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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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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오 하루밍 지음 - 이수미 옮김 - 105*170 - 224쪽 - 12,000원 - 2015년 6월 26일 - 979-11-86561-05-8 (0383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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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고양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양이들의 동선을 주의깊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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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수수께끼의 고양이 신사가 알려주었다.
“도쿄대 캠퍼스 안에 고양이가 있어요.”
하지만 없었다. 인터넷 고양이 정보 사이트에서 산시로 연못 부근에 있다는 글을 읽었기에 한번 가보았으나 고양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검은 정장 차림의 성실해 보이는 여자가 바위 위에 홀로 앉아 도시락 먹는 걸 본 게 다였다.
‘산시로’ 하면 나쓰메 소세키이고, ‘나쓰메 소세키’ 하면 데이코쿠 대학이다. 게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고, 아드님은 『고양이의 무덤』이라는 수필까지 썼다. 왠지 나쓰메 소세키의 영혼이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나, 나쓰메 소세키로 빙의한 것 같아”라고 하면, 이 사람, 배가 많이 고픈가보네, 라고 하겠지?
연못을 지나 도쿄대 병원 쪽으로 가니, 낡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릇에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달라붙어 있어 지저분하다. 이거 언제 먹었던 건가요? 고양이는 어디 갔나요? 캠퍼스 안에는 큰 차도 지나다니지 않고, 무시무시한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숨을 곳도 많고, 고양이가 살기에 딱 좋은 장소라서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오늘은 고양이 여신인 먀미코 씨도 함께 왔는데. - ‘마다가스카르 관에서 헛걸음하다 – 우에노’ 중에서 하루밍 씨랑 만난 것도 거기였잖아요. 기억하나요? 우리 고양이족의 조상님은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놈이 있으면 일단 적으로 간주하라고 가르치거든요. 하루밍 씨는 나를 보면서 눈꺼풀을 깜박거렸기 때문에, 아, 이 인간은 적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나한테 “귀여운 야옹이, 참 영리하게도 생겼네”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들으니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이 사람,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예감이 나를 덮친 거죠. 후아아아, 죄송해요. 갑자기 졸리네요. 나는 열심히 수다를 떨다가도 바로 잠들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해도 굉장한 재능인 것 같아요. 그때 내가 먼저 다가가서 하루밍 씨의 무릎을 날름 핥았잖아요. 그건 하루밍 씨 안에 들어가겠다는 의사 표시였어요. 날름 핥으니, 하루밍 씨가 내 머리랑 등을 쓰다듬어주었죠. 인간이 여기저기 자꾸 만지면 불쾌한데, 쓰다듬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어루만지면 엄마가 핥아줬던 감촉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러고 꼬리뼈를 쓰다듬으니까 엉덩이 구멍에 힘이 들어가더니 하루밍 씨 안으로 쏙 들어가지더라고요. - ‘내 안의 고양이, 고향에 가다 - 조시가야’ 중에서 서 사람은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어른이 되는데, 길은 새 껍질이 한 겹씩 쌓이면서 자라는구나. 뭐든 새로워지고 균일해지는 건 싫지만, 그 움직임마저 멈추면 이제 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물도 나도 고양이도 땅 위에 놓여 있다. 그러다 언젠가 저세상으로 간다. 내가 살았던 장소에 또다른 사람이 살기 시작한다. 마을의 고양이는 좀더 빠른 속도로 교체된다. 그런 생각이 들긴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는데, 최근에 받은 건강진단 항목을 보고 있으니 서서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 ‘우물을 찾자마자 무지개를 보다 - 네즈’ 중에서 “어디서 왔니? 하고 물어보면 커다란 저택에 살았을 때 자주 먹었다면서 호화로운 만찬 메뉴를 술술 읊거나, 큰 회사 사장의 애인 집에 살았던 시절을 자랑스럽게 늘어놓곤 하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고양이는 건망증이 심해서 최근 일만 기억하거든요. 나는 어디서 왔는지 다들 묻기에, 이사 간 주인 뒤를 쫓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러니까 길고양이는 아니고 주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지요. 아무도 수상히 여기지 않았어요. 우유만 마실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 고양이든 다 남루하고 힘들어 보였지만, 이 마을에서는 적은 수확으로도 그럭저럭 살 만한가봐요. 참치를 달라는 둥 가리비를 달라는 둥 까다롭게 굴지만 않는다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대요. 길고양이는 자기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내 안의 고양이가 “친절한 고양이 아줌마가 가끔 밥을 주는데, 배가 불러도 먹게 될 때가 있어요. 그렇잖아요? 내가 안 먹어주면 아줌마 마음이 불편하잖아”라고 잘난 척하며 말한다. 고양이는 늘 이렇게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듯 군다. - ‘치카코 씨, 길고양이가 되다 – 나미다바시’ 중에서 예전에 온실이었던 방은 고양이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모두 다른 포즈를 취한 고양이가 받침대 위에 하나씩 놓여 있다. “나 이거 보려고 왔어”라며 고양이 이마를 쓰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손님이 만지니 고양이 조각상 이마에서 빛이 난다. 아사쿠라 후미오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야나카에서 살았던 이유도 혹시 고양이가 많은 마을이기 때문이었을까? 내 안의 고양이가 “언제까지 고양이 중심으로 생각할래요? 야나카에 형님이 살았기 때문이거든요. 거기서 조각도 배웠잖아요”라고 나무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분명 형이 고양이를 좋아했겠구나. 고양이 동상을 앞에서 보고 뒤에서도 본다. 이 생물을 영원히 잃고 싶지 않아서 동상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줄곧 이곳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단하게 굳히는 것이다. “나도 동상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내 안의 고양이가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 ‘아사쿠라 조각관에 단단한 고양이가 있다 - 야나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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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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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오 하루밍(浅生ハルミン) 이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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