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씬의 여왕 오지은, 그녀가 홋카이도에서 보낸 스물아홉의 여름
홍대 인디밴드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지은. 그녀가 특별한 청춘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재학 중에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셀프 프로듀스한 첫 앨범 「지은」을 선 판매 방식으로 제작한 당돌한 아이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2집까지 낸 어엿한 뮤지션이 되어 수많은 방송과 공연으로 이십 대를 정신없이 보낸 그녀. 좋아서 시작한 음악, 즐겁게 했다. 그런데 덜컥, 스물아홉이라는 나이 앞에서 겁이 났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도 이만큼만 하면 되는 걸까?
그래서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이십 대 청춘을 되짚어 보고 싶었고, 앞으로 갈 길에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뜨거웠던 청춘, 그 청춘 같은 풍경, 이 모두를 천천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그러면서도 행복감을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는 곳. 그녀는 ‘여름 홋카이도’에서, ‘보통열차’를 타고 초록과 청춘을 느리게 음미하기로 한다.
그녀의 열차여행에는 최종 목적지가 없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행위에 여행의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열차에 짐을 싣고 달린다. 그러다 역에 도착해 그 짐을 부려놓는다. 그녀는 그처럼 열차에 스물아홉 중 어느 하나를 들고 탔다가, 역에 내려 풀어놓는다. 오지은의 청춘과 지난 일상이 열차에 오르고, 다시 역에 내려지는 식이다.
숨 가쁘게 달리는 우리 앞에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질문이 등장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오지은처럼 홋카이도행 열차에 몸을 실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이십 대가 아니어도, 청춘의 한때를 이미 오래 전에 흘려보냈다 해도, 여름 홋카이도의 초록 앞에서, 그리고 열차 안에서, 오지은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청춘이, 나의 현재가, 나의 자리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지은은 철덕후?
홋카이도의 최동단 역에서 최북단 역까지, 2,392.7km를 달리다
이 책의 맨 뒷장에는 오지은, 그녀가 달린 길이 표시된 홋카이도 노선도가 있다. 그녀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는 홋카이도 전국을 일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촘촘하다. 특별한 목적지를 향한 게 아니기에 특급열차가 아닌 보통열차를 택한 그녀. 느릿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뮤지션으로서의 고민, 타인과의 관계, 자신이 지금 서 있는 모습이 괜찮은 건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녀의 고민은 단순히 뮤지션만의 고민은 아니다. 수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열정과 순수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겪는 어려움들에 대한 토로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 열차 안에서 어떤 결론은 얻었는가. 그 또한 아직은 청춘답다. 호기롭게 지난 일들을 스스로 위로할 줄 알며, 툴툴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줄도 안다. 그리고 계속 지금처럼 잘하자!는 명쾌한 결론을 얻고 돌아온다.
보통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녀는 알고 있다. 중요한 건 결론의 모습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들이며, 그 시간이 자신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청춘의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바치는 연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