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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 오늘의 포르노그래피
Pornographie du temps présent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 알랭 바디우 지음
- 강현주 옮김
- 김상운 감수
- 125*200
- 128쪽
- 12,000원
- 2015년 6월 24일
- 979-11-86561-04-1 (0310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이미지들로 가득한 자본주의라는 매음굴에서 빠져나와 권력의 벌거벗은 모습을 직시하자!
우리 시대의 사상가, 알랭 바디우의 소르본 대학 강연을 책으로 만나다!
바디우의 최신 글 「적기와 삼색기」, 국내 최초로 완역 소개!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오늘의 민주주의는 어떤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사상가로 칭송 받는 알랭 바디우는 장 주네의 희곡 「발코니」를 알레고리로 삼아, 환영들뿐인 이 세계의 정치 현실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혁명이 들끓고 있는 나라, 어느 매음굴, 유곽의 발코니, 어둠의 배양자인 ‘이르마 여왕’과 통제자인 ‘경찰서장’이 사는 세상…… 바디우는 몇 가지 실마리를 던져주고선 읽는 이로 하여금 미로의 어둠 속을 헤매게 한다. 독자에게 남겨준 실마리라곤 유곽을 통제하는 경찰서장과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포르노그래피, 즉 매매춘의 기록뿐. 바디우는 욕망이 거래되는 곳, 시장만능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인 이 유곽에서 우리가 사는 오늘의 민주주의와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발기시킨다. 우리가 함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유곽의 문 앞에 서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발코니 너머의 세상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지, 우리의 꿈을 버리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물론 해답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노예적인 욕망을 전혀 채워줄 수 없는 ‘시(詩)’와 ‘이미지(image)'를 준비하자는 노철학자의 육성은 책을 덮은 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2013년 소르본에서 행한 바디우의 강연을 담은 책. 뉴스 사이트 《미디어파르》의 블로그에 수록된 알랭 바디우의 최신 글 「적기와 삼색기」 완역본과 바디우 사상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해제’를 부록으로 추가했다.

 




출판사 서평


으깨지고 뭉개질 시간의 씨앗―『알랭 바디우, 오늘의 포르노그래피』 읽기

- 고원효 / 문학동네 인문팀 부장

왜 철학자의 말과 글에 관심을 기울일까? 모종의 난해함과 위험성이 한 철학자의 사유를 지키는 해자와 성벽이 될 수 있을까? 좌파 중에서도 골수 좌파, 심지어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두고 질문을 그치지 않는 사상가, 오늘날 프랑스에는 살아 있는 철학자가 그리 많지 않다며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플라톤주의자. 알랭 바디우라는 고유명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서구 철학의 전통을 고수하는 우직한 대가로 크게 추앙받는 그는, 마치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기록광증(記錄狂症, Hipergraphia)을 앓기라도 하는 양, 이게 마지막이라는 듯이 지칠 줄 모르고 현실 정세 분석을 쏟아낸다.

시시각각 빛은 색채를 바꾸고 그림자를 옮긴다. 온갖 표정의 사람이 지나고 우두커니 선 노거수 한 그루가 제 둘레로 머리채를 빙그르르 돌린다. 여기 분홍빛 표지의 얇은 책 『알랭 바디우, 오늘의 포르노그래피』가 놓여 있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나는 어떤 미로, 어떤 현기증 속으로 빨려들게 되리라. 왜 이 책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가. 무엇 때문에 미로를 헤매고 현기증을 겪어야 하는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사람은 현실 공간에서 이탈해 그만의 여행을 한다. 현실은 사라진다. 어둠이 배양됐던 처소에 희한한 빛의 구멍이 열리고 그리로 한없이 많이 양의 그림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황홀한 ‘현재의 이미지’란 결국 내 안에 뚫린 커다란 동굴/무덤 속 춤추는 환영(Simulacrum)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 목소리를 듣는 여러 개의 시뮬라크룸, 구멍 뚫린 주체성들, 욕망들…… 시공간을 알 수 없는 어느 나라, 무대는 한 발코니. 멀리 혁명의 함성이 들린다. 장 주네의 희극 「발코니」를 알레고리로 삼아, 바디우는 정확히 2010년 아랍세계를 수놓았던 재스민 혁명을 논한다. 그가 되묻는 것은 환영들뿐인 이 세계의 정치 현실에서 어떤 자세를 유지할 것인가이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그저 참주제보다 조금 나은 정치 형태일 뿐이었다. 여러 개로 나뉜 데모스(인민)의 권력이 지혜로운 통치의 꿈에 쉬 가닿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오늘의 민주주의는 어떤가? 바디우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장 주네의 희곡 속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어둠을 접어두고 다른 하나의 어둠을 찾아간다. 혁명이 들끓고 있는 나라, 어느 매음굴, 유곽의 발코니로, 어둠의 배양자인 ‘이르마 여왕’과 통제자인 ‘경찰서장’이 사는 세상으로.

책을 펼쳐 바디우가 설계한 미로 속으로 빠져든 후, 읽는 이는 이 거울상의 구조, 미로의 건축학적 세계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바디우는 의도적으로 몇 가지 실마리를 던져주고선 미로의 어둠 속에 나를 던져버린다. 실마리 중 하나는 유곽을 통제하는 경찰서장, ‘고무 자지의 형상을 뒤집어쓴 경찰서장’이다.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포르노그래피, 즉 매매춘의 기록, 어쩌면 이게 전부일 게다. 그렇다면 어떤 매매춘인가? 바디우는 욕망이 거래되는 곳, 시장만능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인 유곽에서, 우리가 사는 오늘의 민주주의, 시뮬라크룸이 지배하는 세상의 사랑은 도대체 어떤 사랑인가라는 질문을 발기시킨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현재 시간은 어떤 흐름을 띠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건져낼 수 있는가. 당연히 바디우는 답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 질문만이 있을 뿐이다. 거울에 비친 거울상의 심연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하고 또렷하게 이 거울의 놀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시적인 벌거벗음’을 간직하라고 강권한다. 시적인 벌거벗음은 곧 시간의 붕괴다. 시간의 씨앗만을 지닐 뿐, 그 꽃과 열매를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시는 아름답지 않다. 한아름에 안을 수 없다. 미추(美醜)의 차원이 아니다. 어떤 단절을 보여주고 원형과 주체를 소멸시킨다. 시간이란 추상성, 있지도 않은 그 관념의 매개로부터 이 세계 너머로 우리가 싹틀 수 있다. 으깨지고 뭉개짐으로써 가능성을 구현하는 것, 그게 혁명, 발아다! 누군가는 말했다. 매순간 시간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올 구세주를 보는 것, 그것은 대단히 어렵고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현재 시간에 관한 사유가 그럴진대, 하물며 데모스에 관한 사유는 어떻겠는가.

내가 함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유곽의 문 앞에 서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발코니 너머의 세상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가? 우리의 꿈을 버리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가?

엄청난 정보들을 집적해놓은 작은 메모리칩처럼, 나무 전체 상을 담은 한 장의 나뭇잎처럼, 이 책에는 무수한 사유의 줄기와 갈래가 압축돼 있다. 이 책으로부터 바디우의 드넓은 사유세계로 뻗어나가는 일이 가능하리라. 그리고 종이에 옮겨지는 동안 잘려나갔을 목소리들(이 책은 원래 2013년 소르본에서 행한 강연이었다)을 복원해보는 내적 작업 또한 읽는 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될 것이다.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현재에 대한 위험하고 급진적인 유일한 비난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인 비난이다. 자유 자본주의의 지배에 대해서 맞서 싸울 필요는 없다. 단지 이미지들로 가득한 금융이라는 매음굴에서 빠져나와 권력의 벌거벗은 모습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노예적인 욕망을 전혀 채워줄 수 없는 시(詩)와 이미지(image)를 준비하자.


이미지들의 희극을 실존하게 하려면, 그러니까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것, 즉 우리의 현재에 대한 남근으로 다루는 것은 거의 의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단조롭게 제시되는 것의 저편에서 진정한 현재의 핵심을 쟁취하려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민주주의적 물신의 저편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져야만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 주네의 「발코니」는 예비적인 조작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현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고, 상상하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날은 민주주의자라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감상적인 의무감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를 파괴하는 맹렬하고 벌거벗은 권력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뒤집어쓰자마자 모두의 인정을 받고 심지어 사랑받게 됩니다. 마치 경찰서장이 발기된 성기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모두의 욕망을 희망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이 의무감이나 사랑을 조리 있게 다뤄야 합니다. 일단 우리의 영혼에서 민주주의를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떼어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론은 매우 암울할 것이고, 현재는 조만간 최악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힘든 것일 수도 있지만, 세계에 대한 참된 비판은 오늘날 결국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아카데믹한 비판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음을 파악해야 합니다. 결국 자본주의 비판이 자본주의 비판으로 환원되는 것보다 더 쉬운 것도, 더 추상적인 것도, 더 쓸모없는 것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의 우리는 두 세계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가 과도기적 ‘오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과도기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심지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안락에 대한 우리의 수동적인 욕망을 채울 뿐입니다. 우리의 정신적 비참, ‘중간계급’의 비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비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중간계급’의] 만족감을 채울 뿐입니다.


이미지들이 군림하는 민주주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문을 열어두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현재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오래된 혁명 정치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가 힘겹게 그 진리를 경험하고 있는 시간들입니다. 우리는 이 간격의 경험자들입니다. 우리는 두 개의 세계 사이에 있습니다. 한 세계는 서서히 망각 속으로 빠져들고 있고, 다른 세계는 단편적일 뿐입니다. 이곳을 거쳐 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거쳐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물신 없는, 특히 민주주의적 물신이 없는 하나의 정치를 단편들에 의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발코니」에서 반란자 중 한 명이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차례

9
현재의 이미지


51
부록 / 적기와 삼색기


83
해제 / 알랭 바디우에 대하여 - 알랭 바디우 철학에 대한 짧은 소개


119
알랭 바디우의 저술들

 




지은이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알랭 바디우는 1937년 모로코의 라바(Rabat)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서 수학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좌파 철학자다. 참여 지식인, 정치적 활동가, 수학자, 소설가 등으로도 불리는 그는 파리8대학 철학과 및 고등사범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처음에는 사르트르주의자였으나 고등사범학교 시절 알튀세르를 만나 제자가 되며, 동시에 라캉에게서도 영향을 받는다. 렝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프랑수아 레뇨를 만나 잡지 《분석을 위한 노트》 편집진에 참여하며,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구조주의(알튀세르)와 혁신적 정신분석(라캉)을 접목시킨다. 68혁명 이후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한다. 바디우는 탈현대에서 부정당한 주체, 진리, 세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라캉의 주체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주체의 이론』(1982), 전통의 존재론을 수학적 존재론으로 이행시키고 여기에 주체에 의해 선언되는 사건을 연결한 『존재와 사건』(1988)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철학을 위한 선언』(1989) 『사도 바울』(1997) 『세계의 논리: 존재와 사건 2』(2006) 『사랑 예찬』(2009) 등의 철학서가 있으며,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도 썼다. ‘과학에 근거를 두는 혁명적 해방의 사유’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철학자답게 1985년 프랑스 코뮌주의자연맹을 잇는 포스트레닌-마오주의 단체인 ‘정치조직’을 창설해 활동하는 등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존재와 사건』의 제3권인 『진리들의 내재성』(가제)을 집필하고 있다. 파리8대학과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지냈다. 현재 파리에 있는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 École normale supérieure에서 철학 단과대를 이끌고 있다.


옮긴이

강현주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불어 및 영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는 왜 이유 없이 아픈 걸까』 『마음의 치유』 『인간관계의 심리학』 『산은 내게 말한다』 『내 인생의 자전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차 한 잔』 『아이의 진실』 『커피(ABC 시리즈)』 『사랑의 속도를 늦추어라』 『고스트 컴퍼니』 『엄마,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이름』 등이 있다.


감수자

김상운

현대 정치철학 연구자이자 전문 번역가이다. 현대 사상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사유를 실험하며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푸코 이후: 통치성, 안전, 투쟁』(2015) 『이미지의 운명: 랑시에르의 미학 강의』(2014) 『신자유주의와 권력: 자기-경영적 주체의 탄생과 소수자-되기』(2014) 『권력과 저항: 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2012) 『세속화 예찬: 정치미학을 위한 10개의 노트』(2010)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새로운 논쟁을 위하여』(공역, 2010) 『목적 없는 수단: 정치에 관한 11개의 노트』(공역, 2009)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역, 2005) 『다중: 현대의 삶 형태에 관한 분석을 위하여』(2004) 『들뢰즈 사상의 진화』(공역, 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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