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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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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호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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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했어요. 인터넷 서점 예술서 MD로 일하며, 예술 분야를 낯설어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자고 생각했을 뿐이었어요. 그러나 글이 점점 쌓이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음으로 인해 무엇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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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좋은 대상들을 선별하고 그에 대한 충실한 자료들을 수록한 뛰어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을 수행하는 책은 정말로 만나기 어렵다. 게다가 그 목록이 개성적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찍은 다음에 그 인생에서 펼쳐진 음반들을 골라 청취해보자. 당연히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현재의 자신이 아직 그 음악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보장할 수는 없다. 세상의 수많은 명곡들과 위대한 연주들 속에서 우리 각자에게 맞는 한 장의 음반은 정말로 예기치 않은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런 곳에 있을 것이다.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움만이 기존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더 넓은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 낯선 영토는 홀로 나아가야 하는 곳이다. 나의 쇼팽. 나의 바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밀고 감으로써 멀리 떠난다.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 『마이너리티 클래식』은 이러한 고독의 성취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낯선 영토를 헤매며 기록한 지도다.
- ‘언젠가 혼자가 되더라도; 마이너리티 클래식’ 중에서 비평은 신뢰가 아니라 의심과 걱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비평 언어는 질문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나는 책을 추천하기에 앞서 말하곤 한다. “먼저 인생을 돌아보세요. 내가 뭘 해왔고 뭘 하고 싶고 뭘 두려워하는지를 아는 게 먼저입니다. 열쇠는 내가 그걸 손에 쥐고 문을 열라고 주는 거지, 그걸 모셔다 놓고 백날 치성을 드려도 문은 알아서 열리지 않습니다.” - ‘물결에 닿은 마음; 혼자 가는 미술관’ 중에서 오, 달콤한 인생. 아름다운 음악. 리듬이 인생과 음악에 부여하는 고통과 즐거움과 생명력. 이 모두를 한번에 꿰는 유머와 여유. 롤랑 마뉘엘은 틈틈이 음악의 아름다움에 인생의 어떤 부분이 공명해 떨리는지를 슬며시 끼워넣는다. 이 역시 『음악의 기쁨』의 독보적인 미덕이다. 애수나 사색에 지나치게 젖어들지 않고 웃으면서 인생과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우아함이다. 롤랑 마뉘엘은 슈베르트의 순수한 가곡들이 불어넣는 숨결이 어떤 형태인지, 드뷔시가 소리로 그려낸 풍경화 속에서 무엇을 ‘듣게’ 되는지, 어떻게 불협화음이 스카를라티 속에서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말함으로써 삶에 경의를 표한다. 『음악의 기쁨』에서 이러한 멋진 문구와 우아한 비유들은 백 개 정도는 손쉽게 더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 ‘사랑에 임하는 어떤 방법; 음악의 기쁨’ 중에서 압축은 생략을 통한 도약을 필요로 하며 도약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허스베스트는 꾸준한 자료 수집과 지속적인 감상을 통해 쌓은 글감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도약의 지렛대로 사용한다. 이때의 도약이란 매혹당한 인간과 그를 뒤흔든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폭풍 또는 역장(力場)의 흐름을 분석하고 그 바람의 방향을 읽음으로써 매혹의 기원을 향해 나아가는 일종의 항해다. 이 항해는 필연적이다. 어떤 빛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매혹이 발생했고, 매혹당한 이는 그곳을 향해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혹당한 이가 매혹의 신비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라 매혹이 속해 있는 낯선 세계의 구조와 논리를 받아들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미술 에세이’는 비로소 그 중심인 ‘미술’에 당도하는 것이다. - ‘사랑이 당도하는 곳; 사각형의 신비’ 중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아마추어를 위한 사진 책’들이 하나같이 놓쳐버린 사진 작업의 핵심적인 한 축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축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사진을 배우는 과정에서 꼭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지만, 지금껏 내가 읽어본 사진 입문서 또는 초급 교양서 중에 이 부분을 강조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 축이란 바로 단 한 장의 멋진 장면에 목매달지 않는 튼튼한 사진 데이터베이스의 축성 작업, 즉 아카이브 제작을 뜻한다. - ‘이 남자 이상하다; 천재 아라키의 애정 사진’ 중에서 그러나 어떤 과거도 돌이킬 수는 없다.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없다. 늙어 은퇴한 피아니스트에게 다른 기회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리흐테르』는 슬픔조차 인생의 여정으로 받아들인 초인의 여정이 아니라 어느 순간 죽어가는 육신 속에서도 여전히 선명한 기억들로 인해 고통 받는 한 인간의 기록으로 변화한다. 가공할 만한 기억력으로 인해 지나온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모두 바라보면서 삶의 뒤편으로 물러서야만 하는 사람. 그때 삶이란 별들처럼 영영 그 자리에서 빛나는 기억들일까 아니면 어둠을 향해 뒷걸음질 치는 발걸음일까. 책의 2부인 음악노트는 200페이지가 넘도록 음악을 찬미하는 동시에 삶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그 질문에 나름의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 책은 겨우,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 ‘신이 없는 세계의 사제; 리흐테르’ 중에서 『침묵의 뿌리』는 세상의 많은 슬픔을 더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와 함께 부조리에 몸부림치는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동지를 한 명 더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생은 증언하지 않는다. 선생은 자신의 대표작이 얻은 성공을 통해 감동의 무력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커다란 반향을 얻었고 선생은 그 작품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그 책은 현실에 작은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침묵의 뿌리』는 감정의 파도를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순간에도 힘을 빼고 지나치면서 열띤 허허로움만을 도처에 남겨놓았다. - ‘어떤 소설가의 실종; 침묵의 뿌리’ 중에서 그러나 다른 ‘살아라’도 있었다. 이 ‘살아라’는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지 말라고, 우리는 이미 틀렸다고 고백한다. 후카사쿠 긴지의 마지막 영화 <배틀 로얄> 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정서적으로 거세당한 배틀 로얄의 진행자 겸 ‘옛 담임선생님’은 그를 죽이고 배틀 로얄에서 탈출한 여주인공의 꿈속에 나타난다. 사운드가 소거된 이 꿈 속에서 선생님은 우리(어른들)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커다란 글씨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영화는 끝난다. ‘달려라.’ 무엇을 만들고 가르쳐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게 된 자의 자조 섞인 요청이라고 할까. 이런 어른들로 가득한 이곳을 벗어나 또다른 장소를 향해 달려가라는 요청이다. 다만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이미 어른들은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육성이 아니라 문자로 남겨진 ‘달려라’는 폭력과 불의의 세계에 천착해왔던 노감독 후카사쿠 긴지(深作欣二)의 유언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유언으로서의 ‘살아라’는 ‘어떻게’라는 답을 발견하지 못한 어른이 다음 세대에 전하는 유일한 당부며 회한이다. 침몰하는 배처럼 가라앉는 세계에 울려 퍼지는 이함(離艦) 신호다. - ‘어둠의 대항해시대;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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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들어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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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8년에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입사한 뒤로 지금까지 예술 분야 도서들의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과 글쓰기도 계속해왔다. 현암사의 ‘우리 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시리즈 표지 사진들을 작업했다. 《프레시안북스》와 《필름2.0》에 연재했고, 그 외 여러 매체에 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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