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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으로 산책기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사뿐사뿐, 살금살금, 어슬렁어슬렁……. ‘고양이 스토커’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이 마음속 고양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도쿄의 일상


 

 

 

 

 

 

    - 아사오 하루밍 지음
- 이수미 옮김
- 105*170
- 224쪽
- 12,000원
- 2015년 6월 26일
- 979-11-86561-05-8 (0383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내 안의 고양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양이들의 동선을 주의깊게 따라간다!
‘고양이 스토커’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도쿄의 일상
그림일기 『3시의 나』를 잇는 아사오 하루밍만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

1년 동안 매일 오후 3시에 있었던 일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3시의 나』) 자신의 성실함과 귀여움을 뽐낸 바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의 산책 일기. 혼자, 혹은 자신의 고양이와, 지인들과 함께 돌아다닌 도쿄 이야기를 담았다. 산책을 기록하는 아사오 하루밍은 물론 고양이가 아니지만, ‘내 안의 고양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양이들의 동선을 주의깊게 따라가며 그야말로 ‘고양이 눈으로 산책’을 떠난다.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내 안의 고양이’는 저자의 속에 들어앉아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기도, 휙 외출하기도 한다. 고양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길을 나서는 순간에도, 길에서 우연히 고양이를 마주치는 순간에도, 저자는 도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환상에 빠져든다. 저자가 묘사하는 도시가 실제의 도쿄와 어느 정도 닮아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러면서도 무척 생생하고, 가끔은 아주 진솔하다. 그리고 엉뚱하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은 목적지로 향하는 잰 발걸음이라기보다 정처 없고 두서없는 산책인 셈이다. 어쩌면 길을 잃게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고양이는 늘 약간씩은 짓궂으니까. 사뿐사뿐, 살금살금 고양이의 시선으로 걷는 저자의 도쿄 산책 일기를 따라가다보면, 매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고양이가 가르쳐주는 길 잃는 법

- 아사오 하루밍 [고양이 눈으로 산책]

박사 / 북칼럼니스트

밤도 산책도 도시도 좋아한다. 아이폰을 들고,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도시의 다른 얼굴을 보러 돌아다니다가 찰칵찰칵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기록도 지도도 좋아한다. 손으로 그린 약도를 좋아하고, 모든 길을 낱낱이 걸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게 누군가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서울에 사는 것 같다”고 했고, 또다른 이는 내 밤 산책 흔적을 좇으며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말했던가? 나는 고양이도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아사오 하루밍을 좋아한다. 자, 이쯤 되면 내가 이 책에 편파적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사오 하루밍은 일 년 동안 매일 오후 세시에 있었던 일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자신의 성실함과 귀여움을 뽐낸 바 있다. (아참, 나는 남의 일기도 좋아한다.) 그런 그가 산책 일기를 써냈다. 혼자, 혹은 자신의 고양이와, 아니면 치카코 씨나 다른 지인들과 함께 돌아다닌 도쿄 이야기다. 부제는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산책을 기록하는 아사오 하루밍은 물론 고양이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안의 고양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양이들의 동선을 주의깊게 따라간다. 그래서 “고양이 눈으로 산책”이다. 또하나의 주인공인 ‘내 안의 고양이’는 저자의 속에 날름 들어앉아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다가 어떨 땐 휙 외출하기도 한다. 옷집 고양이에게 빠져 있기도 하고 자신이 태어난 집을 찾아가보기도 하는 걸 보면 꽤 독립적인 일상을 누리는 듯. 누군가는 저자의 안에서 그 고양이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저자는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묘한 지점에 걸쳐 있다. 도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환상에 빠진다. 저자가 묘사하는 도시가 실제의 도쿄와 어느 정도 닮아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무척 생생하고, 가끔은 아주 진솔하다. 그리고 엉뚱하다.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세계로 점프. 목적지로 향하는 잰 발걸음이라기보다 정처 없고 두서없는 산책에 가까운 책이다. 오밀조밀 친절하게 그려낸 약도도 실제 지도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없다.

길을 잃게 하려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고양이는 늘 약간씩은 짓궂으니까. 그래서 따라갈 만하다. 단, 마음을 비우고 가야 할 것이다. 그 안에 고양이 한 마리 들어앉을 수 있도록.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수수께끼의 고양이 신사가 알려주었다. “도쿄대 캠퍼스 안에 고양이가 있어요.” 하지만 없었다. 인터넷 고양이 정보 사이트에서 산시로 연못 부근에 있다는 글을 읽었기에 한번 가보았으나 고양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검은 정장 차림의 성실해 보이는 여자가 바위 위에 홀로 앉아 도시락 먹는 걸 본 게 다였다. ‘산시로’ 하면 나쓰메 소세키이고, ‘나쓰메 소세키’ 하면 데이코쿠 대학이다. 게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고, 아드님은 『고양이의 무덤』이라는 수필까지 썼다. 왠지 나쓰메 소세키의 영혼이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나, 나쓰메 소세키로 빙의한 것 같아”라고 하면, 이 사람, 배가 많이 고픈가보네, 라고 하겠지? 연못을 지나 도쿄대 병원 쪽으로 가니, 낡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릇에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달라붙어 있어 지저분하다. 이거 언제 먹었던 건가요? 고양이는 어디 갔나요? 캠퍼스 안에는 큰 차도 지나다니지 않고, 무시무시한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숨을 곳도 많고, 고양이가 살기에 딱 좋은 장소라서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오늘은 고양이 여신인 먀미코 씨도 함께 왔는데.

- ‘마다가스카르 관에서 헛걸음하다 – 우에노’ 중에서


하루밍 씨랑 만난 것도 거기였잖아요. 기억하나요? 우리 고양이족의 조상님은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놈이 있으면 일단 적으로 간주하라고 가르치거든요. 하루밍 씨는 나를 보면서 눈꺼풀을 깜박거렸기 때문에, 아, 이 인간은 적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나한테 “귀여운 야옹이, 참 영리하게도 생겼네”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들으니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이 사람,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예감이 나를 덮친 거죠. 후아아아, 죄송해요. 갑자기 졸리네요. 나는 열심히 수다를 떨다가도 바로 잠들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해도 굉장한 재능인 것 같아요. 그때 내가 먼저 다가가서 하루밍 씨의 무릎을 날름 핥았잖아요. 그건 하루밍 씨 안에 들어가겠다는 의사 표시였어요. 날름 핥으니, 하루밍 씨가 내 머리랑 등을 쓰다듬어주었죠. 인간이 여기저기 자꾸 만지면 불쾌한데, 쓰다듬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어루만지면 엄마가 핥아줬던 감촉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러고 꼬리뼈를 쓰다듬으니까 엉덩이 구멍에 힘이 들어가더니 하루밍 씨 안으로 쏙 들어가지더라고요.

- ‘내 안의 고양이, 고향에 가다 - 조시가야’ 중에서 서


사람은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어른이 되는데, 길은 새 껍질이 한 겹씩 쌓이면서 자라는구나. 뭐든 새로워지고 균일해지는 건 싫지만, 그 움직임마저 멈추면 이제 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물도 나도 고양이도 땅 위에 놓여 있다. 그러다 언젠가 저세상으로 간다. 내가 살았던 장소에 또다른 사람이 살기 시작한다. 마을의 고양이는 좀더 빠른 속도로 교체된다. 그런 생각이 들긴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는데, 최근에 받은 건강진단 항목을 보고 있으니 서서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 ‘우물을 찾자마자 무지개를 보다 - 네즈’ 중에서


“어디서 왔니? 하고 물어보면 커다란 저택에 살았을 때 자주 먹었다면서 호화로운 만찬 메뉴를 술술 읊거나, 큰 회사 사장의 애인 집에 살았던 시절을 자랑스럽게 늘어놓곤 하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고양이는 건망증이 심해서 최근 일만 기억하거든요. 나는 어디서 왔는지 다들 묻기에, 이사 간 주인 뒤를 쫓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러니까 길고양이는 아니고 주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지요. 아무도 수상히 여기지 않았어요. 우유만 마실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 고양이든 다 남루하고 힘들어 보였지만, 이 마을에서는 적은 수확으로도 그럭저럭 살 만한가봐요. 참치를 달라는 둥 가리비를 달라는 둥 까다롭게 굴지만 않는다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대요. 길고양이는 자기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내 안의 고양이가 “친절한 고양이 아줌마가 가끔 밥을 주는데, 배가 불러도 먹게 될 때가 있어요. 그렇잖아요? 내가 안 먹어주면 아줌마 마음이 불편하잖아”라고 잘난 척하며 말한다. 고양이는 늘 이렇게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듯 군다.

- ‘치카코 씨, 길고양이가 되다 – 나미다바시’ 중에서


예전에 온실이었던 방은 고양이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모두 다른 포즈를 취한 고양이가 받침대 위에 하나씩 놓여 있다. “나 이거 보려고 왔어”라며 고양이 이마를 쓰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손님이 만지니 고양이 조각상 이마에서 빛이 난다. 아사쿠라 후미오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야나카에서 살았던 이유도 혹시 고양이가 많은 마을이기 때문이었을까? 내 안의 고양이가 “언제까지 고양이 중심으로 생각할래요? 야나카에 형님이 살았기 때문이거든요. 거기서 조각도 배웠잖아요”라고 나무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분명 형이 고양이를 좋아했겠구나. 고양이 동상을 앞에서 보고 뒤에서도 본다. 이 생물을 영원히 잃고 싶지 않아서 동상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줄곧 이곳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단하게 굳히는 것이다. “나도 동상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내 안의 고양이가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 ‘아사쿠라 조각관에 단단한 고양이가 있다 - 야나카’ 중에서
 




차례

머리말

회색 고양이, 강을 타고 내려가다 — 스미다가와
아가씨와 바다를 바라보다 — 요코하마 제방
치카코 씨, 길고양이가 되다 — 나미다바시
튀김 가게의 위용에 놀라다 — 요시와라도테
매화 구경 갔다가 고몬사마를 만나다 — 고이시카와코라쿠엔
마다가스카르 관에서 헛걸음하다 — 우에노
아사쿠라 조각관에 단단한 고양이가 있다 — 야나카
수상한 가게에서 배불리 먹다 — 야나카
고양이 마을에서 고양이 가이드가 되다 — 네즈
우물을 찾자마자 무지개를 보다 — 네즈
관음상으로 다시 돌아온 고양이를 만나다 — 야마테 거리
반쪽짜리 불꽃놀이로 만족하다 — 아사쿠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돌이 사랑스럽다 — 기요스미
내 안의 고양이, 고향에 가다 — 조시가야
고양이의 밤거리 산책 — 센조쿠

번외편 / 설날의 보물찾기 — 어느 마을에서

후기

 




지은이

아사오 하루밍(浅生ハルミン)

1966년 미에(三重) 현 출생.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 저서로 『3시의 나』 『나는 고양이 스토커』 『돌아온 고양이 스토커』 『하루밍의 독서클럽』 『고양이자리 여자의 생활과 의견』이 있다. 『나는 고양이 스토커』는 2009년에 영화로 만들어져서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옮긴이

이수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일본어에 매력을 느끼고 번역 공부를 시작했다. 졸업 후 일본 비즈니스 전문학교 일본문화학과와 일본 외국어 전문학교 일한 통역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뉴질랜드에서 현지인들에게 일본어와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옮긴 책으로는 『3시의 나』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쓰가루 백년 식당』 『무지개 곶의 찻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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