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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스물아홉의 나, 스물아홉의 하루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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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소라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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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는 기차』 『시간이 많아서』 『사소설』 『한숨의 기술』……
독립출판계에서 사랑받는 작가, 글 쓰고 책 만드는 ‘하우위아(HOW WE ARE)’ 임소라의 일상 산문집. 스물아홉의 나, 스물아홉의 하루하루…… 그 속에 들어 있는 웃음과 눈물, 위로와 용기,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그녀 이야기, 아니 바로 우리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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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는 글쓴이 임소라 작가의 올해 나이입니다. <짱구는 못 말려> 미선 씨랑 동갑입니다. 엉덩이를 흔드는 것만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떼돈을 버는 짱구 같은 떡두꺼비를 낳지도 못한 채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딱히 변하는 것도 없는 나를 늘 어려워하며 스물아홉 해나 거듭 살았습니다. ‘이건 또 누가 쓴 무슨 책인가’ 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친 당신이 더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이 책은 ‘일기 모음’입니다. 같은 판이지만 찍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실크스크린처럼, 나를 그린 하나의 판을 가지고 때에 따라 진하거나 연하게, 가끔은 종이를 바꿔가며 하루에 하나씩 29일간 찍은 일기입니다. 잔뜩 빌려놓은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 나를, 내일이면 기억하지 못할 사람을 몹시 궁금해 하는 나를, 선연한 꿈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를, 얼결에 이사 온 동네가 점점 좋아지는 나를 매일 한 장씩 스물아홉 번 찍어낸 일기입니다. 아무리 찍어도 나라는 판은 쉽게 변하지 않아서, 29판(版)이 아니라 29쇄(刷)입니다. 제목을 ‘29쇄’로 정한 데에는 나를 29일 동안 스물아홉 번 찍은 기록이라서, 또는 이 책이 물리적으로 29쇄를 찍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는 이 책의 판권 어디에도 29쇄라는 글자가 찍힐 일이 없다는 걸 우주의 기운을 통해 알 수 있기에 차라리 제목으로 찍어버리자는 객기로, 또는 발음이 29세와 비슷하니까 등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1쇄부터 29쇄까지 그저 나라는 사람의 반복일 뿐인 이 글이 누군가에겐 13쇄의 나처럼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주길, 또 누군가에겐 29쇄의 나처럼 다른 책으로 건너갈 한 줄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글 쓰고 책 만드는 ‘HOW WE ARE’ 발행인 임소라입니다. 수원에서 방식책방 ‘하우위아’를 운영했고, 지금은 서울에서 ‘초배’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함께 삽니다. - 『사소설』, 『한숨의 기술』 등 독립출판물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알려지셨잖아요. 그동안 작업해온 본인의 독립출판물을 소개해주세요. 처음 만든 것은 ‘HOW WE ARE’라는 제목의 익명 인터뷰집입니다.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일, 언젠가는 꼭 사과하고 싶은 사람, 더이상 두렵지 않아진 것이라는 주제로 3호까지 만들었습니다. 익명 인터뷰의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재미있어서 같은 방식으로 ‘배탈’에 관한 다섯 가지 사연을 모은 『똥5줌』이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때쯤 염리동에 여행책방 ‘일단멈춤’이 생겼는데 ‘이곳에 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릉을 오가며 남긴 글과 사진을 모아 『강릉 가는 기』>를 만들었습니다. 퇴사 후 시간이 많아져서 『시간이 많아』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취업을 준비하느라 역시 시간이 많았던 2~3년 전 블로그의 글을 모아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여전한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짧은 소설 네 편을 모아 『사소설』을 만들었고, 운영할 때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책방을 닫을 때도 아무도 모를까봐 책방 폐업기 『한숨의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 본인이 직접 책을 쓰고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2년 전 여름, <세종예술시장 소소>였습니다. 제작자가 직접 자기 작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자리였는데, 그곳의 사람들과 분위기가 밝고 따뜻해서 ‘나도 여기 나와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책을 만들고 그걸 팔기까지 하는 것은 나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 여겼는데, <소소 시장>을 보고 귀가하는 길에 『HOW WE ARE』 1호의 페이지 순서를 짰습니다. - 독립출판물 작가로서 지금 한창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우리 독립출판은 어떤 모습인가요? 수요보다 늘 공급이 많다, 이걸 책이라고, 책방이 너무 많다, 너무 없다, 다 똑같다, 팬입니다 등등 언제나 말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선 하나의 정의를 묻지만 안에선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곳이며, 말이 많아 오해도 많지만 안팎에서 더 많이 말하고 오해해도 큰 문제없이 갈 길 가길 바라는 곳입니다. - ‘29쇄’라는 제목이 흥미로워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소설』과 『한숨의 기술』 표지는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했는데, 하나의 판으로 여러 번 찍다보니 늘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똑같은 그림이어도 잉크에 따라, 스퀴지를 잡은 손의 힘에 따라 어떤 건 진하게, 어떤 건 비뚜름하게 찍히고 어떤 건 번지기도 합니다. 도구를 다루는 데 미숙해서 생긴 일이지만, 일기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는 하나의 삶을 살지만 매일 같은 모습의 내가 담기지 않고, 같은 사람이 쓴 글이지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책은 29세 한국 여성이 29일 동안 쓴 일기 모음으로 29판(版)이 아니라 29쇄(刷)를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 누구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며 글을 쓰셨어요? 편지를 쓸 때 ‘나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 너는 잘 살고 있느냐’는 식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이 책은 일기이지만 혼자 비밀로 간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안부를 묻기 전에 먼저 전하는 소식처럼 읽히길 바라며 썼습니다. 곁을 지키는 친구에게 말하듯이 쓰면서 친구였던 사람, 친구가 될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 29세, 스물아홉. 작가님의 이십대를 돌아보면요? ‘벗어나기’에 애쓴 시간이었습니다. 딸, 학생, 회사원이 응당 ‘~해야 하는 것’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으로 걸음을 옮긴 시간이었습니다. - 서른을 앞둔, 그래서 『29쇄』라는 책을 펴낸 지금은 어떤 마음이세요? 여러모로 부끄러운 글이라 다음엔 덜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구글에 ‘29쇄’를 검색하면 ‘이것을 찾으셨나요? 29세’라는 결과가 나오는데 디자이너분이 예쁘게 만들어준 표지가 하루빨리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 청춘, 일상, 웃음, 눈물, 여혐(여성 혐오), 세대 갈등 등 사소하고 소소해 보이는 글 속에 우리 사회가 그대로 압축되어 있어요. 작가님에게 지금-여기 대한민국은 어떤 곳인가요?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막막한, 그렇다고 지구 반대편이나 천 년 전으로 피할 수 없으니 어렵더라도 말해야 하고, 결국엔 말하고 싶은 곳입니다. -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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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는 소수다.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소수에서도 딱 열번째 소수다. 29는 구리의 원자 번호이며, 군사 반란 및 비자금 축재로 인한 추징금 환수시 “통장에 χ만 원 밖에 없다”던 전직 대통령의 방정식 같은 발언에서 χ의 값이기도 하다. 또한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 2월의 마지막 날짜이며,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속 짱구 엄마 봉미선의 나이이기도 하다. 숫자 29에 대한 구글과 위키의 상세한 설명에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정보 하나를 더하자면 29는 글쓴이의 올해 나이다. 미선 씨랑 동갑이다. 엉덩이를 흔드는 것만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떼돈을 버는 짱구 같은 떡두꺼비를 낳지도 못한 채 스물아홉이 되었다. 딱히 변하는 것도 없는 나를 늘 어려워하며 스물아홉 해나 거듭 살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너 어떡하니, 힘들 텐데’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는 건, 그 상황을 견뎌야 하는 사람도, 박차든 뒤엎든 헤치고 나와야 할 사람도 당사자인 B 하나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그저 헛소리일 뿐인 문자로 생사를 확인하고, 물론 거절하겠지만 괜한 제안도 한 번 해보고, ‘어떡하니. 너 정말 어떡하니’ 같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힘들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같이 아파하는 일 밖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막연하게 B가 잘 견디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 ‘거절할 줄 알면서’ 중에서 우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쓰기 시작했다. 이런 게 힘들었고, 저런 것도 힘들었고 이러쿵저러쿵 이어가는 중에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키보드에 얹은 두 손을 거두지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이젠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럴 만한 정도의 시간이 아니었다. 책방을 닫아버린 것도 아직 슬프고, 확실히 실패한 뭔가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게 아직 힘들다. 그때서야 이번 글을 쓰는 걸 왜 이렇게 미뤘는지, 왜 이렇게 안 써졌는지 알게 되었다. 쓰고 싶지 않은 글도 있는 거였다. - ‘쓰고 싶지 않은 글도’ 중에서 열두 살 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만약 살아계셨다면 연세가 비슷하셨을 텐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청소년기에 6.25 전쟁을 겪고 바뀌나 싶으면 때마다 새로운 폭군이 등장하는 독재 정치로 삼사십대를 지나온 세대다. 그중 하나만 겪어도 버티기 힘들었을 일들로 삶의 절반을 채운 세대다. 우리에겐 떠올리기도 아득한 일을 삶 자체로 겪어야 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감사와 존중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게 당연하다는 이유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풍선을 주지 않았다고 폭언을 일삼는 것까지 당연해질 순 없지 않은가. 중절모 덕분에 멋진 신사처럼 보일 수 있었던 할아버지는 당신 인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욕설로 담아 우리에게 퍼부었다. 풍선 때문에. 과연 손주들은 광화문에서 매국노를 처단하고 쟁취해온 할아버지의 풍선이 자랑스러웠을까. - ‘팔 수 있는 거라면’ 중에서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 아이고! 출근하세요? 아이고! 여자예요, 남자예요? 라며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말을 건다면 어떨까. 어떤 사람은 예예, 하고 즐겁게 대답을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갈 것이며, 간혹 사람 놀라게 왜 갑자기 말을 거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초배는 화를 내는 사람에 속한다.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길 가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고 말 거는 건 얼마간 놀라고 이상한 일일 텐데, 어떤 상황이든 개라면 모든 사람을 반가워하고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째서 당연한 걸까. ‘쪼쪼쪼’라는 만민 공통의 괴상한 신호음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 - ‘하지 마세요, 쪼쪼쪼’ 중에서 너도 나를 많이 좋아하나보네, 라는 말을 C에게서 듣고 보니 맞네, 그렇네, 싶었다. 나는 C가 없는 자리에서 C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아, 맞아요, C도 그러더라구요.” “C도 그거 안 먹는데.” “C가 그 영화 엄청 좋아해요.” “C도 언니 좋대요.” 등등 무슨 말이든 C가~, C도~로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좋아하면서 모르고 있었다니 마음한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았던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사람을 이만큼 좋아하는데 이 사람도 나를 이만큼 좋아할까, 내가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상처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나 불안의 겨를이 없었다. 그제야 다시 돌아누우며 C를 보고 말했다. 그런 것 같다고. 네 말이 맞는 것 같다고. - ‘이렇게 안아줘’ 중에서 나는 철저히 내 이야기만 쓰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사람, 여전히 나를 위해서만 쓰는 사람이었다. 내 안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쯤 되면 서너 명은 충분히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때마다 열심히 살았는데 어째서 이런 어른이 되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울다 생각해보니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우는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서밖에 울지 못하는 사람, 내가 너무 힘든 사람이었다. 이쯤 되면 아플 때마다 번거롭게 우는 일 없이 그럭저럭 견뎌내는, 내 아픔만큼 남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 ‘이쯤 되면 그럴 거라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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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쇄 2016.5.29.일 인중으로 피하지 않고도 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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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소 라 글 쓰고 책 만드는 ‘하우위아(HOW WE ARE)’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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