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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잔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당신의 곁엔 어떤 ‘잔’이 함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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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엄마의 오래된 찬장 속 ‘잔’
내 친구의 얼굴을 똑 닮은 ‘잔’
‘잔’, 나와 당신을 제일 잘 보여주는 그릇,
세상의 모든 ‘잔’을 그림으로 만나다!
감각과 취향의 시대다. 볕이 들어오지 않는 작고 답답한 원룸에서 내일을 꿈꿀지라도 ‘나만의 것’을 향한 욕심을 숨길 수 없는 시대다. 내 곁에 두고 쓰는 물건만큼은 ‘only’ 혹은 ‘must have’로 불리는 것들을 사게 되고, 쓰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박세연에겐 ‘잔(盞)’이 그런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그릇만큼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있을까요?”
작가에게 ‘잔’은 단순히 무언가를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그 이상의 존재이다. 일산의 작업실에서 동화책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단골 커피집 ‘제리코’에서 백마담, 노엘, 마감녀 등 지인들과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때마다, 심지어 ‘잔’을 찾아 떠난 국내외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동선은 ‘잔’에 맞춰져 있다.
“혹시 아세요?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는 거품이나 라테 아트의 시각적 상승효과를 위해서 입구가 넓고 두꺼운 잔이 어울리고, 아메리카노는 뜨거우니까 손잡이가 있는 머그잔에 담겨 나오고, 홍차잔은 향을 깊이 마시기 위해 입구가 넓은 잔에 담긴다는 걸요?”
그러고 보니 거리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마시던 ‘잔’은 저마다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다. ‘잔’과의 사랑에 빠진 이후, 작가 박세연은 꽃피는 봄이 오면 향기로운 장미차를 노리다케잔에 담고, 싱그러운 여름엔 시원한 유리잔에 얼음 한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를 즐기고, 볕이 좋은 가을엔 넓고 얇은 잔에 향 좋은 홍차를 담아 마시고, 쌀쌀한 겨울엔 손까지 데워주는 고마운 머그잔을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장인의 손길이 깃든 값비싼 도자기부터
거리에서 산 소담한 잔까지,
그리고 ‘잔’과 함께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
영국을 대표하는 본차이나, 장인의 손길이 담긴 웨지우드, 세련된 패턴과 우아한 셰이프로 커피잔에 어울리는 에르메스, 깨지지 않는 주방용품의 대명사 코렐, 묵직하고 단단해 보온성이 뛰어난 파이어킹, 오리엔탈 문화가 꽃피운 츠비벨무스터, 덴마크의 문화유산 로열 코펜하겐…….
<잔>
에는 인류와 함께 호흡해온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잔’에 얽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각각의 브랜드의 특징을 정확히 포착한 그림을 관찰하는 재미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본문 중에서)
작가는 말한다. 손잡이와 받침의 유무, 만드는 방법과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는 ‘잔’을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그림까지 그리게 된 것은 무엇을 담아 마시건 그 잔을 든 순간이 우리의 영혼에 휴식을 안겨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잔>
을 읽고 나면 그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휴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불면증이 심해 한의사를 찾은 작가에게 “조금은 무책임하게 사세요”라는 지혜로운 처방전이 내려졌듯이,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리던 나에게 작은 선물을 안겨주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엄마의 찬장에서, 여행지의 벼룩시장에서, 친구의 다락에서 만난 다양한 ‘잔’의 모습까지. 오직 차의 맛과 향과 분위기를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발명품인 잔의 모든 잔상(殘像)을 담은, 그래서 언제나 내 곁에 두고 함께하고 싶은 그릇 ‘잔’에 관한 이야기. <잔>은 그런 책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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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에스프레소의 온도를 지키는 데미타스,
홍차의 향을 머금은 넓고 얇은 잔,
어떤 음료든 척척 담아내는 머그,
음료의 시원함을 그대로 전달하는 유리잔,
보온을 위한 둥글고 두꺼운 잔,
누구든 이동하며 마실 수 있는 종이컵까지.
그냥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잔에는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훌륭한 맛과 향과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정성이 숨어 있다.
차가 찻잔을 통해 입으로 전달될 때까지의 모든 것을 위해
만들어진 소통의 도구이다.
‘괜찮다면 제 잔을 선물해도 될까요?’
같이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어느 날 찻잔 하나를 선물했다.
수년 전 베니스에서 산 찻잔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선택되어 나에게 오기까지의 시간.
이 찻잔에는 얼마나 많은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리고 이제 이 잔에 얼마나 많은 나의 이야기를 담을까?
불면증이 심해져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불면증이나 소화불량 등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매사에 무책임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의사는 무책임한 말투로 ‘무책임해지세요’라고 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해결책 아닌가!
차를 마시면 자국이 남는다.
비싼 잔은 잔 가장자리가 섬세한 각도로 되어 있어
커피 방울이 잔의 바깥으로 흐르지 않지만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잔은 그리 고가가 아닌지라
섬세하게 커피잔 입구까지 신경 쓰지는 못하나보다.
하지만 나는 입술에 묻었던 커피가
잔을 타고 흘러내려 말라버린 얼룩을 좋아한다.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흔적 같다.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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