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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이
T o y

가끔 때가 꼬질꼬질한 그 인형들이 가슴 저리게 그리운 순간들이 온다.


 

 

 

 

 

 

    - 박세연 지음
- 115*176
- 360쪽
- 16,800원
- 2015년 7월 10일
- 979-11-86561-06-5 (0381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때로는 형제,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었던 위로의 ‘장난감’들을 일러스트로 만나다!
섬세한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잔’을 기록해낸 『잔』에 이은 동화작가 & 일러스트레이터 박세연의 두번째 에세이 『토이』!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박세연이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장난감과 에든버러 유학시절부터 유럽 벼룩시장에서 수집해온 ‘장난감’들을 담은 책 『토이』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장난감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고 부름으로써, 장난감은 때로 형제가 되었고 때로 친구가 되었다. 『토이』는 그 장난감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그림으로 그려낸 책, 그림 너머에 존재했을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에든버러로 유학길에 오른 작가가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 속에서, 영국 북부에서 느낀 묘한 인종 차별 속에서 ‘장난감’을 통해 위로를 받는 모습 또한 애틋하다. 벼룩시장과 빈티지 숍을 돌며 찾던 장난감들, 그 시간이 고된 유학생활을 견뎌내게 했다. 어설픈 손바느질 인형부터 연필꽂이, 브러시, 목마, 아기 인형, 보드게임, 틴토이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된 다종다양한 장난감들을 만나다보면, 삶에 위로를 전하는 사물로 장난감만한 것이 또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출판사 서평


가슴 저리게 그리운 시간의 기억

- 김민채 / 『어느 날 문득, 오키나와』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지은이, 편집자

장난감에 다른 사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수많은 장난감들이 이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장난감에 이름을 붙여주곤 한다. 곰 인형에게도, 코끼리 인형에게도, 로봇이나 자동차 장난감에게도 이름이 있다. 돌이켜보면 작았던 날들 우리는, 장난감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짓기 위해 얼마나 숙고하였던가. 이 존재를 다른 존재와 구별 짓고, 존재의 특징이나 의미까지 담아내는 것이 이름이기에, 이름을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우리는 장난감의 이름을 부르며 자랐다. 이름을 부름으로써, 장난감은 때로 형제가 되었고 때로 친구가 되었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박세연에게도 장난감은 그런 존재였다. 여섯 살 처음으로 이름 붙인 말 인형 ‘비비’, 외삼촌이 사준 큰 곰 인형 ‘체키’, 꼭 안아주면 기괴한 울음을 내던 코끼리 ‘아나주’, 내 용돈으로 처음 산 물개 ‘쥉크’……. 인형이 생기면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주며 친구 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침대 머리맡에 늘 쌓아두었던 인형들, 때가 꼬질꼬질한 그 인형들이 가슴 저리게 그리운 순간이 찾아왔노라 고백한다. 언니가 직접 그리고 오려 만들어준 종이 인형,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동생의 빛바랜 오뚝이, 길거리 좌판의 베스트셀러였던 호스 달린 경주마, 털실 머리칼을 가진 양배추 인형과 누우면 눈을 감는 아기 인형, 외할머니가 손바느질로 만들어준 강아지 인형……. 어린 시절 추억을 수놓는 장난감들이 『토이』에 가득하다. 그 장난감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그림’으로 그려낸 책, 그림 너머에 존재했을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 박세연에게 장난감은 어린 시절 추억을 뛰어넘는 무엇이다. 장난감의 역사는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에든버러로 유학길에 오른 작가는, 가정 형편상 유학 경비를 벌기 위해 새벽마다 백화점 전신 거울을 닦는 일을 하며 학업을 이어간다. 월세를 내고, 그림 그릴 도구를 사고, 생활비를 쓰기에도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 속에서, 또 영국 북부에서 느낀 묘한 인종 차별 속에서 오로지 그림만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그리고 또 그려온 시간. 그 모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게 했던 것이 바로 장난감이었다.

룸메이트 자우와 함께 바나나 머핀을 나누어 먹으며 벼룩시장과 빈티지 숍을 돌며 찾던 장난감들, 그 시간이 고된 유학 생활을 견뎌내게 한 힘이 되었노라 작가는 말한다. 여유롭지 않은 생활 탓에 비싼 장난감은 사지 못해 눈요기만 하면서도, 아껴 모은 돈으로 하나씩 장난감을 수집하며 서로에게 웃음을 전했노라 말이다. 어설픈 손바느질 인형부터 연필꽂이, 브러시, 목마, 아기 인형, 보드게임, 틴토이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된 다종다양한 장난감들을 만나다보면, 저자가 장난감을 수집하며 얼마만큼 위로 받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삶에 위로를 전하는 사물로 장난감만한 것이 또 있을까?

에든버러 유학시절 유럽의 벼룩시장에서 수집해온 다양한 장난감들에는 그 시간을 긍정으로 살아낸 작가의 웃음과 눈물이 담겨 있다. 돌이켜보면 함께 놀며 자란 언니와 동생도,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자연도, 소중한 친구 자우와의 추억이 담긴 에든버러의 집과 거리도, 주말마다 찾아가던 벼룩시장도 모두 장난감이 아니었던가. 만지면 온기를 내뿜는 듯 위로를 전하는 저 장난감처럼, 온 세상은 장난감이었다.

* 출판사 북노마드는 책에 대한 깊이 있고 객관적인 소개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서평을 의뢰했습니다. 북노마드는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네 살 터울인 언니는 그림자 인형극을 곧잘 해주었다. 베란다 창에 갱지를 붙이고는 해를 등지고 종이 뒤에 납작 엎드려 직접 만든 종이 인형 두 개를 들고 그림자 연극을 시작했다. 고작 두세 명의 등장인물로 열 살 아이가 하는 인형극이 뭐 그리 재밌었겠냐마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그 옛날의 어린 나에게 언니의 인형극은 최고의 공연이었고 언니는 세상 누구보다 훌륭한 어른이었다. 온 세상이 장난감이었던 그런 때였다


낭만이 있던 자리를 기술이 가득 채운 뒤, 사람들은 혼자이길 원하면서도 오롯이 혼자이긴 힘들어하는 슬프고도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길쭉한 빨간 쿠션을 어른이 되어서도 매일 밤 끌어안고 잤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 침대 머리맡에는 늘 인형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여섯 살 처음으로 이름 붙인 말 인형 ‘비비’, 오토바이 뒷자리에 나를 태워 동네를 달리곤 했던 외삼촌이 사준 큰 곰 인형 ‘체키’, 꼭 안아주면 기괴한 울음을 내던 코끼리 ‘아나주’, 내 용돈으로 처음 산 물개 ‘쥉크’……. 내 가장 친한 친구였던 언니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가버리고 난 후, 인형이 생기면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주며 친구 삼던 시간이 있었다. 가끔 때가 꼬질꼬질한 그 인형들이 가슴 저리게 그리운 순간들이 온다. 어른이 되니 무엇이든 추억할 어린 시절이 생겨서 참 좋다.


학교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파인아트 전공실은 창의력 있는 학생들의 예술혼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디자인과의 대학원생들에게는 수준 높은 스튜디오가 제공되었다. 외부에서 초빙되는 튜터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었다. 교수들 역시 모두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작가들이었지만 학교 안에서만큼은 철저하게 학생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일 뿐이었다. 학교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학생을 위해 존재했다. 대학원생에게는 그 학교의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고 덕분에 나는 소원이었던 판화를 배울 수 있었다. 실크스크린, 석판화, 에칭 등을 배웠는데, 큰 앞치마를 두르고 몸에 약품 냄새를 가득 묻히며 작업하는 거대한 스케일에 완전히 매료되어 파인아트를 전공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트북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학교 대표로 뽑혀 런던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을 땐 북 아티스트가 될까 고민하기도 했다. 작업하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는 이야기다. 배우는 모든 것이 다 내 것만 같았다.


혼자 벼룩시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산 것은 50펜스짜리 낡은 펠트 인형이었다. 재질로 봐서는 골동품도 아니고 바느질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누런 펠트 두 장을 앞뒤로 붙여 단추 두 개를 달아놓고는 나일론 리본을 묶었을 뿐인데 어쩐지 매력적이었다. ‘어린 왕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부적처럼 책상 앞에 세워두었다. 우울하게 생긴 이 인형을 볼 때마다 어쩐지 나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 괜스레 짠해지곤 했다.


암스테르담 어느 골목을 걷다가 작은 돗자리에 물건을 진열해둔 노점 상인을 보았다. 책 몇 권, 잔과 소서saucer, 은빛 커트러리cutlery와 안경 등의 생활용품이 듬성듬성 놓인 틈에 할머니 인형 하나가 있었다. 스타킹으로 만들어진 인상 좋은 얼굴, 몇 번의 수선을 거쳤는지 빛바랜 솜 위에 덧대어진 하얀 솜 머리칼, 정교하게 움직이는 다섯 개의 손가락과 섬세하게 지어진 속옷,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나막신까지. 어쩐 일인지 닮지도 않은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파리 파르망띠에르 에비뉴 114번지에는 눈에 확 띄는 노란색 가게가 있다. 여든이 넘은 의사 앙리 로네Henri Launay가 40년이 넘게 의술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형 병원이다. 앙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갔을 땐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각국에서 온 감사 편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 너머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인형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왔을지 알 것만 같았다. 앙리가 복원하는 건 그들의 인형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질 인형을 복원하며 그 추억도 함께 되살리는 거겠지. 그러고 보면 추억처럼 아름다운 게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만 해도 정말 몰랐었다.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슬플 줄은.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외국 생활을 동경했었다. 그렇게 바보 같았다.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그저 그림책 한 권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책 안에 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떠나기로 한 것인데.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이 되었던 걸까? 책장을 덮을 시간이 되니 알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에든버러를 떠나는 전날, 짐이 없는 빈방에서 여행 가방을 안고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소리를 흡수할 가구가 없어서 내 울음이 온 방 안을 메아리쳤다.
 




차례

첫번째 토이…… 어린 시절
미국 장난감의 역사
epilogue #1



두번째 토이…… 에든버러
epilogue #2

 




지은이

박세연

에든버러 칼리지 오브 아트(Edinburgh College of Art, ECA)에서 석사학위(일러스트레이션 전공)를 받았다. 학교에서 개최한 'The Art Exhibition by Inglis Allen'에서 대상을 받았다. 'London Artists Book Fair'전(런던현대미술관, 2003), '그림책 아티스트 마켓'전(상상마당, 2010), 'Ma donna, Amore mio'전 (갤러리빔, 2013), '쑥쑥쏙쏙'전 (롯데갤러리, 2014), '멸종 위기의 인간성'전(갤러리 토스트, 2014), '프링글스 일러스트레이션'전(Fifty Fifty Gallery, 2015)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소설과 그림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 『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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