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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투명한, 반투명한, 불투명한 미술


 

 

 

 

 

 

    - 이대범 지음
- 110*185
- 392p
- 16,000원
- 2013년 12월 31일
- 978-89-97835-44-7 (0360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미술평론가이자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이대범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계를 성찰해온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안규철, 이동기, 배영환, 정서영, 문성식, 파트 타임스위트 등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대면했던 순간들을 정직하면서도 예민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미술적인 것’에 다가가기 위해 그가 작가들에게 지속적 으로 던져온 질문과, 그들이 나눠온 수평적 대화는 “현대미술”에 다가가는 의미 있는 걸 음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미술비평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인 이대범의 글은 익숙했던 것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 혹 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해찰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를 쏙 빼닮았다. 그의 글은 우리가 미술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미처 시선을 두지 못했던 곳을 살피게 한다. 저자는 미술에 인생을 걸었다 말하면서도 늘 스스로를 타자의 위치에 놓고 자신의 언어를 의심하며 주춤 거린다. 그저 그가 수없이 만나고 또 만난 작가들로부터 배운 언어에 자신의 언어를 덧대 었을 뿐이라 고백한다. 타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 속에 위치한 마음으로 글쓰기. 이대범의 글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만남’은 하나의 사건이다. 작가가 세상과 만나 작품이 이루어지고, 그 작품이 큐레이터와 만나 전시로 행해지고, 그 전시가 관객과 만나 감상으로 귀결된다. 자칫 어렵게만 다가올 수 있는 ‘미술비평’이라는 것도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만남이라는 사건이다. 결국 서로에 게 타자일 수밖에 없는 나와 네가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투명한 미술, 반 투명한 미술, 불투명한 미술』의 저자 이대범은 책의 제목처럼 그 만남이 투명할 수도, 반투명할 수도 그리고 아무리 다가가도 불투명할수도 있다고 믿는 미술 비평가이다. 그래 서 그는 겸손히 목소리를 낮춘다. 모든 미술의 출발점은 내가 아닌 ‘너’를 인식하는 순간 아름답게 발화한다고.

그래서일까. 이 책의 첫 출발로 그는 1980년대 민중미술을 바로미터로 삼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현대미술이 ‘타자(The Other)’를 최초로 인식했던 시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타자 와의 관계 설정’, 즉 내가 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출발 점으로 삼은 민중미술과 그 이후 시간 동안 이어진 포스트 민중미술,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1990년대에 형성된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는 한국 현 대미술을 정리해 나간다. 물론 그의 글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풍경 역시 우리 미술이 간직해야 할 소중한 ‘사건’이다.

『투명한 미술, 반투명한 미술, 불투명한 미술』의 자랑은 한국 현대미술 안팎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필독해야 할 작가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김학량, 안규철, 조덕 현, 이동기, 손동현, 문성식, 이호인, 권경환, 박광수, 정재호, 정용국, 김보민, 이은실, 파 트타임스위트, 강동주, 조성린-박길종-황호경-현시원, 노순택, 정서영, 조습, 배영환, 정직 성, 김윤호, 박보나 등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서 작업 방식과 태도에 있어 미술 적인 것을 탐구하는 ‘기준’이 되는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다. 언젠가 한국 미술사로 편입될 작가들과 나눈 수평적 대화는 단순히 미술을 보여주고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현실을 재현하고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이자 태도로 기능한다. 미술의 외부에서 미술의 내부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관조자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권할 만하다. 과거의 화석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은 제법 괜찮은 가이드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제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그사이에 미술의 대중화를 논하는 이 들도 많아졌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대해 묻고, 미술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 한 복판으로 자리를 옮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인파가 몰려들고, 어떤 미술관은 줄서서 입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 는 모습은 많지 않다. 누구나 미술에 다가가고자 하지만 그 밑바탕에 미술에 마음을 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소중해 보인다. 모두가 ‘나(I, me, my, mine)’에 빠져 있는 지금, 내가 아닌 ‘타자’를 향한 마음씀씀이가 담긴 비평을 통해 미술 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한 권의 책이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저자는 말한 다. 그 마음을 안고 계속해서 미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겠다고. 우리가 미술평론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인 이대범의 발걸음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늘 해찰하기를 좋아했다. 여기를 기웃거리다보면, 저기가 보였고, 저기를 기웃거리다 보면, 거기가 보였고, 거기를 기웃거리다보면 여기가 ‘다시’ 보였다. 걸음은 느렸고, 무거 웠다. 항상 뒤처져 있었다. 시선이 머무는 곳곳이 어두웠다.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당당 하기보다는 움츠리는 것들로 가득했다. 온몸에 육박하는 자극에 예민해야 했으며, 그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워야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행동이 ‘무의미’로 보였나보다. 꾸지람도, 질타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의 해찰하기는 계속되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나를 뒤흔드는 ‘의미’들과 접선했기 때문이다. 우글거림이 잠재된 그곳은 매혹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나의 해찰이 고마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나’는 ‘너’를 통해, ‘너’는 ‘나’를 통해 자신을 반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은 더 나아가 ‘우리’라는 전체적인 세계를 반성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라는 틀 밖에 있는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나-너’ 그리고 ‘우리’로 이어지는 틀 안에 갇힌 우리만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존재하는 틀 밖의 세계도 보게 한다.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 ‘나’와 ‘너’를 통한 ‘우리’ 보기-대화로서의 미술적 재현 / 안규철論 서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기록과 유물은 불완전한 재현의 체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역사는 ‘과학’이 아니다. 단지 ‘믿음’에 근거하 고 있을 뿐이다. 역사가는 역사의 흐름에 개연성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에 게 ‘믿음’을 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조덕현은 역사가이다. 그는 ‘낯선 시간’에 있는 뒤엉 킨 시간의 실타래에서 실을 한 올 한 올 풀어 상호간의 개연성을 생산해내면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빈 공간을 채우고 촘촘히 역사를 꿰맨다. 그렇다면 역사는 허구인가 사실인가. 조덕현은 이러한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는 않는다. 그는 역사가 만들어지 는 과정에 있어서 숨겨진 부분까지 드러낸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매장-발굴 그 리고 역사화되는 과정을 보지 않았던가.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 정을. 그것으로서 충분한 답이 되지 않았을까.

- ‘낯선 시간’에서 끌어올린 역사라는 것-‘발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 조덕현論


이동기의 작업에서 모든 경계는 사라진다. 마치 아토마우스가 어딘가를 날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아토마우스는 아토마우스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아토마우스의 존재 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문화의 충동과 미술 기율에 대한 자의식 어딘가를 서성 이는 아토마우스를 ‘관찰’해야 한다. 거기에 아토마우스, 이동기 그리고 우리가 있다.

- 아토마우스는 아토마우스가 아니다 / 이동기論

여러 방식의 작가가 있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세세한 결들을 잘 관찰해내고, 그 안에서 그리고 싶은 소재들을 찾아왔기 때문에 삶에 집중하는 것이 그림을 온전히 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무엇을 그릴까 며칠 동안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 보다 삶 속을 배회하다가 무언가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빨리 풍부한 작품의 소재들을 만나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나는 감에 의존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작가인 듯하다. 작업이 나오는 과정은 복합적인 것이다. 경험과 느낌, 논리적 생각, 선입견 이외에 여러 가지 것들이 총체적으로 모여져서 어떤 순간에 외부로 쑤욱 나오는 것 같다.

- 인터뷰. 밤을 바라보고 기다리며 노래한다 / 문성식論

 




차례

8 작가의 말

19 포스트 민중미술, 무엇에 대한 ‘포스트’인가?

37 가만히 좋아하는_김학량

49 ‘나’와 ‘너’를 통한 ‘우리’ 보기- 대화로서의 미술적 재현_안규철

75 ‘낯선 시간’에서 끌어올린 역사라는 천- ‘발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_조덕현

97 아토마우스는 아토마우스가 아니다_이동기 인터뷰. 대중문화에 물들다

125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컬러텔레비전 키드’의 생애_손동현

139 인터뷰. 밤을 바라보고 기다리며 노래한다_문성식

155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방랑자’_이호인

167 지루할 틈 없는 날_권경환

179 더듬듯이 다가가는 좀더 밝거나, 좀더 어두운 세계_박광수

189 ‘이승의 한이 뿜어내놓은 입김’ 안의 혹성_정재호

201 통제와 탈주, 그 둘의 우연한 만남_정용국 인터뷰. 검은 안개

229 ‘저 밖의 풍경’에서 ‘밖의 풍경’으로_김보민

239 말하지 못한 소문으로 가득한 고요한 풍경_이은실 인터뷰. 길 목

261 무명의 공간의 나지막한 소란 그리고 발화_파트타임스위트

275 빛도 어둠도 아니면서, 동시에 빛과 어둠인 세계_강동주 인터뷰. 25시간의 ‘정전’, 그곳을 보라

305 ‘천수마트 2층’의 사랑 이야기_조성림-박길종-황호경-현시원 인터뷰. 자극

327 정착하지 못하는 땅에 발 쭉 뻗고 정착한 ‘얄읏한 공’_노순택

335 무중력 공간_정서영 345 유쾌하거나 혹은 불편하거나_조습

355 새파란 하늘처럼 그렇게 살리라_배영환

363 그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_정직성

371 지루하고, 지독한 현실을 유랑하다_김윤호

383 누구도 될 수 있고, 누구도 될 수 없는 ‘X’의 고백_박보나

 




지은이

이대범

1974년 매연 자욱한 영등포 언저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오던 해찰하기 를 즐긴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했다. 현재는 2009년 작동하기 시작한 ‘roundabout’의 일원이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참여하고, 강의를 하 며 여기저기를 해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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