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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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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혜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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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라는 이름으로 남다른 패션 감각과 개성 넘치는 일상으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스타 ‘유지혜(@JEJEBABYXX)’의 두번째 여행기. 스물세 살에 떠났던 98일간의 여행을 담은 『조용한 흥분』에 이어 스물넷 끝자락부터 스물다섯 여름까지의 여행을 담았다. 물론 어디를 가서, 무엇을 느끼는 식의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대나무 마디처럼 청춘의 지독한 성장통의 흔적, 여행 혹은 일상을 버텨낸 자존감의 결실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나와의 연락’이라는, 당연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진정한 소통을 권하는 저자의 마음씀씀이는 어느 어른 못지않다. 저자가 직접 찍고 그린 필름 사진과 그림, 일기도 책의 개성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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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분주하다. 하는 것도 없이. 나는 그대로인데 무언가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변화에 대처하는 계획을 세우거나 지난날을 반성할 틈도 없이 시간은 무심히 제 갈 길을 간다. 스물셋, 마음껏 떠난 여행을 밑천삼은 『조용한 흥분』으로 불현듯 다가온 작가 유지혜도 그랬다. 분주하고 초조했다. 어느새 서툰 행동도 귀엽게 넘어갈 수 없는 나이 스물다섯이 되어버렸다. 알고 있다. 한창 좋을 나이라는 것을. 하지만 책임져야 할 미래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른다운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확신과 불안이 반반씩 섞여 있는 나이, 타인의 매력적인 오답에 끝없이 흔들리는 나이. 우리가 ‘청춘’이라 예찬하는 이들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한 권의 책을 펴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작가는 생각했다. 그토록 떠나고, 돌아오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도 왜 마음이 분주한 걸까. 그건 결국 ‘나’ 때문임을 알았다. 나에게 온전히 몰입하겠다는 다짐이 자꾸 무너지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SNS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정작 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나에게 닿는 일을 좀더 쉽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여행’이었다. 스물넷 끝자락에 먼 곳으로 떠났다. 때로는 서울의 일상을 여행했다. 마음이 달아오르는 초여름에는 파리로 갔다. 대단한 결심이나 씩씩한 꿍꿍이는 없었다. 가벼운 나이에 작은 돌 하나 얹기에는 여행만한 것이 없다는 믿음만 있었다. 내 안의 어리석은 목소리를 충동적으로 여길 정도로 몽땅 반영했다. 속이 후련했다. 늘 발견과 기쁨만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때때로 막막했다. 생각보다 초라한 나와 완벽하지 않은 날을 견뎌야 했다. 그 여행 속에서 매일 일기를 적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결정적 순간으로 여겼다. 그리고 알았다. 여러 모양의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 다른 것에 집중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나’를 만났던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제목을 ‘나와의 연락’으로 정했다. 먹고 사는 것에서 자유롭지 않더라도 ‘나와의 연락’을 첫째로 두고 싶었다. 베를린, 파리, 바르셀로나, 서울, 경주…… 유지혜의 두번째 여행기 『나와의 연락』은 여기저기에서 스스로 묻고 대답한 솔직한 연락이다. 작가와의 대화처럼. - 『조용한 흥분』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그 책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여러 잡지에 인터뷰가 실렸고 때때로 글도 기고했어요. 북노마드와의 인연으로 평소 즐겨 찾는 독립책방 탐방기를 『우리, 독립책방』에 쓰고, 곧 출간될 여행무크지 『어떤 날 8』에도 ‘망가진 여행’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어요. 평소에는…… 늘 그렇듯 여행하며 지냈어요. - 두번째 책이라 부담도 되었을 텐데요. 이번 책 『나와의 연락』을 소개해주세요. 『나와의 연락』은 스물넷 끝자락부터 스물다섯 여름까지의 국내외 여행 이야기를 담았어요. 첫 책과는 다르게 한국에서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제가 직접 찍은 필름 사진, 직접 그린 그림, 일기 등 솔직한 글을 모았습니다. - 제목 ‘나와의 연락’이 참 좋아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늘 누군가와 만나고 연락을 이어가잖아요. 하지만 ‘나 스스로’와의 연락은 부족하죠. 제가 늘 여행을 떠났던 것도 그 결핍 때문이었어요. 여행에서만큼은 내 자신에게 깊숙이 닿는 느낌이었거든요. 나에게 거는 전화, 나에게 보내는 문자가 저에겐 여행이에요.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를 소망합니다. -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파리는 워낙 좋아하는 도시고,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의 ‘룩북(look book)을 찍으러 갔어요. 베를린은 솔직히 더 유명해지기 전에 가고 싶었어요. 잘 정돈된 유럽의 도시에 질려서라고 할까요. 망가진 배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맛보고 싶었어요. 바르셀로나는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맞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베를린의 11월이 살벌했거든요! - 그사이, 경주와 서울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도드라집니다. 경주와 서울 여행 혹은 일상을 끼워 넣은 이유가 있나요? 저는 멀리 떠날 때보다 일상에서 더 집중하게 되고 긍정의 마음을 갖게 돼요. 여행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 있게 보낸 시간이 많아요. 나의 일상이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떤 교집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상에 부대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었어요. 지긋지긋했던 일상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돌아보면 눈물 나게 그리울 거라고 말이죠. - 왜, 그토록 여행을 떠나세요? 딱히 이유는 없어요. 첫번째 서랍에 놓인 귀걸이에 늘 손이 가듯이 그냥 좋아서, 편해서 떠나게 됩니다. 특히 여행에서의 제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여행에서 씩씩한 내 모습, 혹은 바보 같아서 창피한 모습도 재미있어요. - ‘제제’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어요. 사람들이 왜 작가님을 좋아하는 걸까요? 글쎄요. 조금 쑥스럽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일상 때문이 아닐까요. 멋져 보이지 않아도 좋으니 저의 친구들이 아는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길 원해요. -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 사랑해도 아쉽지 않은 마음. 그게 바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 아닐까요. 그리고 2017년을 기대하는 마음! - 올해, 이것만큼은 하지 말아야지, 결심한 것이 있나요? 게으른 월요일 보내기. - 사랑하고 계시죠?^^ 작가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막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응원 한마디를 덧붙인다면요. 사랑은 내가 만드는 날씨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에 따라, 혹은 내가 어떤 연인이냐에 따라 햇빛이 쨍한 날일수도, 어둡고 습한 날일수도 있어요. 그 날씨를 만드는 건 내 몫이에요.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서 눈부시게 다양한 날씨를 만날 거예요. 여러분의 새해 날씨는 봄이든, 겨울이든 늘 쨍쨍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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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분주한 수많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고민은 결국 ‘나’에 대한 것이다. 나에게 온전히 몰입하겠다는 다짐이 자꾸 무너진다. 그럴 때면 하루하루를 모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떤 날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거대한 결혼식 같다. 번잡하고 알맹이는 쏙 빠져 있는 상황, 머물기 싫은, 그렇다고 먼저 떠날 용기도 없는 나날.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정작 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구할 수 없는 스스로의 소식은 화려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 나에게 닿는 일을 좀더 쉽게 만드는 것은 결국 ‘여행’이었다. * 멀리서 들은 부고 소식처럼 외로운 기분에 잠긴다. 살짝 좋은 기분이 엿보이면 나는 겨드랑이가 아프도록 손을 흔들었다. 혹시 나를 스쳐 지나갈 수 있으니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나를 태워가라고. 사건이 될 만한 하루를 찾아 나선다. 묵묵부답하다가도 낯선 색깔로 반짝이는 단서들. * 실제로 우리의 괜찮은 모습은 찍히지 않는다. 당황할 때, 슬플 때, 기쁠 때, 크고 작은 사건에 부딪힐 때…… 내 모습이 투영된 무언가 앞에 서 있지 않는다. 모두 삶의 현장에서 흘러갈 뿐이다. 우리는 아무런 노력 없이 삶의 자리에 머물면 된다. 그것만으로 유별나고 궁금한 여자가 된다. 어쩌면 타인이 바라보는 눈빛, 찍히는 시선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응시하는 것이 일상을 영화로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제대로 ‘내’가 되는 것. 그것만이 주인공이 되는 길이다. * 바닷물이 품절되는 일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끔씩 일어나면 좋겠다. 안일한 체류자의 안색을 흔드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음 뻐근한 일이 생기면 좋겠다. 복숭아를 집는 그녀의 물감 묻은 손에 누군가 반해버리면 좋겠다. 짧은 베를린의 여름에는 사랑의 범죄를 저지를 엉뚱함이 발하면 좋겠다. 용감한 자신을 발견하면 좋겠다. 맥주 같은 야단스러운 위로가 있으면 좋겠다. 자주 길을 잃으면 좋겠다. 종이의 예술로 외로움의 벌금을 지불하면 좋겠다. 생소한 감정의 활약이 들리면 좋겠다. 갓길에 떨어진 타이어처럼 혼자일 때, 스스로의 그림이 단 하나의 구원이 되면 좋겠다. *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쉬는 여유를 가져도 마음 한구석 낌새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멍석 깔린 기념일에 쓰임새가 없는 사람이다. 흥겨움에 보탬이 되지도 못하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특별함이 강요되는 날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숙제가 잔뜩 쌓인 기분이 된다. 숙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다음 날, 특별함을 씻어낸 개운한 아침이다. ‘그냥’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많은 날 중의 하나. 남은 오늘 하루는 실속 있고 조용한 하루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창문에 쌓인 ‘메리크리스마스’ 글씨에 쌓인 눈을 털어내다가, 귤을 까먹다보니 손톱에 12월이 낀다. 남은 시간 동안 스물넷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달라고 말하며 보다 젊은 네 번의 날만이 남았다. * 1월 1일이 지나고 똑같은 하루가 이어질 것이다. 단지 한 해의 시작이라는 그럴싸함으로 포장된 날을 통과하고 다시 무뎌질 것이다. 기대한 것이 이루어지기보다 실망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안다. 덜 익은 고기와 냉동만두로 할 말을 잃게 했던 식당처럼. 바라고, 당하고, 잊히고, 흩어지고, 부대끼면서 한 해를 살 것이다. 출근길에 급하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크고 작은 사건에 절망하거나 열광하며, 예측할 수 없는 고약한 365개의 날들 앞에 서 있다. 12월 31일, 혹은 1월 1일의 생각들을 적절히 기억하며 살기 원한다. 1년의 시작과 끝에 우리가 계획하는 호들갑을 정확히 365개로 나눠 가지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새해 소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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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08 Berlin, Germany - 예쁜 척하지 않아서 좋은 너 024 Amsterdam, Netherlands - 누구에게나 아주 상냥한 방문 130 Barcelona, Spain -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진한 얼굴 166 Gyeongju, South Korea - 둥근 무덤을 만날 때마다 뾰족함을 잃었다 218 Seoul, South Korea - 실은 가장 고마운 생활의 내역 226 Paris, France - 낭만적인 모든 것들의 숙소 246 에필로그 348 지은이 유 지 혜 회전문이 있는 미술관 입구, 혼자 먹는 점심, 나이에 상관없이 앳된 사람들, 준비되지 않은 표정,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은 날, 숨소리, 영수증에 쓴 메모, 패티 스미스의 모든 글, 아기자기한 제품 설명서, 집중 뒤에 맞이하는 새벽, 술에 취하는 지점, 덜 세련된 고딩, 비밀스럽지만 솔직한 다짐, 종이봉투, 가짜 아닌 모든 것, 다시 돌아갈 곳, ‘작업’이라는 사치스러운 단어, 많이 느끼고 적당히 삭히는 여행, 가끔의 휴가, 일 같지 않은 일, 어떤 이의 두툼한 이십대를 좋아하는 유지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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