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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떤 날 8

북노마드 여행무크지

여행을 망치려면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 망가진 여행


 

 

 

 

 

 

   

- 강윤정 오은 위서현 이현호 장연정 장성일 정세랑 지음
- 152*225 / 176쪽
- 10,000원
- 2017년 3월 25일
- 979-11-86561-39-3 (04980)
- 010.4417.2905(대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망쳐버리고 싶다.
여행을 망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망치려면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때는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여행의 시대다. 모두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떠나겠다고, 떠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SNS로 여행을 ‘생중계’하는 시대에 여행은 우리 시대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우리를 흡족케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출발 직전에, 여행 도중에 여행은 종종 우리를 배신한다. 여행 정보가 넘쳐나서, 일정이 완벽해서 ‘망가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믿었던 여행 동반자가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있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여행의 판타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적지 않다. 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 등 유난히 섬세한 이들의 여행을 담는 여행 무크지 『어떤 날』 8호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망가진 여행’을 담았다. 그 망가진 여행을 회복하기 위해 그들은, 그럼에도, 다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그 어떤 모습이든,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행을 망치려면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기회가 닿는 대로 지금-여기를 떠나고 싶어 한다. 여행 계획을 짜놓고 공항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넘쳐난다. 가히 여행의 시대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있다. 일상의 안정감이 깨어지는 게 싫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여행을 떠나지만, 지금-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일탈의 욕망을 품고 있지만, 여행이 선사하는 설렘과 흥분을 즐기지만 그러한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자극을 일상에 대한 폭력으로 여기는 이도 적지 않다. 어떤 이에게 여행은 보통의 생활에 균열을 일으키고, 몸담고 있는 현실을 파괴하는 평지풍파다.

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 등 유난히 섬세한 이들의 여행을 담는 여행산문 무크지 『어떤 날』 8호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망가진 여행’을 담았다. 강윤정(편집자), 오은-이현호(시인), 정세랑(소설가), 장연정(작사가), 정성일(영화감독), 위서현(아나운서) 등 7명의 여행자들이 자신의 망가진 여행을 고백했다.

문학 전문 편집자 강윤정은 몇 해 전 토리노행 열차 티켓을 끊었다. 프리모 레비(Primo Levi), 유대계 이탈리아인이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작가. 그가 나고 자란 곳, 끌려갔다가 돌아온 곳,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곳에 꼭 가고 싶었다. 그렇게 레비가 묻힌 묘지 앞에 서는 것을 택했다. 자신에게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보여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토리노 역에 도착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확대-축소하며, 대중교통과 도보를 총동원해 묘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었다.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공동묘지에도 휴무일이 있을 줄이야. 묘지 관리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건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일이었다. 운명 같았던 토리노 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저 멀리 알프스 산봉우리를 덮은 만년설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신기했다.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프리모 레비라는 사람을 마음 깊이,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돌아오는 기차에서 생각해보니 레비의 말, 삶, 그리고 그가 본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시인 오은의 망가진 여행은 친구와 나눈 맥주 한잔에서 시작되었다. “남들은 좋아하는데 끌리지 않는 게 뭐야?”라는 친구의 물음에 그는 “여행”이라고 말했다. 시인에게 여행은 불편한 경험에 불과하다. 예상할 수 없는 일, 예기치 않은 일이 그냥 싫다. 그래도 이번에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주말을 피해서 2박 3일, 아무 계획 없이 단지 자유롭게! 며칠 후, 두 사람은 서로의 거주지 중간에 위치한 용산에서 만났다. 까만색 SUV 렌터카에서 친구는 전국 지도를 펼쳤다. 속초! 수학여행을 제외하곤 가본 적이 없던 강원도로 정했다. 계획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이나 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말이다. 그때였다.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났다. 비였다. 일기예보에서는 강원도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고 했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변수가 등장했지만, 여행은 ‘나도 몰랐던 나’를 튀어나오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펑크록과 브릿팝을 들으면서 해안도로를 달렸다. 그날 밤, ‘강원도-바다’ 하면 떠오르는 횟집으로 향했다. 회는 살살 녹았고, 술도 달았다. 하지만 여행은 다음 날 끝나고 말았다. 비 오는 날 회를 먹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계획이 없는 여행에 적응해갔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배탈에 두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무얼 먹지도, 무얼 보지도 않은 채. 비는 그치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그냥 서울로 돌아갈래?

비록 바다에 가지 못하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서 실패한 여행이었지만 시인은 여름만 돌아오면 그 여행이 떠오른다. 무계획, 날씨, 과식이 망친 여행이지만, 그 여행은 ‘망친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시인 이현호에게 여행은 ‘어떤 싸움의 기록’이다. 시인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의 안정감이 깨어지는 게 싫어서란다. 그런 시인에게도 잊지 못할 여행이 있다. 4년 전 떠났던 최초의 해외 여행이었다. 늦깎이 군 생활을 마치고, 서른 살 삶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정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여자 친구의 성화도 있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떠난 2박 3일의 홍콩 여행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늦잠을 잤고, 허둥지둥 공항에 도착했다. “간판이 중국어인 거 빼면 서울이랑 똑같네”라는 말에 여자 친구의 화를 돋우었고, 영화 <중경삼림>의 명소는 공사중이었고, 폭우도 쏟아졌다. 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밥을 먹자고 고집을 부려 찾은 식당은 실패였다. 템플 스트리트, 틴하우 사원, 제이드 마켓, 침사추이…… 어디를 찾아도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시인은 여행을 즐기는 게 아니라 여행과 대결하고 있었다. 감동은 여행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망가졌다. 그러나 그 여행은 헛되지 않았다. 그 여행에서 시인은 “여행을 위해서 공간을 이동할 필요는 없다”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여행을 위해선,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일상은 여행이 될 수 있음을 그는 알게, 아니 느끼게 되었다.

시인은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망쳐버리고 싶다. 그러나 조금 달라졌다. 여행을 망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 여행을 망치려면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는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거라는 시인의 다음 여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서점에는 여행서가 많다. 거의 모든 여행서가 추억에 잠겨 행복해 죽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날 8』은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건대, 집 떠나면 고생이다. 여행은 그게 견딜만한 고생일 때까지만 즐겁다. 함께 여행을 떠난 상대를 잘못 선택해서, 여행지를 잘못 선택해서, 도착한 그곳이 기대보다 더 훌륭했음에도 조금씩 계획이 뒤틀리면서 여행은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건 『소울 트립』, 『눈물 대신, 여행』 작가 장연정도, 영화감독 정성일도, 소설가 정세랑도 같은 마음이다. 무더위밖에 생각나지 않는 싱가폴(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찾은 낭트영화제(정성일), 친구가 떠나고 홀로 남은 하와이(정세랑)는 ‘망가진’ 기억을 남겨주었지만,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 그들은 추억하고 있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가보지 못한 곳, 달성하지 못한 목표, 만나지 못한 이, 풀지 못한 의문, 못한 것투성이일 수 있다. 그래서 계속, 계속, 계속 가고 싶은 것이다. 모든 일정이 여행자의 뜻대로 된다면 다시는 찾지 않았을 어떤 곳. 그곳을 이해했다고 성급히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 ‘망가진’ 여행 덕분에 여행자는 오늘도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여행은 그렇게 지속된다.

 




본문 중에서

눈 덮인 알프스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영문 모를 웃음이 났다. 프리모 레비가 뭐라고 데친 시금치처럼 엉망인 몰골로 꼬박 반나절을 헤맸나 싶었다. 신기했다. 만난 적도 없고, 당연히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으며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누군가를 이렇게 마음 깊이,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그가 남긴 글을 읽었을 뿐인데 말이다. 단지 그뿐이면서 내가 그를 안다고 느끼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그가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 이건 도대체 뭐라 이름 붙이면 적당한 관계이며 감정일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레비의 말, 그의 삶과 그가 본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는 소박한 사실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머릿속에는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잔뜩 들어 있는 건 대개 연인 사이에 일어나지 않나. 하나, 둘, 셋, 넷…… 흠모하는 작가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며 아이고, 애인 부자다 애인 부자, 그래도 레비가 제일이지,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 강윤정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중에서

비록 바다에 가서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산에 가려다 정작 휴게소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때문에 실패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여름만 돌아오면 그해의 이틀이 떠오른다. 무계획이 망치고 날씨가 망치고 과식이 망친 여행이지만, 어쩐지 해가 갈수록 그해의 여행은 ‘망가진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 덕분에 이제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굳이 피하지는 않는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한 끗 차이다. 설렘은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부터 비롯한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 오은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에서

실제만 존재하는 삶처럼 지루한 것도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안의 환상과 오래된 기억 사이를 언제까지나 걷는 여행자이기를.

- 위서현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중에서

포르투갈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는 여행을 위해서 굳이 공간을 이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여행을 위해선,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일상은 여행이 될 수 있다. 미지를 향해 스스로를 한껏 열어젖히는 여행가처럼 일상의 매 순간 온 존재를 기울여 감각을 열어둔다면 가능한 일이다. 출근 버스의 창밖을 스치는 나뭇가지, 방바닥에 널브러져 슬렁슬렁 하는 독서, 친구와 나누는 가벼운 농담 같은 사소한 것들이 여행지에서 만난 절경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여행이 권태와 무심함으로 인해 죽어가는 일상을 되살리려는 심폐소생술이라면, 저 ‘느끼는 존재의 여행’은 일상을 여행으로 탈바꿈하는 환골탈태다.

- 이현호 ‘어떤 싸움의 기록’ 중에서

마지막 기내식을 먹다가 S가 물었다.

⌔ 정말 더위 때문이었을까?
□ 뭐가?
⌔ 네가 그렇게 즐겁지 못한 게 말이야.
□ 글쎄.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 S야. 어쩌면 더위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인공적인, 너무나 인공적인 도시의 사방이 갑갑했던 건지도 몰라. 계획적으로 꼼꼼히 들어선 건물과 어디를 가도 결국 다시 걷던 곳을 만나게 되는 답답함이 힘겨웠나봐.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너무나 반듯하고 정갈한 그의 색깔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거야. 그럴 때 사람은 외로워지잖아. 아마도 싱가폴이 그랬던 것 같아.

- 장연정 ‘Last Summer’ 중에서

완전히 지쳤지만 불행히도 나는 시차를 잘 극복하지 못하는 여행객이다. 허전하게 가벼운 가방만을 들고 파리에 도착한 다음 그냥 눈에 보이는 별 둘 호텔에 들어갔다. 어차피 하룻밤만 자면 된다. 게다가 드골공항에 들려서 짐을 찾고 다시 역순으로 돌아와 낭트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그저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 욕조와 푹신한 침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좀더 신중해야 했다. 침대는 허름했지만 편안했고 샤워기에서는 따뜻한 물이 잘 나왔다. 내가 미처 계산하지 않은 것은 지금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밤새 창문틀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파리의 겨울은 춥다기보다는 시리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나는 밤새 몸을 웅크리고 자야만 했다. 가까스로 잠들었고 생각보다 약간 늦게 일어난 나는 허둥지둥 드골공항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내 가방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에어프랑스는 나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을 품고 몽파르나스 역으로 향했다. 어느새 내 마음은 얼른 원고를 보내야 한다는 초조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차를 타자마자 비로소 피곤이 몰려왔다. 게다가 이틀 전 서울에서의 이 시간은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들면 안 된다. 낭트는 종착역이 아니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낭트 역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갈 것이다.

- 정성일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 ’ 중에서

밤늦게까지 새 신발을 신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 밤거리의 활기를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누군가 지나가다 손을 흔들어주었다. 서핑 보드가 잔뜩 기대어진 곳에서 우쿨렐레를 치는 사람을 보았다. 바닥에 새가 떨어뜨리고 간 붉은 깃털을 보았다. 얼마나 다시 오고 싶어질지 눈물이 났는데, 그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강렬하게 하와이가 그립다. 그곳의 공기가 그립고, 체온을 빼앗아가지 않는 따뜻한 빗물이 그립고, 도무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 무지개가 그립다. 다음 날,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모니터를 보던 지상직 직원 분의 눈이 흔들렸다. 두 사람이 함께 왔다 따로 돌아가는 기록이 남았을 텐데, 순간적으로 극적인 스토리를 구성하신 게 아닌가 싶다. 엉뚱하게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은 것이다……. 기뻤지만 아무래도 사연 있는 사람으로 오해받은 것 같다. 돌아와서는 모니터 바탕화면을 와이키키로 바꾸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와이였으면, 하고 바라는 날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 한 자도 쓰이지 않은 상태의 소설이 남았다.

- 정세랑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 중에서

 




차례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 강윤정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 오은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 위서현
어떤 싸움의 기록 / 이현호
Last Summer / 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 / 정성일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 / 정세랑



지은이

강 윤 정

문학 편집자이다. 소설 리뷰 웹진 <소설리스트(sosullist.com)>의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 은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가 있다.

위 서 현

KBS 아나운서. 1979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을 공부했다. KBS 1TV NEWS 7, 2TV 뉴스타임 앵커, 1TV <독립영화관> <세상은 넓다>, KBS 클래식FM <노래의 날개 위에> <출발 FM과 함께> 등을 진행했다. 지은 책으로 『뜨거운 위로 한 그릇』이 있다.

이 현 호

1983년에 태어났다. 2007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가 있다.

장 연 정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현재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득 짐 꾸리기와 사진 찍기, 여행 정보 검색하기, 햇볕에 책 말리기를 좋아한다. 여행 산문집 『소울 트립』 『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이 있다.

정 성 일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키노》의 편집장을 지냈다. 영화 〈카페 느와르〉와 〈천당의 밤과 안개〉 등을 연출했다. 지은 책으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 등이 있다.

정 세 랑

소설가. 『이만큼 가까이』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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