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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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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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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가르쳐 줬어.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서른은 예쁘다』의 김신회가 전하는 서른 편의 소설, 서른 개의 남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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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남의 인생, 삶, 사랑 이야기를 통해 맛보는 소.설.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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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사랑은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다. 상대가 가진 단어를 헤아리고 그가 구사하는 어휘에 적응하며 그의 진심을 알아나가는 일, 그 과정을 결코 창피해하지 않으며, 없었던 용기를 짜내는 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조금의 노력도 없이 ‘나는 이미 안다’며 잘난 척하는 일은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 옛날 열심히 종이에 적어가며 알파벳을 외웠던 것처럼, 생전 처음 본 곳을 여행할 때 가방이 터지도록 준비물을 챙기는 마음처럼 그렇게 사랑을 시작하는 거다. 사랑은 여행이니까. 사랑은 상대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니까.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랑은 다 쓸데없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어차피 시들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이 악무는 것으로 끝나버리지 않는가. 사랑과 연애에 있어 어차피 결론은 하나다. 다들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것.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며 이별하고서도 금세 또 다른 사랑을 찾는다는 것. 우리는 늘 이 ‘쓸데없는 짓’을 반복하며 산다. 내가 머무는 이 일상만으로는 도무지 숨통이 트이지 않기에 우리 모두에겐 또 다른 세계가 필요하다. 언젠가 나를 둘러싼 이 삶이 뒤통수를 치더라도 가뿐히 두 발을 옮겨놓을 수 있는 세계. 즐거움일 수도, 안도일 수도, 또 다른 희망일 수도 있는 그 세계는 답답하기 만한 현실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늘 여기 아닌 어디, 이것 아닌 다른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비밀 없는 사람은 없다. 고로 비밀 없는 가족은 없다. 어쩌면 세상 모든 죄의 근원이 될 태평하고도 당연한 집단은 애정의 모양만큼이나 각기 다른 비밀들에 의해 유지되는 게 아닐까. ‘우린 늘 서로에게 솔직해’라는 최면을 바탕으로 종종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며 의심을 하다 ‘어쩜 그럴 수가 있니’라는 원망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며 위안을 얻는 사람들. 그게 가족이다. 그래도 헤어질 수 없으니 가족이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 성장하길 바란다면 가족과 거리를 둘 것. 가족이 모르는 비밀을 만들어볼 것. 그리고 서로의 비밀을 존중해줄 것. 그것은 나를, 더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를 구원해주는 일이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는 허심탄회한 인정은 자신을 소심함으로부터 해방시킬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라는 인정 뒤에는 ‘그러므로 어쩔 수 없다’는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다’라는 답답함이 숨겨져 있다. 그러는 사이 그 작은 소심함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으며 쑥쑥 자라나, 종국에는 그 소심함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주요한 성분이 된다. 사람에게 기억상실의 능력이 있다는 것, 세월의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때때로 고마울 때가 있다. 건망과 시간은 한 번 새겨진 상처를 죽을 때까지 갖고 살지 않도록 돕고 새로운 만남과 기회를 받아들일 내성을 갖게 하니까. 나 역시 사람에게 받은 상처에 이를 악물면서도 친구들에게 억울함을 털어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일로 잊을 수 있었고, 문득 정말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수룩하게나마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실연을 당해 폐허가 된 마음은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면 어느새 정돈되었다. 그럴 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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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누군가를 만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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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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