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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문강형준 문화비평 칼럼집

비정규직, 창조경제, 서바이벌 오디션, 미생, 대중 인문학, 갑질, 쿡방, 여성혐오, 국정 교과서, 흙수저…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 문강형준 지음
- 120*180
- 316쪽
- 12,800원
- 2015년 11월 25일
- 979-11-86561-16-4 (0330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문화평론가 문강형준 《한겨레》 크리틱 64편을 책으로 만나다! 2012~2015년 대한민국의 안과 밖, 우리 모두의 ‘헬조선’ 생존기 기존의 질서와 불화하며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문화비평의 힘!

《한겨레》에서 연재되고 있는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의 문화비평 칼럼 중, 2012년 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연재된 64편을 모았다. 사회 현상과 사건,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문화 텍스트를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지옥 같은’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의 맥락을 짚어낸다. 이야기의 실체, 이면, 효과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 과정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취하고 어떤 이야기를 버릴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대안을 이야기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진단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평’이란 궁극적으로 양 갈래로 나뉜 길 앞에서의 판단과 선택을 의미한다. 우선은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시각’이 먼저다. 자신과 불화하는 판단과 시각을 용납하지 않는, 혹은 판단과 시각을 갖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퇴행’하고 있는 이 시대에, 기존의 이야기에 맞서는 ‘대항 이야기’로서의 이 칼럼들이 권력과 자본의 이야기에 빠져 있던 누군가의 생각을, 인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


문강형준이란 사람은 누구인가?

하승우 / 정치학, 『아렌트의 정치』 지은이, 인문무크지 『해시태그(hash tag)』 편집위원

문강형준이라는 사람을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다. 서평에서 ‘사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건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평이란 것이 비평자의 사유를 반영한다면 사람을 평하는 것도 책을 평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감각의 제국』을 평하기에 적합한 사람일 것 같다.

문강형준의 장점은 ‘노오력’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는 분명 이 글들을 쓰기 위해 제법 많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웹상의 정보들을 뒤적거리고 많은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이 정도를 얘기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독자가 했다면 그 때문이다. 그에게는 ‘노오력’이지만 독자에게는 생각의 폭을 넓힐 기회이니 참을 만하다(수없이 등장하는 작은따옴표가 지겨워도 좀 참아보자).

문강형준의 주요한 키워드는 ‘좀비’와 ‘파국’이다. 전작인 『파국의 지형학』이 틀이라면, 이 책 『감각의 제국』은 그 틀로 분석한 한국 사회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이니 문강형준의 강한 키워드가 좀 약해지기도 하는데, 그는 좀비와 파국 ‘이후’를 보고 싶어한다. 영화 '웜바디스'에서 사랑에 ‘포섭된’ 좀비가 자신을 재구성하며 파국 이후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듯 말이다. 사실 헬의 무서움은 현실의 고통보다 끝이 없다는 점 아닐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또 죽고 또 살아나고, 그렇게 무한히 순환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기억하고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안정과 평안만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헬’에서 탈출하기 어려우니 적대나 위험과 맞닥뜨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불편함은 다음 행동을 위한 것이다.

문강형준의 이야기는 좀 길게 들어야 이해하기 쉽다. 『감각의 제국』에 실린 각각의 글들은 신문에 연재한 글이기에 호흡이 짧지만, 이런 ‘묶음’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사유를 제대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글만으로는 그의 썰렁한 ‘기호 개그’(말장난이라 하면 싫어하니)에 맘 편히 웃을 수 없다. 만약 이 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저자의 유머감각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의 유머감각이 지배질서를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

한때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영화 '생활의 발견'의 대사가 유행했다. 냉소적인 대사의 유행은 우리 사회의 냉소주의를 반영한다. 우리 시대의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의 밧줄이 아니라 동물과 좀비 사이의 밧줄이다. 이 책은 밧줄을 다시 매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위기를 돌파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서사는 전형적인 ‘우파의 신화’이다. 하지만 이 신화는 ‘위기’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즉 위기의 ‘역사’는 말하지 않는다. (…) 이 ‘역사 없는 신화’야말로 한국 보수 집단이 만들어낸 유일한 상징체계일지도 모른다. (…) 친일, 쿠데타, 독재, 부패 등의 역사를 내치지 못한 채 냉전과 이권만을 지켜온 보수의 신화는 그래서 텅 비어 있다. 박근혜라는 인물은 ‘지킬’ 역사가 없는 한국 보수의 공허함을 지시하는 기표, 혹은 보수라는 상징체계 아래에 있는 “실재의 사막”이다.

- “박근혜, 혹은 실재의 사막” 중에서


근대가 모순을 극복하고 초월하여 더 나은 진보를 이루는 과정으로 특징지어진다면, 오늘 우리의 시대는 이러한 근대적 진보의 가치관이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때이다. (…) 정치, 학교, 군대, 언론 등 시효가 지난 근대적 제도는 패러디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과거의 관습과 업무를 반복하되 모순의 극복으로 나아가지는 않는 자기 복제와 자기 패러디를 수행한다. (…) 패러디는 죽은 제도와 이념, 죽은 진정성의 무대에서 자라나는 버섯이다. 최고경영자 이명박은 5년간 대통령직을 패러디했고, 연예인은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을 패러디하고, 일베 유저들은 역사를 패러디하고, 그렇게 패러디는 지속된다.

- “패러디의 시대” 중에서


<슈퍼스타 K>가 진짜로 뽑는 것은 심사위원이라는 ‘어른’의 지도와 텔레비전을 보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 자신의 음악과 개성을 열심히 바꿔가는 젊은이다. 자기 세계를 고집하는 지원자는 호통을 들으며 탈락하고, 결국 남는 이는 모든 대중이 사랑하기에 ‘불편 없는’ 젊은이, 능력과 매력과 사연까지 두루 갖춘 순응적 젊은이다. ‘반란의 가능성’은 이렇게 지워진다. 이 젊은이가 셀레브리티가 되는 마법의 순간, 다수의 젊은이들을 ‘잉여’로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는 자신의 무책임함에서 벗어난다.

- '슈퍼스타 K>와 헝거 게임' 중에서


대통령이 외국에서 그 나라 말로 연설하는 행위가 뉴스거리가 되는 일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것이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외국에 대한 인정욕구가 보여주는 하나의 진실은 그것이 결국 ‘강한 자’에 대한 숭상이라는 점이다. (…) ‘강한 자’에 대한 숭상은 내부에서도 작동한다.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표준어와 사투리, ‘인 서울’ 대학과 ‘지잡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영남과 호남, 정상인과 비정상인 등 익숙한 구별은 모두 힘의 강약과 관련된다. 특히 삶 자체가 생존경쟁이 된 시대에 승리하고 성공한 자에 대한 동경은 더욱 강력해진다.

- “대통령의 외국어” 중에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에서 세월호로 이어지는 거대한 재난은 비정규직 대우와 손쉬운 해고에 분노하다 자살하는 노동자들, 합리성과 효율성에 최적화된 인간을 생산하기 위한 살인적 교육 속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청소년들, 만성적인 스트레스, 우울증과 폭력에 시달리는 한국인 전체가 겪고 있는 일상적 재난의 확장판이다. 어쩌면 신자유주의는 삶 자체를 재난화하는 체제이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묘사하듯 재난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미덕으로 만들어내는 변태적인 체제다. 이 변태적인 체제를 합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는 이 재난을 일으킨 또하나의 원인이다. (…) 신자유주의 체제의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안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 (…) 적은 누구인가? 인간을 일회용으로 여기는 자본과 그 마름인 국가다.

- “적은 누구인가” 중에서


‘육아 예능’ 속 아이들에 대한 호감은 ‘귀엽고 예쁘다’는 일차원적인 감각에서 나오고 거기에서 그칠 뿐이다. 고발 보도 프로그램에서의 아동 방치와 학대에 대한 동정과 분노 역시 마찬가지다. (…) 아이라는 기호가 호감이나 동정을 넘어 ‘정치’의 영역에 들어올 때 예찬은 멈추고 논란이 시작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의 아이들,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는 경상남도의 아이들은 이 사회의 ‘예찬’이 가닿을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 아이와 청년, 소위 우리 사회의 희망과 미래는 이런 식으로 철저히 소비되고 버려진다.

- “예능 속 아이, 예능 밖 아이” 중에서


혐오는 이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어떤 실체가 있어서 혐오의 대상이 된다기보다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 속에서 혐오의 대상이 구성된다는 말이다. (…) 하지만 여성혐오가 생산하는 효과가 이미지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두려워해야 할 문제다. 실제로 여성혐오 발화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사고방식은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장동민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우리는 쉽게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농담은 기실 여성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 “여혐, 여혐혐” 중에서


남자이고, 나이가 많으며, 지위가 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그들을 ‘아줌마’와 구별 짓는다. 아줌마에겐 ‘나이’만 있지 아저씨에게 있는 다른 두 가지가 없다.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지만, 아줌마는 남들을 윽박지르거나 공격적이거나 권위를 내세우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아저씨는 남성 중심적이고 상하 위계적인 한국 사회의 추악한 본질을 내면화했다. (…) 성별, 나이, 지위는 아저씨에게 있어 ‘힘’의 상징이다. 그는 가정과 직장과 국가의 가부장이다. (…) 알량한 성별과 나이와 지위를 가지고 ‘어린 여자’와 ‘철없는 아들’에게 맘대로 훈계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아저씨들은 모두 하나다.

- “‘아저씨’적인 폭력” 중에서




차례

서문 이야기에 대하여

2012

좀비, 우리의 거울
감각의 제국
유명해져야 하는 시대
왕자와 청소부
적대가 사라진 공간
‘멘붕’이라는 징후
'짝', 혹은 길들여진 사랑
‘녀’자의 전성시대
영웅시대
사람이 아니무니다
‘힐링’이라는 돌팔이
‘진정성’이라는 가면
영혼 바꾸기
긍정의 안과 밖
어떤 유머 감각
박근혜, 혹은 실재의 사막

2013

앨리스의 선택
이방인의 정체
‘착한’ 대중문화
‘돌직구’의 조건
패러디의 시대
미스 김과 영웅신화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과잉 시대의 허무
세상의 끝
드라마와 민주주의
‘인문학’이라는 쓰레기
그림자 없는 인간
'슈퍼스타 K'와 헝거게임
뚱뚱한 여자
대통령의 외국어
사나이, 혹은 허황된 가면
살아계신 아버지

2014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전투
‘대중 인문학’은 무엇의 이름인가
여왕과 괴물
누가 ‘창조’를 명령하는가
적은 누구인가
박근혜의 눈물
망언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블랙딜과 공화국
중년은 왜 등산복을 입는가
과거의 귀환 '해무', 혹은 한국 사회라는 배
노출과 선정성
애매함에 관하여
장그래를 보라
금연은 누구에게 이로운가
‘갑질’의 저편

2015
내일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는가?
건강이라는 질병
열정은 어떻게 작품이 되는가
인공적 자양강장제
예능 속 아이, 예능 밖 아이
‘지대넓얕’의 표상
‘쿡방’은 무엇을 요리하는가
여혐, 여혐혐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인간형
'인사이드 아웃'이 뒤집지 못한 것
애국이냐, 국뽕이냐
우울증적인 투쟁
‘아저씨’적인 폭력
‘교과서’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지은이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중앙대에서 영문학·독문학·사회학을 공부했고,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에서 ‘토머스 하디의 『무명의 주드』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대학원 영문과에서 ‘포스트아포칼립스 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국, 광신, 괴물 등 현재의 질서와 불화하는 이질적 담론들을 바탕으로 문화텍스트를 분석하며 한국사회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문화과학》과 『해시태그』 편집위원, 《한겨레》 ‘토요판’ 칼럼니스트이며, 중앙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미소설, 문학비평, 서사이론 등을 강의한다. 저서로 『파국의 지형학』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공저) 『사회를 말하는 사회』(공저) 『아이돌』(공저), 역서로 『비평가의 임무』 『광신』 『권력을 이긴 사람들』 『루이비통이 된 푸코?』(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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