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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행자의 사랑
“여행은 끝나지 않는 새벽입니다.” 세상의 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남자, 故 베르나르 지로도 감독의 마지막 에세이

 

 

 

 

 

 

   

- 베르나르 지로도 지음
- 이세진 옮김
- 120*188mm
- 452p
- 13,500원
- 2012년 12월 24일
- 978-89-97835-11-9 (0386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세상의 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남자, ‘끝나지 않는 새벽’을 살았던 배우, 故 베르나르 지로도의 마지막 에세이

배우, 작가, 영화감독 등 늘 여행자의 삶을 살았던 베르나르 지로도의 마지막 에세이.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T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특한 여행기다. 자신이 매우 사랑하는, 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인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며 탐미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훑어내려가는 특별한 여행기다. 아마존, 칠레, 페루, 캄보디아, 필리핀…… 작가는 대륙과 시대를 넘나들며 과거의 영웅들과 전설을 오늘의 여행에 불러낸다. 그가 갔던 곳, 느꼈던 것, 경험했던 모든 것을 T 부인에게 고백한다. T 부인은 누구일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작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를 매우 사랑한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며, 세계의 여성일 것이며, 이 시대의 여성일 것이다. 미스터리하지만, 보이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여성. 그녀는 그가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어디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다 갑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베르나르 지로도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며 작가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붐'에서 선생님 역할로, 자국에서 ‘렉스프레스 독자 대상’을 거머쥐고 12만 부 가까이 팔리고 국내에도 소개된 소설 『사랑을 여행하는 시간』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베르나르 지로도는 의 삶은 여행, 연기, 글쓰기로 압축된다. 열여섯 살에 해군에 들어가 스물두 살에 프랑스 라 로셀의 한 극단에 들어갈 때까지 그는 6~7년간 항해 생활을 하며 십대 후반에 이미 지구를 두 바퀴 돈 사람이 되었다. 배우의 길을 걷게 된 후에도 그의 역마살은 떠나지 않아서,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암 환자를 돕는 삶을 살며 연기하고, 여행하고, 글을 쓰며 새로운 사람과 색다른 장소를 찾는 기쁨을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에세이가 되어버린 『여행자의 사랑(원제: Cher Amour』은 평생을 여행자로 살아온 작가가 미지의 인물 ‘T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특한 여행기다.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인지 알 수 없는 T 부인에게 그는 자신의 삶과 여행의 모든 것을 고백한다. 애틋한 연서(戀書)를 보는 듯한 탐미적인 글 사이로 여행지에 얽힌 생생한 역사와 황홀한 신화, 그리고 현지인들의 날 것 같은 이야기를 포개어놓고, 자신이 연기하는 작품과 배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작가에게 여행이란 ‘끝나지 않는 새벽’과 같다. 새 하루를 예고하는 새벽처럼, 여행은 늘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혹은 마지막 에세이가 될지도 모르는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또다른 ‘여행’으로 받아들인다. 막이 내려갈 때마다 죽는 운명을 지닌 배우로, 역마살에 다짜고짜 이끌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유목민으로 살다간 자의 마지막이었다. 그에게 여행이란 세상을 탐구하는 하나의 학습이었다. “나는 결국 연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가능한 연구에 지친 이 육신이 쓰러졌기에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살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게는 소명이 있었습니다. 일상, 관습적 삶, 시곗바늘에 맞춘 삶에서 벗어나 높이 올라가고 싶었어요. 이제 몸이 무너졌으니 삶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야 했어요. 그저 살아야 했어요”라는 고백이 말해준다.

혹시 새벽과 같은 삶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여행자의 사랑』과 함께 베르나르 지로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독백처럼 살아보는 건 어떨까?

‘지표들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약해지고 상상력은 폭주하는 법이지요. 지평은 너무 희미하고 저들에겐 방향이 필요합니다. 저들은 이 배에서 떠나면 배의 진로가 아니라 각자의 진로로 가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 가능성에 취할 것이요, 또 어떤 이들은 바다와 돌발이 펼쳐 보이는 백지에 아찔함을 느낄 겁니다. 그 백지에는 공감의 잉크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테지요. 그 막막함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짐작이나 할까요? 물론 그들의 꿈은 무한하지만 그들도 벌써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라는 거대한 책 속에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걸요. 나는 잠시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운명을, 그 놀라운 고백을 다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의 웃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나는 세계 일주를 하고 싶어요. 영원히.’

 



본문 중에서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을 꾸며주기 때문입니다. 새벽은 아찔하고 눈부신 것을 예고합니다. 새벽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탄생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새벽을 바라본다는 것은 관조가 아니라 체험이에요. 그대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새벽 속으로 푹 잠겨듭니다. 여행의 행복은 온갖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데에 있답니다.

태양은 보이지 않고 신비롭고 매혹적인 위협만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뭔가가 결핍되고 빠져있는지도 모릅니다. 방치된 결핍이랄까요. 그러한 일종의 버림을 느꼈습니다. 영원은 호기심을 죽입니다. 모든 것이, 삶조차도 붙잡을 수 없이 빠져나갑니다. 이따금 속에서 기어올라오는 음험한 욕망이 있을 뿐이지요.

우리 여기서 나갈까요? 내 눈으로 직접 밤하늘을 보고 싶군요. 당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싶군요. 나는 이런 가상관측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냥 당신 곁에, 당신의 은하 속에 머물고 싶을 뿐이에요.

카메라의 눈은 삶의 일부밖에 포착하지 못하지요. 카메라로 잡아낼 수 있는 모든 것,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향해 달려듭니다. 겉모습 너머의 것에는 다가갈 수 없다는 좌절, 그게 바로 시네아스트의 좌절이지요. 부인, 내가 당신에게 글을 쓰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보이는 현실 너머, 나의 카메라로는 당신에게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태양이 아직 위력을 떨치기 전에 나는 그 모든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안개 자욱한 새벽이 몰고 오는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를 햇살이 조금씩 몰아냅니다. 땅의 색깔은 이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앙리 미쇼는 그림자야말로 가장 격한 감정을 감추는 법이라고 했지요. 빛은 그런 감정을 위협하고 태양은 제멋대로 끼워 맞춥니다.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매력적인 여배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요. “사람은 해가 비치는 동안에만 늙는 거예요. 그러니 부디 나에게 그늘을 좀 남겨주세요.”

지표들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약해지고 상상력은 폭주하는 법이지요. 지평은 너무 희미하고 저들에겐 방향이 필요합니다. 저들은 이 배에서 떠나면 배의 진로가 아니라 각자의 진로로 가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 가능성에 취할 것이요, 또 어떤 이들은 바다와 돌발이 펼쳐 보이는 백지에 아찔함을 느낄 겁니다. 그 백지에는 공감의 잉크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테지요. 그 막막함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짐작이나 할까요? 물론 그들의 꿈은 무한하지만 그들도 벌써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라는 거대한 책 속에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걸요. 나는 잠시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운명을, 그 놀라운 고백을 다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의 웃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중략) 나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요. 영원히. 막.

내 사랑, 믿음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든 중요한 것은 믿음이죠. 사랑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당신을 믿습니다.

난 당신을 알아봤어요. 완벽한 당신, 완벽한 미지의 여인을. 당신에게 다가가 말했죠. 편지를 쓰고 또 썼지만 당신 주소를 알지 못했다고, 당신이 원한다면 편지를 모두 주고 싶다고. 당신을 오랫동안 찾았어요. 내 사랑, 어디에 있었나요? 나는 온 세상에서, 홍해와 푸른 바다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산에서, 내 젊은 날의 항구에서, 술집에서, 유곽에서, 따분해 죽을 것 같은 파티에서, 역겹고 화나는 쾌락의 밤에 당신을 찾았어요. 구름 없는 새벽, 조짐 좋은 새벽, 거짓 새벽, 빌어먹을 새벽, 우울해 미칠 것 같은 새벽, 해가 떨어지는 시각에 당신을 찾았습니다. 당신을 보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놓습니다. 당신은 지금 막 만난 남자,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남자가 아니라 예전의 그 남자가 쓴 편지를 읽고 있을 뿐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읽어줄 건가요? 그날, 내 생애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미 겪은 스쳐간 꿈이었을 뿐이니까요.
 




차례

친애하는 T. 부인에게  007
〈비망록〉의 구멍  015
회한과 절망을 가로질러 - 브라질  029
개봉 엽서  089
숙명을 이야기하고 - 칠레  097
커튼을 걷어올리며  189
잠든 화산의 입술 - 필리핀  205
다른 세상의 회전목마  265
뱃머리, 푸른 선, 고독한 몽상 - 지부티  289
예외적 살육 - 캄보디아  359
작은 영토  413
작동 정지  423
엔딩 크레딧  446
옮긴이의 말  448

 




지은이

베르나르 지로도 Bernard Giraudeau, 1947~2010

1947년 라 로셀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해군에 들어가 스물두 살에 라 로셸의 한 극단에 들어갈 때까지 6~7년간 항해 생활을 했다. 십대 후반에 이미 세계를 두 바퀴나 돌았을 정도로 역마살을 타고났다. 소설가, 배우,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그의 삶은 여행, 연기, 글쓰기로 요약된다. 영화 〈아프리카, 아프리카〉 감독, '안토닌의 조각들'(2006), '워터드롭스 온 버닝 락'(2000), '마르키스'(1997) 등에 출연했고, 2001년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했다. 『닻을 내린 선원』(2001), 『위마위아카 이야기』(2002), 『대지의 인간들』(2006), 『사랑을 여행하는 시간』(2007) 등의 소설을 남겼다. 특히 『사랑을 여행하는 시간』은 프랑스에서 12만 부 가까이 팔리고 ‘렉스프레스 독자 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암 환자를 돕는 삶을 살며 여전히 연기하고, 여행하고, 글을 쓰며 새로운 사람과 색다른 장소를 찾는 기쁨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책 『여행자의 사랑(원제: Cher Amour)』은 그가 남긴 마지막 책이다. 


옮긴이

이세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랭스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유혹의 심리학』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다른 곳을 사유하자』 『반 고흐 효과』 『욕망의 심리학』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꼬마 니콜라』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꽃의 나라』 『바다나라』 『무한』 『천재들의 뇌』『작가의 집』『중국을 읽다 1980-2010』 『소르본의 바보』『굿바이 심리 조종자』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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