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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삼성혈, 비자림, 사려니숲, 절물자연휴양림, 화순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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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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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이 다양해졌다. 일상을 견디다가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는 곳, 1년에 여러 차례 잠시 짬을 내어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까닭이다. 어떤 때는 올레 길을 걷고, 어떤 때는 푸른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의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즐기고, 어떤 때는 한라산에서 섬의 속살을 엿보고, 어떤 때는 제주 맛집 투어로 일정을 가득 채우고…… 이제 제주는 나만의 여행법으로 즐기고 쉬는 곳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제주의 푸른 숲에 흠뻑 빠진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삼성혈, 사려니숲, 비자림, 절물자연휴양림,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 저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제주 숲에서 맘껏 쉼을 누리고 돌아오는 여행자들의 바람을 담은 책, 『푸른 숲, 제주입니다』가 반가운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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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냄새, 빛, 바람을 기억하는 일. 『푸른 숲, 제주입니다』는 제주 여행 무크지 《섬데이 제주》 2호 ‘제주의 숲’을 단행본으로 다시 만든 책이다. 한시적 기간 동안 독자들을 찾는 무크지를 아쉬워하는 요청이 많아 오랫동안 서점에서 만날 수 있게 재편집하였다. 북노마드 편집부가 직접 찾아 걸었던 숲의 기억이 제주에서의 싱그러운 시간을 기대하는 여행자에게 잘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가다듬었다. 첫번째 여행은 동쪽 해안에서 700번 동일주 노선을 타고 삼성혈로 향했다. 숲을 찾기 전 동문시장에서 내려 시장을 구경하고 찾은 삼성혈은 ‘도시 속 작은 숲’처럼 아담했다. 여행자에게 공항에 가기 전 시간이 남으면 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삼성혈은 제주가 ‘시작’된 곳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약 4,300여 년 전 삼신인(三神人: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이 이곳에서 용출(湧出: 구멍에서 태어남)했다는 삼성혈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긴다. 비자림은 길이 평탄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가족에게 좋다. 비(非)자 모양에서 그 이름을 따온 창살 같이 길쭉한 모양의 잎을 지닌 비자나무가 2800여 그루 심어져 있는 비자림은 ‘천년의 숲’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단단히 내린 뿌리와 두툼한 나무통, 그 위로 흔들리는 비자잎들. 천 년의 세월을 고이 모아 림(林)을 이룬 숲길을 거니는 동안 여행자는 현재의 시간으로 지나간 시간을 꺼내는 일의 거룩함을 깨닫는다. 겨울에도 잎을 쏟아내지 않는다는 비자나무, 비가 떨어지는 날에도, 햇살이 찌르는 날에도 늘 그 푸름을 지켜내는 비자림에서 우리는 계절을 읽는다. 계절의 바람을 느낀다. 볼거리로 충만한 사려니숲은 3~4시간을 오롯이 바쳐야 한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을 뜻하는 말이나 산에 붙인다고 한다. 그러니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곳, 보폭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숲길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곳은 특히 여름에 찾으면 좋다. 바람 소리, 새 소리에도 물이 배어나는 곳, 그러면서도 눅눅하지 않은 물기를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물기가 드리워진 숲의 그늘이 당신의 여름을 달래줄 것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은 그 안에 있는 ‘숲 속의 집’ 때문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1위에 심심찮게 뜨는 곳이다. 혼자 사색하기도 좋지만, 부모님과 함께 와서 쉬면 딱 좋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언덕을 따라 이어져 있는 삼나무길. 조용히 그 길을 걷노라면 절로 부모 생각이 난다. 하늘로 곧게 뻗은 삼나무의 시간을 생각하며 부모를 생각하고, 숲의 모든 것을 잉태했을 것 같은 삼나무 숲의 밑둥을 바라보며 또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 절물자연휴양림이다. 숲에서 바라보는 산방산의 모습이 압권인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은 두려울 만큼 고요한 숲길이다. 머리카락처럼 엉켜 있는 풀숲, 살아 있는 것들의 생마저 빨아들일 것 같은 숲의 기운이 가득한 ‘진짜’ 숲이다. 별도의 주차장도 입장을 안내하는 관리인도 없는 곳, 숲을 보는 대가로 돈을 내고 허가를 받는 과정 없이 숲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곳. 제주의 다른 숲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고여 있다면 이곳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대로 숲을 볼 수 있는 야생의 숲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방목해둔 소가 보인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그대로의 숲의 시간을 만끽하게 된다. 이처럼 제주의 숲은 같은 곳이 하나도 없다. 식물의 종류, 빛이 드는 정도, 잎의 빛깔, 습도, 냄새…… 모든 것이 다르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고 표정이 다양하듯, 제주의 숲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삼성혈, 사려니숲, 비자림, 절물자연휴양림,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 숲이 저마다의 이름을 갖게 된 까닭이리라. 때마침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일상을 견디다가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는 곳, 1년에 여러 차례 잠시 짬을 내어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까닭이다. 이제 제주는 특별한 여행지가 아니다. 올레 길만 걷는 여행, 푸른 해안을 따라 즐기는 여행, 한라산과 중산간을 다녀오는 여행 등 이제 제주는 나만의 여행법으로 가고 또 가는 곳이 되었다. 제주의 푸른 숲을 걷고 쉼을 누리는 여행자도 많아졌다. 그들은 말한다. 제주의 푸른 숲은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라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곳이라고, 그리하여 내 주변을 찬찬히 살피게 하는 곳이라고. 숲에서 계절을 읽는 여행, 계절의 바람을 느끼는 여행. 몸소 숲을 겪어보고 그 느낌을 새록새록 새기면서 제주의 숲 여행자는 계절에 따른 세상의 변화와 그 속에서 숨 쉬는 나와 우리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푸른 숲, 제주입니다』는 그 싱그러운 여행의 초록 동행자가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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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해안에서 700번 동일주 노선을 타고 삼성혈을 향해 가는 길. 일단 동문시장에서 내려 시장을 구경하고 삼성혈로 갈 작정이다. 여러 번 와봤던 동쪽 해안이지만, 나는 여행자라는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이따금 창밖을 살피고,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정류장 이름을 확인한다. 길을 잃기 쉽고 당황하기도 쉬운 나는, 여행자니까. 그러나 애써 그 긴장감을 들키지 않으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창밖을 내다보는 나는, 여행자다. 겨울에도 잎을 쏟아내지 않는다는 비자나무에게 계절이란 무엇일까. 그들이 견뎌온 시간을 생각한다. 계절의 흐름에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들도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여름이 가을이 되고 또 봄이 되어 싱그럽게 푸른 날들이 몇 번이고 돌아오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비가 떨어지는 날에도, 햇살이 찌르는 날에도 늘 그 푸름을 지켜내는 비자림에서 나는 신기하게도 계절을 읽는다. 계절의 바람을 느낀다. 나무들은 그런 나를 보며 시간을 엿보리라. 세월을 가늠해보리라.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를 보며 비자나무는 그렇게 계절을 읽어낼 것이다. 적당한 습기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차분한 바람. 더운 여름이다. 갑갑한 도시의 여름에 숨이 턱 차오를 때 즈음 훌쩍 도망오기 좋은 곳. 그곳이 제주이고, 제주의 숲이다. 사람의 발걸음을 반기는 푹신한 흙길과 새소리가 숲길을 따라 바람이 되어 흐르는 곳. 빗물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숲은 습기를 충분히 먹고 있다. 그것은 도시의 답답한 습기와는 달랐다. 그 습기는 아주 낯선, 숲만의 것이었지만 결코 살갗을 괴롭히는 그런 종류의 습함이 아니었다. 그렇게 붉은 길을 따라, 습기를 머금은 숲길을 걸었다. 숲은 이 시간을 기억해줄 것인가. 나와 그 사람이 함께 걷는 이 시간을. 내 몸을 감싸던 숲의 편안한 습기를 우리는 온몸으로 기억할 것이다. 나의 숨과 숲의 공기가 어우러지던 그 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꿉꿉하게 습한 게 아니라 맑은 공기로 습해서 좋은 거 같아.” 옆에 있던 그 사람이 내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열병. 한 사람이 내 몸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것. 나는 그것을 열병이라 생각해왔다. 손톱, 피부 결, 머리칼. 온통 그 사람이 배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온몸이 타오르는 것이다. 내 몸 안에 살았으니까. 구석구석 스친 자리뿐이니까. 숲을 기억하는 내 몸의 방식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온몸으로 느낀 숲의 습기가 내 몸에서 배어날 것이며, 그로써 기억될 것이다. 몸으로 기억될 장소를 누군가와 걷는 일. 그것은 아스라한 일이고 아픈 일이다. 바람 소리, 바람 소리에도 물기가 차 있다. 저 새들의 소리에도 물이 배어난다. 신기한 일이다. 더운 여름날 이렇게 눅눅하지 않은 물기를 숲 속에서 만나다니. 안개비가 어슴푸레하게 낀 사려니숲길. 이곳에 오기 전 정방폭포의 물을 흠뻑 묻히고 달려왔거늘, 숲으로까지 그 물빛이 이어진다. 숲길, 아니 물길을 걷는 듯하다. 물기가 드리워진 숲의 그늘이 여름을 달랜다. 내 몸은 그렇게 이곳의 습기를 기억할 것이다. 완만한 흙길을 걷고 또 걸어 온몸으로 기억될 장소, 제주의 사려니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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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forest 01 숲을 여행하는 다섯 가지 방법 14 삼성혈 - 모든 제주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60 forest 02 우리 함께 걷다, 곶자왈 산책 68 forest 03 숲을 안다는 것에 대하여 74 forest 04 사려니숲 식물 일지 86 forest 05 숲 트래킹 준비하기 88 forest 06 숲을 걷는 마음가짐 90 forest 07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꾸로 걷는다 - 나희덕 읽기 94 forest 08 숲길 100 forest 09 바다에서 숲까지 - 평대리 116 forest 10 모래와 게와 밤이 있는 풍경 124 forest 11 제주에서 대문이 없다는 것 128 forest 12 나의 첫번째 숲 134 forest 13 제주,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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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한 오렌지 다이어리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잡지 기자,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제주에 정착한 시골 생활 초보자. 김민채 『더 서울』과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어느 날 문득, 오키나와』를 지었다. 국어국문학을 공부했고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1989년 봄에 태어났다. 김호도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획자. 제주도에 적응하는 법을 느릿느릿 배우고 있는 평범한 사람. 박연준 시인.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등이 있다. 이수영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서울을 떠나, 제주 중산간 마을에서 좌충우돌 고군분투 3년째. 거의 24시간을 아내와 두 마리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예다은 카카오 서비스 기획자. 여행 작가. 생활하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생활한다. 여행 산문집 『올라! 스페인』, 『첫 휴가, 동남아』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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