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ABOUT |
|
|||||||||||
|
- 한량 지음 |
|||||||||||
낯선 도시의 ‘집’으로 가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주목받는 독립출판 작가 ‘한량’은 집과 집을 건너다니는 여행이 좋아서 마침내 여행자의 집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여행자다.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가 기록한 1년이라는 시간을 담아낸 이 책은 독립출판물로 간행되어 작은 책방에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취향과 감에 이끌려 낯선 도시의 집을 찾는 사람들, 그들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나누는 마음을 기록한 저자의 글과 사진은 더없이 성실하다. 기존 독립출판물에 미처 싣지 못한 에피소드와 또 다른 삶을 꿈꾸게 한 ‘집의 기억들’을 엮은 이야기를 더해 새로이 선보인다. 누군가의 집으로 색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훗날 여행자의 집을 꾸리는 삶을 꿈꾸는 이라면, 『원서동, 자기만의 방』의 문을 두드려보아도 좋을 것이다. |
||||||||||||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가 기록한 1년, 낯선 도시의 ‘집’으로 가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Airbnb)의 광고 카피처럼 누군가가 살아가는 도시, 동네, 집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살다’라는 말이 지닌 힘은 이토록 커서, 우리는 기꺼이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곤 한다. 주목받는 독립출판 작가 한량은 집과 집을 건너다니는 여행이 좋아서 마침내 여행자의 집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여행자다. 한량은 여행자의 집에 얽힌 이야기를 엮어 독립출판물로 펴냈고, 이 책은 2018년 3월 간행되어 작은 책방에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은 ‘2018 올해의 에세이’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원서동, 자기만의 방』은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가 기록한 1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에세이다. 왜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있는 작은 동네인 원서동에 집을 구했는지, 여행의 공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생각지 못한 문제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여러 나라에서 온 게스트를 맞고 떠나보내는 관계에서 어떤 에피소드와 생각이 피어났는지…… 취향과 감에 이끌려 낯선 도시의 집을 찾는 사람들, 그들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나누는 마음을 기록한 저자의 글과 사진은 더없이 성실하다. 기존 독립출판물에 미처 싣지 못한 에피소드와 또 다른 삶을 꿈꾸게 한 ‘집의 기억들’을 엮은 이야기를 더해 새로이 선보인다. 누군가의 집으로 색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훗날 여행자의 집을 꾸리는 삶을 꿈꾸는 이라면, ‘원서동, 자기만의 방’의 문을 두드려보아도 좋을 것이다. 취향과 감에 이끌려 낯선 도시의 집을 찾는 사람들, 한량이 처음 겪었던 이국의 집은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이 쏟아지는 테라스가 딸린 작은 방이었다. 마드리드의 엄청나게 더웠던 복층 아파트, 북적이는 파리 도심 속에 유난히 고요했던 방, 아침마다 모카 포트로 커피를 내려주는 할머니가 살던 소렌토의 집…… 호스텔도 호텔도 아닌 집에는 제각각 다른 개성과 사연들이 켜켜이 스며 있었다. 집주인이 들인 노력과 애정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그 집들은 작고 낡아도 한결같이 근사했다. 그 후로 한량은 새로운 여행을 계획할 때면 언제나 그 도시에 있는 ‘집’을 가장 먼저 찾았다. 한량은 어느새 그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여행자의 집을 꾸려 여행자를 맞이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를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여기고, 각국의 집에서 경험한 기억들을 구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열망이 그가 가진 전부였기에 그런 삶은 다분히 불확실한 미래였다. 그럼에도 여행자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내어주고, 여러 나라의 말로 잘 자라는 인사를 다정히 건네고 싶다는 마음을 좀처럼 멈출 수 없어서 호스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완벽히 준비되었다거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여행이 좋아서, 여행자의 마음으로, 여행자의 집을 꾸리는 삶 속으로 무작정 뛰어든 것이다. 그러자 예측하지 못한 다른 삶이 그에게 펼쳐졌다. “우리에게 약간의 돈과 마음껏 외로울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작고 불편할 수 있는 집. 그럼에도 한 번 묵었던 손님이 다시 ‘자기만의 방’을 찾는 건 이곳이 호텔처럼 완벽해서가 아니다. 한량은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자그마한 집에서의 하루하루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겪어내며 확신한다. 우리에게는 자잘한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집을 배경으로 한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등 때때로 일상 속에 비일상의 나를 놓아두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역설한다.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동네에 관해, 어떤 집에 관해, 어떤 사람에 관해.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어떤 종류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원서동, 자기만의 방』은 이곳을 쉼터이자 삶터로 삼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조각들이다. 뉴스를 보고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새해 인사를 전해오는 사람들, 합당한 비용이 오고 갔음에도 서로에게 비용 이상의 고마움을 건네는 어떤 관계에서 빚어지는 귀한 마음을 그러모은 책이다. 우리는 안다. 머문 이에게도 떠나보낸 이에게도 이제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여행의 일부이자 인생의 반짝이는 일부가 될 것임을. |
||||||||||||
본문 중에서
동네의 모양이 칸칸이 자잘한 것은 그 옛날 북촌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단위로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가회동이나 계동에 비해 모양이 얇고 길쭉한 것은 옆에 범접할 수 없는 창덕궁이 자리 잡은 까닭이다. 그 기다란 모양을 한 동을 나는 종로구의 칠레라 불렀다. 원서동. 창덕궁 후원 서쪽에 위치한 동네. 길을 걷다 만나는 벽돌집에 기와를 얹은 카페는 조선 최초의 복싱장이며, 별생각 없이 걷다가 마주치는 비석은 역사책 속 인물의 생가터임을 알리는 곳. 그리고 웃음기 하나 없이, 마을버스의 정류장 안내 방송에 빨래터가 등장하는 동네. 청와대가 멀지 않은 까닭에 일정 고도를 넘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이미 자리 잡은 한옥은 허물 수 없는 동네. 동네에서 유일하게 진행되는 공사라고는 무려 조선시대의 자취를 되찾고자 종묘와 창덕궁을 잇는 공사뿐인 곳. 하나같이 작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해 있으나 친절한 호스트들이 힘든 내색하지 않고 선뜻 캐리어를 날라주었던, 새로운 도시의 새로운 집들. 낯선 곳이란 점을 빼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별것 없었다. 장을 보고, 저녁을 차려 먹고,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늦잠을 자는 일상이었다. 빨래를 해서 널고, 책을 뒤적이며 빵을 물어뜯는 아침은 서울에서 보낸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 흔한 일상 속에 비일상의 내가 놓여 있었다. 하루 대부분을 출근에서 퇴근까지로 소모하고, 그 외에는 잘게 토막 나 있던 서울의 시간. 조용히 책을 읽고, 홀로 생각할 시간은 짬을 내어 발굴해야 하는, 집중까지 가닿기엔 적잖은 예열이 필요했던 서울의 여가. 그러나 여행 중에는 자유롭다. 나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자잘하게 늘어놓고 마음껏 노닐 수 있다. 가사가 선명하지 않은 음악을 틀어두고, 맥주나 커피를 옆에 둔 채, 노트북을 펴고 앉아 활자를 고르는 시간. 볕 좋은 자리에 앉아 털을 헤집는 고양이처럼 나는 그 시간 안에서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늘 단념과 비관을 내뿜던 내가 이곳을 마련한 것을 알고, 몇몇은 이제 그간 말해온 계획을 접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를테면 이민이나 퇴직 같은 것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새로운 갈피를 찾아 헤맨 것임에도, 새로운 결정 앞에 더 열심히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떤 매듭의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은 나의 등대와도 같아서, 나는 여기 이 불빛을 바라보며 안도하고, 그 위안으로 더 멀리 떠돌 수 있겠다고 생각하므로. 침실 창가에는 작은 책상이 있다. 그 위에 놓인 건 무지 노트와 볼펜 한 자루. 다녀간 이들은 거기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남겨두고 간다. 다정하고 상냥한 인사. ‘잘 쉬다 가요’ ‘다음에 또 올게요’ 같은 말들. 페이지들을 넘기다 막연히 생각해오던 것이 떠올랐다. 방명록이 아닌 그냥 노트에, 아무나 자유롭게 자신의 문장을 한두 줄 남기는 거다. 여행에 관한 것도, 날씨에 관한 것도, 자신에 관한 것도 다 좋다. 그냥 앉아서 노트를 폈을 때 생각나는 ‘생각’을 옮기는 노트. 그걸 모아서 책을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 묵직한 어깨와 등을 펴며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인연’에 대해 적기 시작했다. 그 두텁고 질긴 개념을 설명하기에 내가 엮는 단어들은 투박하고 조악했다. 다행히 페트라는 너그러이 이해해주었다. ‘서울이든 부다페스트든 아니면 다른 어느 곳이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 만국의 인사는 모두 비슷한 맺음말로 끝난다.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말. 다른 언어에 담긴 비슷한 마음. 진부함 속에 숨은 진리. 더 이상 엎드려 그림 그리지 않는 나이가 되고 나니 집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종이 위에 그린 집과 달리 현실 속 집에는 집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빽빽한 숫자들,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 빌리고 싶은 것과 빌릴 수 있는 것의 차이. 그 사이로 고이는 막막함과 고단함. 더불어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가 은근하고 촘촘하게 연결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살다’라는 단어가 가지는 폭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놀라곤 한다. (…) 그래서 짬을 내어 낯선 곳에 방문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좋다. 새로운 환경에서 잠깐이나마 살아보는 동안 감각은 더욱 민감해진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 탐색하는 일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롭게 맞닥뜨리는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나란 사람의 레이어를 두텁게 만들어주니까. 어떤 도시의 집은 가볍게 머무르는 것이 좋았고, 또 다른 집은 흠모하는 대상이 되었다. 여권을 찢어버리고 영영 머물고 싶은 곳도 있었다. 그 과정을 지나며 이런 도시의 이런 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꽤 구체적인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집을 이루는 구조처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
||||||||||||
프롤로그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동네 집의 기억들 에필로그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지은이 한 량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
||||||||||||
|
||||||||||||
|
||||||||||||
|
|
Copyright ©2015 booknomad
All Rights Reserved Website designed by Eunji 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