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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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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일, 정재완 外
지음
- 120*188 - 162p - 10,000원 - 2011년 7월 12일 - 978-89-546-1538-9 (0381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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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란 세상에 흩어지는 말들을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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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출판사가 펴낸 모든 책은 그 출판사의 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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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어느 한 출판사가 펴낸 모든 책은 그 출판사의 전집이다. 사람 얼굴이 당사자의 인품을 일부 대변하는 것처럼 표지는 책 내용을 반영한다. 적어도 텍스트의 정체 혹은 성향의 절반은 표지에 담겨 있다. 이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능력이다. 표지 감식안이 없으면 표지에 드러난 텍스트의 속내를 읽어내기 어렵다. 출판사가 안정됐다는 것은 신간을 꾸준히 펴내며 잘 굴러감을 뜻한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런 출판사들의 출판물은 각기 표지에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표지만 봐도 어떤 출판사의 책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아무리 간행목록이 풍성해도 표지가 들쑥날쑥하고 중구난방인 출판사는 신뢰감이 떨어진다.
전집(全集, complete works)은 크게 개인 전집과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 집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전집은 “시대, 부문, 사 상, 유파, 국가, 그 밖의 지역 등에 의해 대표적인 저작물을 골라 서 편집하고, 이것을 수 권 혹은 수십 권으로 일정 기간에 걸쳐 간행하는 서적”1이다. 출판·인쇄 용어 사전은 이러한 예로 한국 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세계사상교양전집 등을 든다. 일반적 의미의 전집은 선집(選集, selected works)에 가깝다. 모든 것을 온전히 모았다는 본뜻에 부합하는 전집은 개인 전집으로나 가능하다. 여전히 문학전집은 일반적 의미의 전집을 대표한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직으로 우뚝 선 나무는 두께와 무게로 세월을 품고 있다. 나이테에는 켜켜이 오랜 시간이 접혀 있다. 이윽고 나무는 종이가 되면서 얇고 가벼워진다. 수평으로 놓인 종이는 접혀 있던 시간을 하나둘 풀어내며 이야기를 쏟아낸다. 누군가 그 종이를 묶기 시작한다. 시간은 다시 접히고 이야기는 그만의 흐름으로 편집된다. 언제든 시간을 접고 펼칠 수 있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모습을 갖춘다. 종이가 ‘책’이 되는 것이다 나무가 책이 되듯, 책은 다시 나무가 된다. 나무가 숲을 만들 듯 책들이 모인 풍경은 울창한 숲과 같다. 공기를 맑게 하고, 거센 바람을 막고, 쉴 그늘을 만들어준다. 그 풍경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생각이 깊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지나온 숲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가 심어놓은 싹이 자라서 제법 가지도 치고 잎사귀도 달렸다. 그 안에 한국 북 디자인의 한 가지가 자랐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그냥 거기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바쁘게 오가는 책이 있다. 책은 그 자체가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사물이다. 우리는 옷깃을 여민, 단추를 꼭꼭 채운, 속살이라고는 일체 보여주지 않는 경계심 많은 책을 그저 책상 위에, 책꽂이에 두고 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책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책과 둘도 없는 단짝이 되는 것은 우리의 관심 과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책은 원래부터 ‘거기’ 있다. 가만히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책은 교활한 속내를 감춘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내게 책이 조용하다는 것은 책답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게 뭐냐 하면,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출판을 지탱하고, 독자를 키우고 훈련시켜서 구매력을 돋우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문고본이에요. 그런데 전집이 문고본의 성장을 짓눌러버렸어요. 문고본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문고본에 맞는 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 물질적으로 문고본에 맞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한국문학전집하고 삼중당 문고본하고 내용이 다른 게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이왕이면 비싸게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이게 앞으로 길게 보면 수십 년 후 한국 출판의 암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어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단행본 콘텐츠를 문고본으로 만들어서 파는 단계를 지나서 이제는 문고본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해서 만드는 단계에 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출판을 총체적으로 그런 맥락 속에서 보지 않고 있죠. 그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속도주의와 획일화 문제를 들 수 있겠죠. 쉽게 말하면 표준 교양, 표준 상식, 나열식······ 뭐 이런 것들. 묘한 한국 문화생산의 어두운 측면이 있죠. - 정병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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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출판과 북 디자인 최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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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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