 돌아보게 하며, 읽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으로서, 시골 생활의 여러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군가 만약 ‘나도 나중에 언젠가는……’ 하며, 저자와 비슷한 삶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책 속 그의 자리에 당신을 가만히 두어보라. 이 책을 빌어 당신이 꿈꾸는 삶의 풍경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것이다.

 


 



본문 중에서


모과는 바람이 불어 스산한 어느 가을날 나를 불렀다. 지나가던 길손이 대문을 두드리듯 지붕 귀퉁이에 쿵! 쿵! 부딪히며 소리를 내곤 했다. 쿵! 쿵! 잊을 만하면 들려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주인 계세요?’ 하고 나를 찾는 소리로 다가왔다. 모과는 내 집을 노크했다. 그때마다 모과는 울퉁불퉁한 상처가 생겼겠지만 나는 어느새 그 소리에 위로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깊어가는 가을 한낮,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한 그루 나무가 내게 관심을 보여온 것이었다. 모과나무에 깃든 절대자의 숨결이라도 좋고 정령이라도 좋았다. 나를 위해 무던히 표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것이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모과의 그리움이었다.

“채식 밥상이 이렇게 풍성하고 입맛 당길 줄은 몰랐네요!”

식사를 끝낸 밥상은 텅 빈 그릇뿐이었다.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기에 설거지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날 하루 한 마리 가축의 살과 피를 구했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뱃속에 생겨나는 가스를 적게 방출시킬 수 있게 했다. 세 부부는 최고의 밥상이었다며 입이 닳도록 아내의 솜씨를 칭찬했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상추와 쑥갓, 깻잎과 고추를 한 봉지씩 가져갔다. 나는 그들이 들고 온 각각의 김장김치 맛을 근 일주일째 음미하며 식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장김치는 주인의 손맛과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기에 그 맛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자기 집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또는 김치 한포기를 싸들고 오면 좋겠다. 물론 요즘 시대에 자기만의 된장과 간장을 담는 집이 흔치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고깃덩어리를 사들고 오는 것보다 얼마나 낭만적이고 맛깔스러운 일인가.

‘바람아 멈춰다오!’

잠은 달아난 지 오래였다. 나는 밤새 바람과 씨름했다. 이부자리에 누워 보이지 않는 바람과 씨름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대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씨름을 했다. 온갖 근심과 걱정이 뒤죽박죽 머리를 헤집었다. 지붕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창문이 깨지지는 않을까, 모과나무가 부러져 목조 지붕을 덮치지는 않을까, 전깃줄이 강풍에 끊어지지 않을까, 이대로 집이 통째로 붕 떠올라 어둠 속 허공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바람은 새벽녘에야 잦아들었다. 산을 넘어오는 바람의 간격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의 마음도 차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밤새 보이지도 않는 바람과 씨름하느라 지친 나의 육신과 영혼도 긴장을 풀었다. ……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보았다. 맑았다. 파란 하늘이 밤새 그토록 세상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문득 내 마음 속의 찌꺼기를 생각한다. 간밤의 강풍에 쓸려갔는가. 나는 고개를 흔든다. 지난밤 불던 바람이 내 마음의 청소부로 자리 잡을 날이 언제쯤 찾아올지…….
그들은 밥힘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술힘으로 일한다. 저래 가지고는 건강을 해칠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말리지를 못한다. 일과 술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같아서였다. 두 사람은 바늘과 실처럼 움직였다. 호흡이 척척 맞는 데다가 소주를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 식성까지 똑같았다. 그들 미장이와 조수는 명콤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공사비를 건네며 인사하자 미장이 최씨는 모자를 벗으며 “잘 놀다 갑니다” 한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 몰고 왔던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트럭이 달려간 골목길에 환한 가로등이 켜졌다. 몇 달이 지난 뒤 마을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게 된 일인데, 그들 두 사람은 친형제였다. 미장이 최씨가 동생이고 뒤에서 조수 노릇을 하는 사람이 형이었다. 한마을에 살면서 우애 있게 손발을 맞춰가며 미장이와 조수 일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사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나이 육십이 다 된 형제가 어린애들처럼 알콩달콩 가재를 잡으러 계곡을 다녀오다니! 요즘 세상에!

 




차례

프롤로그。그리움들이 모여든 이야기

슈퍼울트라 고슴도치
나와 고양이의 의자
낭만적이고 맛깔스런 일
욕심 많은 노인네의 배나무밭
쉬면 되니까, 흙길
두렵도록 예쁜 수국
빨간 신호등의 안부
요강 할머니
장가든 진진이
허깨비
고라니야, 미안해
강풍
향나무집 남자
연탄 보일러
복자기 단풍나무 가지치기
기름 보일러 소리
검은 복면
진진이의 추석 쇠기
산속의 조그만 저수지
다섯 번 장가간 영수 씨
쓸데없는 생각
목수木手 강씨의 운수 없는 날
하루살이 친구
노부부의 자식
똘배나무집 노인
집 안으로 들어온 벌
통장의 포도밭
고라니와 난쟁이 유채꽃
알코올 아저씨
우주인의 훈계
진진이
‘살구’라는 이름의 강아지
밥보다 술이 좋아
도둑맞은 2만 6000원
기차역은 잘 지내는지
자라지 않는 다올이
검은휘파람새의 우주


에필로그。낮에 나온 달

 




지은이

조중의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동국대를 졸업했다. 현재 포항 CBS 보도제작국장으로 있으며,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각박한 일상 속에서 몸도 마음도 조용해지고 싶었던 그는, 살던 아파트를 팔고 시골로 들어가 집을 짓고 마당을 가꾸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루의 절반은 시골에서, 나머지 절반은 도시에서 사는 일상을 이어오고 있다. 밥벌이와 창작의 이중생활을 하면서 장편소설 『농담의 세계』(휴먼앤북스), 평전 『새로운 세상을 꿈꾼 해월 최시형』(이룸), 다큐 산문집 『구룡포에 살았다』(아르코 ․ 공저) 등을 펴냈다. 지금도 해가 뜨면 도시의 방송사로 출근해 일하고, 밤에는 시골로 돌아와 소설을 쓴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도 된다’는 신념을 풍선처럼 키우면서 어떤 조건에서든 당당하게 글 쓰며 살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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