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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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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의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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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아름답고 고요한 삶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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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모과는 바람이 불어 스산한 어느 가을날 나를 불렀다. 지나가던 길손이 대문을 두드리듯 지붕 귀퉁이에 쿵! 쿵! 부딪히며 소리를 내곤 했다. 쿵! 쿵! 잊을 만하면 들려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주인 계세요?’ 하고 나를 찾는 소리로 다가왔다. 모과는 내 집을 노크했다. 그때마다 모과는 울퉁불퉁한 상처가 생겼겠지만 나는 어느새 그 소리에 위로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깊어가는 가을 한낮,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한 그루 나무가 내게 관심을 보여온 것이었다. 모과나무에 깃든 절대자의 숨결이라도 좋고 정령이라도 좋았다. 나를 위해 무던히 표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것이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모과의 그리움이었다.
“채식 밥상이 이렇게 풍성하고 입맛 당길 줄은 몰랐네요!” 식사를 끝낸 밥상은 텅 빈 그릇뿐이었다.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기에 설거지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날 하루 한 마리 가축의 살과 피를 구했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뱃속에 생겨나는 가스를 적게 방출시킬 수 있게 했다. 세 부부는 최고의 밥상이었다며 입이 닳도록 아내의 솜씨를 칭찬했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상추와 쑥갓, 깻잎과 고추를 한 봉지씩 가져갔다. 나는 그들이 들고 온 각각의 김장김치 맛을 근 일주일째 음미하며 식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장김치는 주인의 손맛과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기에 그 맛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자기 집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또는 김치 한포기를 싸들고 오면 좋겠다. 물론 요즘 시대에 자기만의 된장과 간장을 담는 집이 흔치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고깃덩어리를 사들고 오는 것보다 얼마나 낭만적이고 맛깔스러운 일인가. ‘바람아 멈춰다오!’ 잠은 달아난 지 오래였다. 나는 밤새 바람과 씨름했다. 이부자리에 누워 보이지 않는 바람과 씨름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대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씨름을 했다. 온갖 근심과 걱정이 뒤죽박죽 머리를 헤집었다. 지붕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창문이 깨지지는 않을까, 모과나무가 부러져 목조 지붕을 덮치지는 않을까, 전깃줄이 강풍에 끊어지지 않을까, 이대로 집이 통째로 붕 떠올라 어둠 속 허공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바람은 새벽녘에야 잦아들었다. 산을 넘어오는 바람의 간격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의 마음도 차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밤새 보이지도 않는 바람과 씨름하느라 지친 나의 육신과 영혼도 긴장을 풀었다. ……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보았다. 맑았다. 파란 하늘이 밤새 그토록 세상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문득 내 마음 속의 찌꺼기를 생각한다. 간밤의 강풍에 쓸려갔는가. 나는 고개를 흔든다. 지난밤 불던 바람이 내 마음의 청소부로 자리 잡을 날이 언제쯤 찾아올지……. 그들은 밥힘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술힘으로 일한다. 저래 가지고는 건강을 해칠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말리지를 못한다. 일과 술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같아서였다. 두 사람은 바늘과 실처럼 움직였다. 호흡이 척척 맞는 데다가 소주를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 식성까지 똑같았다. 그들 미장이와 조수는 명콤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공사비를 건네며 인사하자 미장이 최씨는 모자를 벗으며 “잘 놀다 갑니다” 한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 몰고 왔던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트럭이 달려간 골목길에 환한 가로등이 켜졌다. 몇 달이 지난 뒤 마을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게 된 일인데, 그들 두 사람은 친형제였다. 미장이 최씨가 동생이고 뒤에서 조수 노릇을 하는 사람이 형이었다. 한마을에 살면서 우애 있게 손발을 맞춰가며 미장이와 조수 일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사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나이 육십이 다 된 형제가 어린애들처럼 알콩달콩 가재를 잡으러 계곡을 다녀오다니! 요즘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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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그리움들이 모여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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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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