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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트립
Slow Trip


증도, 청산도, 담양, 장흥, 하동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곳, 내 사랑과 네 사랑 사이에 예쁜 꽃이 피는 곳 시간이 더디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그곳에 가고 싶어…


 

 

 

 

 

 

   

- 장연정, 이지예아 지음
- 136×190mm
- 392p
- 13,800원
- 2010년 6월 30일
- 978-89-546-1162-6 (0398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소울 트립, 그 두 번째 이야기 느리게 숨 쉬는 곳, ‘슬로 시티’를 찾아

마냥 느려지고 싶은 곳이 있다. 시간을 잊고 싶은 곳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태양을 받노라면 사방이 조용해지는 그런 곳.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도, 복잡한 생활의 동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소리도, 톱니바퀴 이어지듯 끊임없이 삐걱거리는 내 삶의 소리도 문득 사라지는 곳. 사람들은 그곳을 가리켜 ‘슬로 시티’라고 부른다.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즐거운 곳. 『슬로 트립』은 세계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5곳(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유치·장평면, 담양군 창평면, 하동군 악양면)의 슬로 시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담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십 대를 추억하며 90일간의 여행의 기록을 담은 『소울 트립』의 저자 장연정의 두 번째 여행 이야기.

 




출판사 서평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곳, 내 사랑과 네 사랑 사이에 예쁜 꽃이 피는 곳… 슬로 시티!

여행의 계절이 찾아왔다. 비록 삶의 쳇바퀴를 바쁘게 굴리며 살아갈지라도, 일주일이 채 못 되는 짧은 시간에 불과하더라도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도시의 일상을 떠나 어딘가에 몸을 누이고, 책 한 권을 벗 삼는 것. 삶은 이처럼 작은 것에서 행복이 밀려오는 법이다.

여행은 아름다움과 조우하는 시간이다. 여행만이 안겨주는 아름다움을 붙들고, 소유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갈구하는 이유는 잠시나마 전혀 ‘다른’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을 안겨주는 새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 ‘느림’을 만끽하는 시간. 여행은 바로 ‘느리게 살아가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09년 여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십 대를 마감하며 떠난 90일의 여행 기록을 담은 『소울 트립』으로 많은 이들의 영혼을 다독여준 장연정의 두 번째 에세이 『슬로 트립』은 바로 ‘느림’이라는 여행의 본질을 되새기는 책이다. 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장평면, 하동군 악양면…. 세계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우리나라의 슬로 시티(Slow City)를 다녀온 그녀의 여행은 ‘느리게 여행하기’의 참맛을 보여준다. 환경과 자연, 시간, 계절을 존중하고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그곳에서 그녀는 ‘슬로’란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에게 ‘슬로’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자연의 삶을 실천하고, 전통적인 것들의 가치를 다시 깨달음으로써 더 나은 삶을 향한 진정한 ‘슬로’를 보여주는 슬로 시티의 ‘사람들’이었다. 증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를 느리게 놓아줄 때에도, 희고 굵은 소금들이 알알이 해를 끌어안고 피어나는 태평염전에서도, 소금 냄새 풍겨오는 증도의 해변도로를 자전거로 달릴 때에도, 청산도의 무덤들을 바라보며 산다는 건 결국 내 육체를 고이 뉘일 수 있는 곳을 찾으러 떠나는 긴긴 여정일지도 모른다고 느낄 때에도, 영화 '서편제'의 유봉과 송화가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걸어 내려오던 길에서 노란 유채꽃과 파란 청보리를 보며 가슴 한켠이 설렐 때에도, 사방이 너무도 고요한 담양의 돌담길을 산책할 때에도, 대나무 숲에 불어오는 바람을 핑계 삼아 마음 속 울음을 털어낼 때에도, 자연한테 좋은 게 사람에게도 좋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던 장흥군 유치면에서도, 하동의 녹차밭에서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쥐고 그윽하고 맑은 향기를 마시며 사랑하는 이를 떠올릴 때에도, 손과 마을이 저울인 화개장터 사람들로부터 물건 한 점에 마음 한 점까지 덤으로 받았을 때에도 그 속에는 변함없이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금, 갯벌… 아름답고 착한 섬_ 신안군 증도 푸른 바다, 돌담길… 동화 속 풍경_ 완도군 청산도 현대와 전통의 조화_ 담양군 창평면 유기농법의 농촌마을_ 장흥군 유치면, 장평면 차와 문학의 향기, 지리산과 섬진강의 어울림_ 하동군 악양면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결코 나 혼자 쓴 게 아니라고. 다섯 곳의 슬로 시티들을 여행하는 동안 만난 모든 산과 강, 바람, 나무, 흙, 그리고 느림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써내려간 책이라고 고백한다. 그저 가만가만 하루를 살고, 자연과 함께 무엇 하나 뽐내지 않으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증도, 청산도, 담양, 장흥, 하동으로 이어지는 슬로 시티의 느림의 미학에 관한 책이자, 동시에 나와 너, 그리고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슬로 트립』은 책의 곳곳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을 갈급해하는, 그리고 언젠가 슬로 시티를 찾아 지친 몸을 누이고 싶은 나를 만나게 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북적이는 길 한복판에서, 이별하고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구석구석 탈이 난 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이 책에 들어 있다. 모두 각자의 어깨 위에 비슷한 모양의 쓸쓸함과 생의 상처를 짊어진 존재들. 『슬로 트립』은 느리게 호흡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슬로 시티를 통해 우리의 식은 등줄기를 조심조심 쓸어내려가는 고맙고도 소중한 책이다. 나 아닌 누군가가 내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안겨주는 서운함.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 그것의 일정한 간격을 아름답다고 이해하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여행을 통해 ‘사이’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존재, 언제나 같은 방향을 걸어가는 존재… 전통을 지키며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삶을 꾸려가는 슬로 시티를 여행하는 비법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었다.

책의 말미, 저자는 90일간의 해외여행보다 이 땅의 슬로 시티에서의 ‘여행 같은 삶’이 유독 더 힘들고 더뎠음을 숨기지 않는다. 마음을 나눠주고, 그 마음을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유난히 힘들 듯이 슬로 시티에서 만난 풍광과 사람들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나의 연약한 부분까지 고백해버린, 그리하여 나를 알아버린 여행지의 풍경들이 뒷모습을 잡아끌고, 늘 겪는 일상의 지루함과 피곤함을 왜 그리 떨치지 못하느냐고 묻는 듯한 ‘느린 삶’을 가진 사람들이 손목을 다시 잡아끌었기 때문이리라. 마음을 나눠주고, 그 마음을 다시 거둬들이는 일에는 역시나 곱절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일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 그 순간, 시간이 더디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그곳에 그녀가 다시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청산도의 푸른 바다 빛이 그립고, 증도의 드넓은 염전 위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보고파 견딜 수 없다면 당신도 그녀처럼 짐을 꾸리게 될지도 모른다. 『슬로 트립』은 이처럼 마음을 간질이는, 위험한 책이다.

* 슬로 시티란?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즐거운 곳. 슬로 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또는 ‘풍요로운 마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시타슬로’의 영어식 표현으로,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계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5곳(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유치·장평면, 담양군 창평면, 하동군 악양면)의 슬로 시티가 있으며, 최근 충남 예산군 대흥면과 응봉면이 추가로 지정되었습니다. www.cittaslow.kr

 



본문 중에서


해야 할 일도 잠시 잊고, 내일 걱정은 내일에게 맡겨두고 나를 멈추는 것.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음악도, 눈요깃거리도 접어야 한다. 다만, 느리게 호흡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를 감싸던 불안이란 녀석은 공기 중에 흩어지고 나의 바깥은 조용히 내 안의 피안彼岸이 된다. 거기 바쁘게 뛰어가는 그대여, 우리에겐 지금 멈추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북적이는 길 한복판에서, 이별하고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는 서로 그렇게 마음 따라 구석구석 탈이 난 몸을 안고 등 토닥여줄 또 하나의 나를 보아왔는지도 모른다. 유난히 눈에 띄는, 무작정 다가가 손 내밀고 싶어지는, 그러다 잠시 시선을 거둔 사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수많은 사람들. 어쩐지 나를 닮은 듯도 하고 어디에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사람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어깨 위에 비슷한 모양의 쓸쓸함과 생의 상처를 짊어진 존재이다. 그것은 어떤 미묘한 신호와도 같아서 그저 스쳐 지나가던 사람도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렇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식은 등줄기를 쓸어내려주기 위해 우리는 모두 온기 있는 두 손을 가지고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저기 쓸쓸히 서 있는 나의 환영을 위해. 결국 서로를 위해.

나는 나이다. 나 아닌 누군가가 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살며 느끼는 나와 타자간의 간극이 쓸쓸한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느끼는 서운함? 그것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누구라도, 결국 자기 자신만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법이니까. 그러니 우리, 그 사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말기로 하자. 사람과 사람 사이, 그것의 일정한 간격을 아름답다고 이해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 삶의 궁극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하자. 내가 마음을 준 누군가가 완벽한 내가 되지 못함을 슬퍼하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결국 ‘사이’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존재라는 걸,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하자.

내게 밥 먹자, 는 말은 마음 좀 나누자, 는 말이다. 함께 밥을 먹었다는 건 이미 마음을 나누었다는 말이고, 밥은 먹었느냐고 묻는 일은 네 마음은 안녕하냐, 는 말의 다른 말이다. 안부가 걱정될 때면 밥 한 끼 먹게 시간 좀 내달라 말하고, 축하할 일이 생기면 축하한다는 말 대신 밥 사줄게, 라는 말로 축하를 대신한다. 밥 한 끼를 함께한다는 것은 그렇게 서로에게 정을 주는 일이다. 내 마음을 보이는 일이다. 낯선 타인에게 받은 두 번의 밥상. 할머니가 내게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고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참, 따뜻했다. 속이 든든했다. 그리고 젓가락질, 숟가락질과 함께 툭툭 떨어진 내 마음을 어떻게 다시 주워 담아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재래시장에서는 늘 사람의 마음이 함께 딸려온다. 사람의 마음이 듬뿍 담긴 재료로 지은 음식은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살찌우고, 누군가를 위해 한쪽을 덜어도 전혀 아프지 않은 따뜻하고 건강한 가슴을 만들어준다. 한두 개쯤 더 담아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마음. 대신 다음에 또 오면 족하다는 그 한마디. 화개장터 사람들이 내게 보여준 마음씀씀이는 대형 마트에서 만나게 되는 차갑게 묶인 ‘1+1’의 현혹과는 다른 뿌듯함이다. 편하게 밀고 다닐 카트는 없지만,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는 없지만, 그램 수마다 가격표도 붙어 있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살맛’이 나는, 그래서 더욱 ‘살生 맛’이 나는 재래시장이 나는 참 좋다. 마음 끝에 저울이 달린 재래시장의 할머니들은, 그렇게 오늘도 오가는 손님들에게 물건 한 점에, 마음 한 점을 얹어주고 계셨다. 내가 만난 화개장터의 마음 넉넉하신 할머니처럼.

 




차례

Slow Trip 1 증도

Andante, Andante
내가 밟은 모든 길
소금 꽃이 피었습니다
참… 맛있다
바이시클 랩소디
어떤 만남
들어봐, 갯벌의 노래

나무를 껴안다
보물 찾기


Slow Trip 2 청산도

일생을…
별것 아닌 여행
여행의 맛
다도해를 바라보며
환영幻影
슬로푸드
잠든 그대에게
만년 소녀
봄이 오면…
후유증


Slow Trip 3 담양

지도를 읽는 시간
평행 위의 동행
그날의 날씨
돌담길, 추억
참 좋은 사람들
대숲에 외치다
쓸쓸한 수다
사람으로 산다
세상의 모든 미소
언제든 반가운


Slow Trip 4 장흥

나의 살던 고향은
생각의 창窓
사랑을 믿는 나를 믿는 거야
기억을 담는 여자
있는 그대로
돌을 쌓는 마음으로
뒷모습
야경夜景
다 알 필요는 없어
밥상 앞에 마주 앉아


Slow Trip 5 하동

슬로 슬로 퀵퀵
나 홀로 박물관
찻물에 마음을 띄워
물건 한 점 마음 한 점
서른 살의 강
슬픈 말, 좋은 말
서희네 집
매화꽃 필 무렵
아름다운 것들
돌아오는 길


작가의 글

 




지은이

장연정

1981년생. 작사가로 활동하며 팀, 거미,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샤이니 등에게 노랫말을 지어주었다. ‘여행하기 위한 삶’이란 목표 아래, 떠나고 돌아오며, 그리고 사랑하며 오늘도 열심히 글 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십 대를 마감하며 떠난 90일간의 여행 기록을 담은 첫 책 『소울 트립』으로 수많은 청춘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금 이 순간도 낯선 곳에서 당신을 위한 여행을 떠나 있을 지도 모른다.
twitter.com/yeondol81



사진

이지예

1980년생.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틈만 나면 낡은 필름 카메라를 메고 여행을 떠나길 좋아한다. 그렇게 낯선 여행지에서의 우연이 모여 자신의 운명을 만든다고 굳게 믿는다. 오랫동안 싸이월드 페이퍼를 발행하다가, ‘블로거 작가단’에 선정되어 ‘배우 지진희와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에 다녀왔다. 『나, 그대 사이에, 꽃이 필 때』, 『슬로 트립』 사진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 자신만의 여행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다.
www.cyworld.com/ezy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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