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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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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연 지음 - 115*176 - 360쪽 - 16,800원 - 2015년 7월 10일 - 979-11-86561-06-5 (03810) - 031.955.2675(편집) 031.955.1935(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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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형제,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었던 위로의 ‘장난감’들을 일러스트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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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네 살 터울인 언니는 그림자 인형극을 곧잘 해주었다. 베란다 창에 갱지를 붙이고는 해를 등지고 종이 뒤에 납작 엎드려 직접 만든 종이 인형 두 개를 들고 그림자 연극을 시작했다. 고작 두세 명의 등장인물로 열 살 아이가 하는 인형극이 뭐 그리 재밌었겠냐마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그 옛날의 어린 나에게 언니의 인형극은 최고의 공연이었고 언니는 세상 누구보다 훌륭한 어른이었다. 온 세상이 장난감이었던 그런 때였다 낭만이 있던 자리를 기술이 가득 채운 뒤, 사람들은 혼자이길 원하면서도 오롯이 혼자이긴 힘들어하는 슬프고도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길쭉한 빨간 쿠션을 어른이 되어서도 매일 밤 끌어안고 잤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 침대 머리맡에는 늘 인형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여섯 살 처음으로 이름 붙인 말 인형 ‘비비’, 오토바이 뒷자리에 나를 태워 동네를 달리곤 했던 외삼촌이 사준 큰 곰 인형 ‘체키’, 꼭 안아주면 기괴한 울음을 내던 코끼리 ‘아나주’, 내 용돈으로 처음 산 물개 ‘쥉크’……. 내 가장 친한 친구였던 언니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가버리고 난 후, 인형이 생기면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주며 친구 삼던 시간이 있었다. 가끔 때가 꼬질꼬질한 그 인형들이 가슴 저리게 그리운 순간들이 온다. 어른이 되니 무엇이든 추억할 어린 시절이 생겨서 참 좋다. 학교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파인아트 전공실은 창의력 있는 학생들의 예술혼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디자인과의 대학원생들에게는 수준 높은 스튜디오가 제공되었다. 외부에서 초빙되는 튜터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었다. 교수들 역시 모두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작가들이었지만 학교 안에서만큼은 철저하게 학생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일 뿐이었다. 학교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학생을 위해 존재했다. 대학원생에게는 그 학교의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고 덕분에 나는 소원이었던 판화를 배울 수 있었다. 실크스크린, 석판화, 에칭 등을 배웠는데, 큰 앞치마를 두르고 몸에 약품 냄새를 가득 묻히며 작업하는 거대한 스케일에 완전히 매료되어 파인아트를 전공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트북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학교 대표로 뽑혀 런던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을 땐 북 아티스트가 될까 고민하기도 했다. 작업하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는 이야기다. 배우는 모든 것이 다 내 것만 같았다. 혼자 벼룩시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산 것은 50펜스짜리 낡은 펠트 인형이었다. 재질로 봐서는 골동품도 아니고 바느질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누런 펠트 두 장을 앞뒤로 붙여 단추 두 개를 달아놓고는 나일론 리본을 묶었을 뿐인데 어쩐지 매력적이었다. ‘어린 왕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부적처럼 책상 앞에 세워두었다. 우울하게 생긴 이 인형을 볼 때마다 어쩐지 나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 괜스레 짠해지곤 했다. 암스테르담 어느 골목을 걷다가 작은 돗자리에 물건을 진열해둔 노점 상인을 보았다. 책 몇 권, 잔과 소서saucer, 은빛 커트러리cutlery와 안경 등의 생활용품이 듬성듬성 놓인 틈에 할머니 인형 하나가 있었다. 스타킹으로 만들어진 인상 좋은 얼굴, 몇 번의 수선을 거쳤는지 빛바랜 솜 위에 덧대어진 하얀 솜 머리칼, 정교하게 움직이는 다섯 개의 손가락과 섬세하게 지어진 속옷,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나막신까지. 어쩐 일인지 닮지도 않은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파리 파르망띠에르 에비뉴 114번지에는 눈에 확 띄는 노란색 가게가 있다. 여든이 넘은 의사 앙리 로네Henri Launay가 40년이 넘게 의술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형 병원이다. 앙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갔을 땐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각국에서 온 감사 편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 너머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인형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왔을지 알 것만 같았다. 앙리가 복원하는 건 그들의 인형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질 인형을 복원하며 그 추억도 함께 되살리는 거겠지. 그러고 보면 추억처럼 아름다운 게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만 해도 정말 몰랐었다.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슬플 줄은.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외국 생활을 동경했었다. 그렇게 바보 같았다.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그저 그림책 한 권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책 안에 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떠나기로 한 것인데.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이 되었던 걸까? 책장을 덮을 시간이 되니 알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에든버러를 떠나는 전날, 짐이 없는 빈방에서 여행 가방을 안고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소리를 흡수할 가구가 없어서 내 울음이 온 방 안을 메아리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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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토이…… 어린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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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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