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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떤 날 3
휴가 休暇

비워져 있는 당신의 오늘, We are on vacation.

 

 

 

 

 

 

    - 강윤정 김민채 김소연 다람 박세연 박연준 요조 위서현 이우성 장연정 최상희 지음
- 161*230
- 272쪽
- 14,000원
- 2013년 8월 6일
- 978-89-97835-31-7 (0498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휴가. 듣는 이의 마음을 참 설레게 하는 단어다. 사람들은 ‘더 잘 쉬기 위해’ 저마다의 휴가를 상상하고 계획한다. 그러나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 치열했던 일상의 ‘정지’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상 더 깊숙한 곳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북노마드 여행무크지 『어떤 날』 3호는 ‘휴가’라는 주제를 던졌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라는 가장 휴가다운 고민에서부터, 이탈리아 사람들의 근심 없는 ‘프레고, 프레고’까지의 휴가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는 휴가가 일상에서 벌어진 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삶에서 비어 있던 사이, 진공 상태, 틈새 같은 것. 삶에서 멈추어 떨어져 나온 것도 아니고 깊숙한 이면을 파헤치는 것도 아닌 사이의 발견, 비어 있음의 발견. 그 ‘비어 있음’의 발견은 채우려는 인간이 아니라 계속 비워져 있는 인간으로 완성된다. 가득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비워져 있기 위하여 우리는 모르는 거리를 헤매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방콕’을 즐기고, 연인과 품을 나누고 다시 밥을 먹는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틈새를 위하여! 한없이 비워져 있는 ‘바캉스적 인간’이 되기 위하여! 그러니 오늘 우리는 쉬자. 한없이 비워진 채로, 진공 상태로, 사이를 발견한 채로 더 많은 것을 놓자. 비워져 있는 당신의 오늘, 휴가를 위하여.

 




출판사 서평


프레고 프레고, 우리는 그저 ‘이동중’일 뿐이니까요.

휴가란 일상에서 벌어진 ‘틈’이다. 삶에서 비어 있던 사이, 진공상태, 틈새 같은 것. 그 ‘비어 있음’의 발견은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가득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비워져 있기 위하여 길을 나서고, 그저 집에서 시원한 수박이나 먹으며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연인과 품을 나누고 허기가 질 때면 다시 밥을 먹는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틈새를 위해, 한없이 비워져 있는 ‘바캉스적 인간’이 되기 위해 말이다. 그러니 휴가라는 것은 시간을 쪼개어 무언가를 하려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닐까? 점에서 점을 향해 이동하는 삶이라는 기차 여행처럼, 도달하기까지의 우리 삶은 특별한 진공 상태에 놓인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사이’에 놓였을 때엔, 무언가를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두려워 말아야 하는 것이다. ‘더 잘 쉬기 위한’ ‘휴가를 더 잘 보내기 위한’과 같은 목적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휴가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진다. 담백해진다. 우리가 순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길을 잃어도 오늘 타야할 배가 오지 않아도 다 괜찮다. 일상의 사이에서 이동중일 뿐이니 가볍게 웃으며 “프레고, 프레고” 하고 외쳐보는 것이다.

* 프레고prego는 아무쪼록, 실례, 미안합니다, 천만에요, 괜찮아 등의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다.

파도가 잠식한 발자국을 찾아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휴가에 대한 오랜 고민을 재치 있게 풀어낸 박세연 작가의 그림으로 『어떤 날 3』의 휴가는 시작된다. 작열하는 태양,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한여름의 도시에서 ‘여름휴가’를 얻은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바다를 꿈꾸게 되는 듯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멀리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 맨발에 와 닿는 파도. 바다를 휴가지로 선택한 사람들이 꿈꾸는 ‘파랑’ 안엔 아마 그러한 것들이 담겨 있으리라. 그래서일까 『어떤 날 3』에도 유독 ‘바다’라는 공간에 담긴 이야기와 일상까지 시원하게 적셔줄 바다 사진들이 가득하다. 제주도부터 니스(프랑스), 파타야(태국), 포지타노(이탈리아)까지. 곳곳에서 마주한 바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바다마다 빛깔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태양이 반짝이는 정도에 따라, 모래와 자갈의 색, 산호와 해초의 색에 따라 물빛은 달라진다. 그 바닷가를 걸었던 사람들마다의 추억 역시 바다의 빛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떤 날 3』에 담긴 물빛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당신의 휴가를 즐기는 시원한 방법이 되리라 믿는다. 비록 파도와 함께 사라져버린 모래사장 위의 발자국처럼 형태가 없을지라도, 바다가 품은 이야기들은 보드랍고 간지럽게 당신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찍히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끝끝내 사랑을 줄 수는 없겠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로 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고, 이게 내 사랑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것 말고, 좋은 것만 주고 싶다. 다짐이랄 것도 없는 상념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우리의 인생엔 설명할 수 없는 일투성이일 것이다. 너는 나의 리얼리티,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 강윤정 ‘Nice, Pieces’ 중에서

그러다 발견한 말은 바쿠우스vacuus.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였다. blank 혹은 empty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나는 내 멋대로 ‘호모 바쿠우스’라는 말을 발명했다. 비워져 있는 사람. 그 어떤 의미 부여도 할 수 없는 괄호의 사람. 정말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이따금 무언가로 내 대명사를 채우려들 때마다, 나는 호모 바쿠우스야, 하고 되뇐다. ‘바쿠우스’는 우리가 흔히 쓰는 ‘바캉스(프랑스어 vacance)’의 어원이기도 하단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 호모 바쿠우스라는 내 삶의 모토는 바캉스적 인간이라는 뜻이 이미 포함된 셈이다.

- 김소연 ‘바캉스적 인간’ 중에서 서


휴가는 ‘인생’이란 큰 덩어리에 갈라진 틈, 어떤 ‘사이’에 도착하는 것이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목적의식 없이 순간 속에 자연스럽게 머물거나 스밀 수 있다. 쉬자. 주먹을 펴고, 욕심과 걱정에서 놓여나자. 나는 가벼워지고 내 삶은 더 말랑하고 행복해지리라. 치열하게 흐르는 삶. 거센 물결 속에 작고 반짝이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운이 좋은 사람, 눈 밝은 사람만이 이 징검다리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맛있게 건너갈 것이다.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가능한 많이, 가능한 자주 있기를.

- 박연준 ‘보이지 않는 도둑이 훔쳐간 것들’ 중에서

얼마 후에 L과 친구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저쪽 텐트를 보니 할머니를 깨우지 말자고 합의를 본 듯, 나머지 가족들이 조심조심 텐트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도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어쩌면 정말 할머니는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그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과, 그런 나에게 환멸을 느끼는 또다른 내가 사이좋게 누웠다.

- 요조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중에서

삶이 두려워질 때는 그저 살아내면 된다. 삶을 이해할 수 없을 때면 그저 바다처럼 겪어내고 파도처럼 부딪히면 된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은 부드럽게 흘려보내면 된다. 우리는 삶의 정답을 찾아 애써 붙잡으려 하지만, 답은 흘러가는 시간에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결코 붙잡아둘 수 없는 순간 속에만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위서현 ‘푸른 곳에 마음 풀다’ 중에서

 




차례

prologue 4


박세연_ 휴가 8

강윤정_ Nice, Pieces 12

김민채_ 동경東京 30

김소연_ 바캉스적 인간 62

다람_ 가까이, 더 가까이 90

박연준_ 보이지 않는 도둑이 훔쳐간 것들 108

북노마드 편집부_ 암스테르담에 갔다, We are on vacation 124

요조_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146

위서현_ 푸른 곳에 마음 풀다 172

이우성_ 더 자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일어났다. 그녀가 말했기 때문이다. “더 자.”190

장연정_ 휴가에 관한 몇 개의 말풍선들 208

최상희_ 프레고, 프레고 232


epilogue 268

 




지은이

박세연

에든버러 칼리지 오브 아트(Edinburgh College of Art, ECA)에서 석사학위(일러스트레이션 전공)를 받았다. 학교에서 개최한 'The Art Exhibition'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3년 런던 아티스트 북페어, '그림책 아티스트 마켓'(상상마당, 2010)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잔』이 있다.


강윤정


늘 텍스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문학동네에서 시와 소설, 평론을 다듬어 책으로 꿰고 있다.


김민채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을 이루는 각각의 동네마다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 『더 서울』이라는 책을 썼다. 북노마드 편집자로 아주 예쁜 시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들고 있다.


김소연


1967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시집 『극에 달하다』와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산문집 『마음사전』과 『시옷의 세계』 등이 있다. 제10회 노작문학상과 제5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다람(daram)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Where to go' 'Daydreaming' '산들산들' 등의 싱글앨범을 발매했다.
www.facebook.com/Darammusic



박연준


시인.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같은 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가 있다.


요조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경소녀'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Vono' 'Color of City' '1집 Traveler' '모닝 스타' 등의 앨범이 있다. 5년 만에 정규 2집 '나의 쓸모'로 돌아왔다.
www.yozoh.com



위서현


KBS 아나운서. 1979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을 공부했다. KBS NEWS 7, 2TV 뉴스타임 앵커, 1TV '독립영화관' '세상은 넓다', KBS 클래식 FM '노래의 날개 위에' '출발 FM과 함께' 등을 진행했다.


이우성


시인, 《아레나(ARENA)》 기자,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무럭무럭 구덩이」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GQ》 《DAZED AND CONFUSED》를 거쳐 현재 《아레나》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를 냈다.


장연정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현재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득 짐 꾸리기와 사진 찍기, 여행 정보 검색하기, 햇볕에 책 말리기를 좋아한다. 여행산문집 『소울 트립』 『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이 있다.


최상희


소설가, 여행작가. 소설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 상’을 탔다. 『명탐정의 아들』 『옥탑방 슈퍼스타』 등의 소설과 여행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강원도 비밀코스 여행』 『사계절, 전라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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