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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檸檬

가지이 모토지로 단편선

 

 

 

 

 

 

   

-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 안민희 옮김
- 110*183 / 120쪽
- 9,800원
- 2019년 3월 20일
- 979-11-86561-57-7 (04830)
- 010.4417.2905(대표 윤동희)

         
 

자연과 문학, 음악, 철학을 사랑한 요절 작가. 가지이 모토지로는 다이쇼 시대 말기부터 쇼와 시대 초기에 걸쳐 몇 개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다. 1924년 24세에 첫 작품 「레몬」을 쓰고,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문학은 늘 병상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일까.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의 불안하고 우울하고 피곤한 이야기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프고 우울하더라도 바닥에 처박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연한 희망을 품지도 않았다.
가지이 문학의 목적은 ‘불길한 덩어리’, 즉 ‘권태감’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레몬」의 ‘나’는 짜증을 가라앉혀줄 ‘하찮고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 걷는다. 그리고 과일 가게에서 레몬 하나를 ‘숨 막히는 마루젠’에 몰래 두고 나온다. 그는 ‘레몬 근처에서만큼은 묘하게 긴장감을 띠는 것’을 느꼈다. 레몬을 두고 도망치는 계획을 세운 가지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정신의 고양감이나 정신의 긴장감이었을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 살고자 하는 것의 위대함, 살고자 하는 것이 자아내는 유머. 가지이는 병자였기에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정신의 고양’을 바랐다.

 




출판사 서평

가지이 모토지로는 다이쇼 시대(1912~1926년) 말기부터 쇼와 시대(1926~1989년) 초기에 걸쳐 몇 개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다. 생전에 그는 일류로 평가받지 못했다. 첫 작품 「레몬」을 쓴 것은 1924년 24세 때이고, 발표 무대도 《푸른 하늘》이라는 동인지였다. 그 후로도 그의 작품은 주로 동인지에 발표되었다. 1931년 말, 그의 마지막 작품 「태평한 환자」가 유일하게 상업 잡지 《중앙공론》(1932년 1월 호)에 발표된 게 전부다.

어린 시절, 가지이는 자연을 뛰어다니고 음악을 사랑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기숙사 친구들과 문학, 음악, 철학을 논하며 《푸른 하늘》이라는 동인지를 창간한다. 이 잡지에 처음 실었던 소설이 「레몬」이다. 이후 여러 동인지에 「성이 있는 마을에서」 「K의 승천」 등의 작품을 싣고, 1931년에는 「레몬」을 표제작으로 한 작품집을 발간했다.

1920년, 가지이는 폐결핵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한다. 「레몬」을 비롯하여 소설 속 주인공들이 거의 병을 앓고 있는 이유다. 1932년 1월, 가지이는 공식적인 문단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한 환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32세의 젊은 나이였다. 당시, 그는 무명의 신인이자 문학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의 불안하고 우울하고 피곤한 이야기다. 그 시절, 결핵은 불치병에 가까웠다. 가지이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프고 우울하더라도 한없이 바닥에 처박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연한 희망을 품지도 않았다. 그들은 소소한 재밋거리, 즉 레몬 같은 것을 발견했다. 레몬은 병을 낫게 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지이는 생의 절박한 시점에 레몬이라는 폭탄을 설치하는 행위로 잠시나마 재미를 느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가 마음을 내리 짓누르고 있었다. 초조함이라 해야 할지 혐오감이라 해야 할지,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오는 것처럼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숙취에 상응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 본문 중에서

가지이 문학의 목적은 ‘불길한 덩어리’, 즉 ‘권태감’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레몬」의 ‘나’는 짜증을 가라앉혀줄 ‘하찮고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 걷는다. 그리고 과일 가게에서 레몬 하나를 ‘숨 막히는 마루젠’에 몰래 두고 나온다. 그는 ‘레몬 근처에서만큼은 묘하게 긴장감을 띠는 것’을 느꼈다. 레몬을 두고 도망치는 계획을 세운 가지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정신의 고양감이나 정신의 긴장감이었을 것이다. 가지이는 권태감을 파괴하는 정신의 고양을 죽는 순간까지 추구했다. 살고자 하는 의지, 살고자 하는 것의 위대함, 살고자 하는 것이 자아내는 유머. 가지이는 병자였기에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정신의 고양’을 바랐다. 가지이 문학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가지이는 “어둠과 빛을 그려낸 소설가”로도 불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가 마음을 내리 짓누르고 있었다’라는 「레몬」의 첫 문장에서 어둠과 빛이 동시에 느껴진다. 소설과 병.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가 아니었다면 쓸 수 없는 지극히 건강한 문학이다. 가지이는 어둠과 하나가 되는 모순을 사랑했다. 그는 절망스러운 현실 속으로, 즉 어둠 속으로 한 발 내디뎠다. 「레몬」에서도, 「어느 마음의 풍경」에서도, 「K의 승천」에서도, 「교미」에서도 그는 어둠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 배경 속으로 가느다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어둠의 풍경 위로 떠오르는 현실의 사물에 그는 매료되었다. 과일 가게 선반에 놓인 레몬이 그렇듯이. 빛을 내재한 레몬이라는 사물은 그에게 미의 극치, 생명의 충만, 무한한 행복이었다. 세기말의 권태와 병자의 불안 속에서도 그는 ‘어떤 의지’를 잃지 않았다. 가지이의 소설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삶의 의지를 놓지 않은 마음속 풍경. 그래서 가지이의 환상은 건강하다.

「레몬」은 소설이라기보다 소품 혹은 산문시의 범주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짧은 소설이 시간을 견뎌 오늘에 이른 것은 그 ‘정신’이 문학의 근본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가지이는 격렬한 열정의 시인이자 염세적 철학자였다. 그 상반된 가지이의 세상 속으로 이제 당신이 들어갈 차례다.

 

 

본문 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가 마음을 내리 짓누르고 있었다. 초조함이라 해야 할지 혐오감이라 해야 할지,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오는 것처럼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숙취에 상응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게 온 것이다. 이건 좀 위험했다. 결과적으로 발병할 폐첨 카타르나 신경쇠약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 등짝을 뜨겁게 달굴 듯이 늘어난 빚이 위험하다는 것도 아니다. 위험한 것은 그 불길한 덩어리다. 이전에는 나를 행복하게 했던 어떤 아름다운 음악도, 어떤 아름다운 시 한 구절도 견딜 수 없이 싫어졌다. 축음기를 틀어주는 가게에 가서 음악이나 들어볼까 해도 두세 소절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 뭔가가 나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온종일 이 거리 저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 ‘레몬’ 중에서

조금 전에 들었던 박수와 웅성거림이 흡사 꿈만 같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 귀에도 눈에도 아직 선명하게 잔상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나 웅성거렸던 사람들이 지금 이 정적 속에 있다니, 정말 신기하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것을 의심하려 들지 않고 그저 음악을 쫓고 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허무함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끝없는 고독감을 떠올렸다. 음악회, 음악회를 둘러싼 도시, 세계. … 소곡 연주가 끝났다. 초겨울의 차디찬 바람 소리 같은 것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그 후에 또다시 아까 그 정적 속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무의미했다. 몇 번이고 사람들이 “와아!”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조용해지는 게 무엇을 의미했던 것인지, 꿈만 같았다.
- ‘기악적 환각’ 중에서

K군은 병으로 인해 정신이 날카롭고 예민해진 탓에 그날 밤은 그림자가 정말로 ‘보이는 것’이 된 것이 아닐는지요. 어깨가 나타나고 목이 드러나고 미세한 현기증 같은 것도 겪으면서 ‘기척’의 영역에서 이윽고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이 지나며 K군의 영혼은 달빛의 흐름을 거스르며 서서히 달을 따라 올라간 것입니다. K군의 몸은 점점 의식의 지배를 잃고 무의식적인 발걸음은 한 발짝, 한 발짝씩 바다에 가까워졌겠지요. 그림자인 그는 마침내 하나의 인격을 지니게 됩니다. K군의 영혼은 더 높은 곳으로 승천해가지요. 그리고 그 껍데기는 그림자인 그에 이끌려 기계인형처럼 바다로 걸어 들어간 것이 아닐까요. 이윽고 썰물에 밀려온 높은 파도가 K군을 바닷속으로 쓰러뜨립니다. 만일 그때 껍데기에 감각이 되살아났더라면 영혼도 그와 함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겠지요.
- ‘K의 승천’ 중에서

고양이들은 서로에게 안겨 있다. 유연하게 맞물려 있다. 앞발로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지켜보는 사이에 나도 점점 고양이들의 움직임에 매료되었다. 그들이 맞물려 있는 괴상한 자세와 서로를 향해 뻗은 앞발. 그 발로 사람을 밀쳐낼 때의 귀여운 힘 등을 떠올렸다. 손가락이 한없이 파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따뜻한 배의 솜털. 지금 한 녀석이 뒷발로 그 솜털을 밟고 있다. 이렇게나 귀엽고 신기하고 요염한 고양이의 모습을 난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잠시 후에 그들은 서로에게 꼭 안긴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골목길 한쪽 끝에서 지팡이 짚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교미’ 중에서

요시다는 지금까지 단순히 이 통계에서 그러한 내용을 유추해내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에 비춰보아 생각해왔다. 잡화점집 딸의 사망 소식, 그리고 자신이 최근 몇 주 동안 겪은 고통을 고려하면 막연하게 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통계 속의 90명가량 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중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으며 아이도 있고 노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 사정이나 병의 고통을 강인하게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무엇이든지 잘 못 견디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병이란 것은 결코 교에서 행군할 때처럼 버티지 못하는 약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를 행군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라도 약골이라도 모두 같은 열에 서서 좋든 싫든 끝까지 끌고 가는 것, 바로 그런 것이라는 각이 들었다.
- ‘태평한 환자’ 중에서

 




차례

레몬 1925          6

기악적 환각 1928          20

K의 승천 — 혹은 K의 익사 1926           28

교미 1931          44

태평한 환자 1932          60

옮긴이의 말          102

작가 연보          115



지은이

가지이 모토지로 梶井基次郎

1901년 2월 17일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기타노 중학교를 거쳐 1919년 교토 제3고등학교 이과에 진학하지만 문학과 음악에 흥미를 느꼈다. 1920년 9월에는 폐첨 카타르 진단을 받고 학교를 떠났다가 11월에 복귀했다.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1922년부터 습작을 시작했고, 동시에 5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24년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하고, 나카타니 다카오 등과 동인지 《푸른 하늘》의 창간을 준비한다. 같은 해 객혈과 이복 여동생의 죽음을 겪으며 극히 예민해졌다. 1925년 1월 《푸른 하늘》 창간호에 「레몬」을 발표했다. 1926년 말부터 1년 정도 요양을 위해 이즈의 유가시마 온천에 머물렀다. 그때를 계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비롯한 문인들과 교류한다. 1928년에 도쿄로 가지만 병세가 악화되어 오사카로 돌아갔다. 병상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가지이는 1931년 5월 작품집 『레몬』이 간행되었으나 1932년 3월 24일, 서른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옮긴이

안민희

동덕여대 일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일본 및 한국 기업에서 통번역직으로 근무하고, 현재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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