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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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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오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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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찾아 기꺼이 발품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를 재배하여 수확, 가공, 로스팅, 추출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각 과정의 주체가 분명하고,
그로부터 일정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커피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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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찾아 기꺼이 발품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를 들은 적이 있거나 이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품질 좋은 특별한 커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구체적인 정의를 갖고 있다. 커피에 관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는 커피를 감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인 큐그레이더(Q Grader)가 향미를 평가해 80점 이상의 등급을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정의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에 부여하는 인증 마크다. 물론 모든 커피가 SCA를 해 등급을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스페셜티 커피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원두를 재배하여 수확, 가공, 로스팅, 추출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각 과정의 주체가 분명하고, 그로부터 일정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커피를 가리킨다. 스페셜티 커피가 가져온 커피 시장의 변화, 스페셜티 커피를 통해 만들어진 생태계와 문화…….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의 제3의 물결(Third Wave Coffee)’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카운터 컬쳐 커피>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커피〉 등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숍에서 시작한 제3의 물결은 2004년 파나마의 한 커피농장에서 발견된 ‘게이샤(Geisha)’를 통해 티핑 포인트를 맞는다. 사람들은 생두 자체의 품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본연의 맛을 살리는 라이트 로스팅으로 이어졌다. 이제 커피는 쓴맛에 신맛과 단맛을 장착한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커피, 제3의 물결, 그리고 도쿄 『도쿄 스페셜티 커피 라이프』는 어느 나라보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빠르게 정착한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 생태계를 들여다보았다. IT 기업에서 변리사로 일하며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일본에 머물고, 이후에도 동네 카페처럼 즐겨 찾던 저자의 커피 덕질이 이룩한 아카이빙이 풍성하다. 알다시피 일찌감치 서구에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그들만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왔다. ‘깃사텐(喫茶店)’, 즉 다방 같은 느낌의 커피 전문점에서 한 잔의 커피를 장인이 정성껏 추출해서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커피 바 혹은 커피 스탠드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카페는 자릿값’이라는 우리와 달리 바에서 내려주는 한 잔의 커피를 잠깐 머물며 즐기고 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2007년 도쿄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은 일본 스페셜티 커피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사건으로 회자된다. 우리보다 10년 앞서 열린 이 대회를 기점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화두가 되었다. <마루아먀 커피> 같은 일본 고유의 카페는 물론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06년 도쿄에 매장을 연 폴 바셋(Paul Bassett)이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선구자가 되었다. 지금, 일본의 바리스타들은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나가며 그들만의 제3의 물결을 일궈내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 100퍼센트 커피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도쿄 스페셜티 커피 라이프』는 저자가 시부야, 신주쿠, 세타가야, 메구로, 도쿄 도심, 도쿄 동부 등에 퍼져 있는 스페셜티 커피숍을 낱낱이 모았다. 전 세계에서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은 시부야 역과 신주쿠 역에서 스페셜티 커피숍은 한 템포 느린 일상을 권한다. 시부야 역과 요요기 공원, 그리고 오모테산도를 삼각 축으로 하는 골목에 포진한 커피숍은 사진만 보아도 마음이 동한다. 고층 빌딩과 녹지가 어우러진 도쿄의 도심에서 스페셜티 커피숍은 수많은 직장인이 오가는 오피스 빌딩 숲에 자리 잡고,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에도시대의 풍경을 재현해놓은 아사쿠사가 있는 도쿄의 동쪽에서 스페셜티 커피숍은 전통과 새로움이 혼재된 지역의 랜드마크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밀집도가 낮아서일까. 〈블루 보틀 커피〉의 도쿄 첫 지점, 〈리브스 커피〉 〈싱글 오 재팬〉 〈푸글렌〉등 도쿄의 이름난 커피숍들이 장소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커피 애호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해 최선의 맛을 끌어내겠다는 명확한 방향성, 다른 기술을 배제한 채 오직 손님을 마주하는 자세, 손님이 좋아할 만한 최고의 커피를 추출하겠다는 태도, 자신의 루틴을 지키면서도 세계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 변화를 손님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하는 열린 마음. ‘도쿄 스페셜티 커피 신(scene)’의 고유한 배전도와 풍성한 맛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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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커피에 관한 일본어 표현 중 ‘고쿠(こく)’라는 말이 있다. 배전도 있는 쓰고 강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깊은 풍미를 이르는 말로, 일본에서는 ‘커피가 맛있다’는 의미로 ‘고쿠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생두의 좋은 맛을 최대한 살리는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고쿠가 있는 농후한 맛보다 과일이나 곡물의 신맛, 단맛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커피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토록 특별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에는 주인인 구니토모 에이치(国友栄一) 씨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많은 스페셜티 커피숍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자신의 커피를 로스팅하는 데 반해, 〈마메야〉는 잘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해 최선의 맛을 끌어내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술을 배제한 채 오직 손님을 마주하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최고의 커피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커피 마메야〉는 자신들의 루틴을 지키면서도 세계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 변화를 도쿄에, 그리고 손님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한다. 브라질, 탄자니아 등 싱글 오리진과 배전도별로 구분한 블렌드 몇 종 중에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부 원두는 표면이 유분으로 반짝거릴 정도로 배전도가 상당히 높다. 대부분의 도쿄 스페셜티 커피숍들이 하리오 V60나 칼리타 웨이브 드리퍼를 사용하여 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데 반하여 〈촙 커피〉는 고노 드리퍼로 점 드립 방식의 추출을 한다. 과거 전통적인 도쿄 카페들은 상당히 배전도 높은 원두를 사용하며 커피의 모든 진한 맛을 다 뽑아내는 드립 방식을 추구했는데, 고노 드리퍼가 이러한 추출에 많이 선호된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에서 이렇게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신선한 반전이다. 거의 점 드립에 가까운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요즘 스페셜티 커피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진한 농도를 지닌 맛이었다. 그럼에도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모두 끌어냈다. 배전도가 높아 위에 살짝 부담이 갈 만큼 진하지만 좋은 느낌으로 마실 수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유자 쿠키를 곁들이니 쿠키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절묘한 조합으로 커피의 맛이 돋보인다. 〈하츠 라이트 커피〉는 도쿄에 가게 되면 꼭 들르는 단골가게가 되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가, 마치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시듯 커피 한 잔을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오곤 했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오카야스 씨는 말주변이 좋아 세상사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보는 손님이라도 어느새 대화에 참여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회전 드리퍼 외에도 이곳의 주된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가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로스터기다. 터키에서 제조된 ‘Kuban’이라는 로스터기는 일본에 한 대밖에 없다. 수입하는 업체가 없어서 직접 해외에 주문했다고 한다. 통관부터 배송까지 모두 직접 하다 보니 가게 앞에 덩그러니 놓고 간 로스터기를 낑낑거리며 들여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북적거리는 시부야를 벗어나 잠시나마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고 싶다면, 발품을 팔아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니버스 커피>가 2016년 나카메구로에 연 매장은 오픈 전부터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SNS로 소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목재로 지은 일본식 구옥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나카메구로점은 그 구조가 독특하다. 1층에는 높다란 나무 기둥 사이로 주문을 받는 작은 카운터가 있고, 그 뒤로 〈오니버스 커피〉의 모든 원두를 볶을 수 있는 커다란 디드릭 로스터 머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 오른편으로는 자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벤치와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조그마한 창문 너머로 주문을 하면 바로 그 자에서 하리오 V60로 커피를 추출해준다. 1층 벤치나 2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2층의 작은 공간은 1층과는 또 다른 세계다. 철도길 쪽으로 난 창으로 몇 분 간격마다 전철이 코앞에서 지나가고, 다른 면의 창으로는 푸른 나뭇잎 너머로 놀이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기온에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뺨을 스치고, 밖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이라면 여유로움이 가득한 분위기에 취해서 이곳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체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과육을 제거하고 물속에서 발효시키는 방식을 워시드 프로세스, 커피 체리를 그대로 공기 중에서 건조시키는 방식을 내추럴 프로세스라고 한다. 내추럴 커피는 건조 과정에서 바디감이 증가하고 복합적인 맛이 더 살아나는 반면, 잡미 등이 함께 섞이거나 특유의 발효취가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어 클린컵(clean cup, 깔끔하고 깨끗한 맛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산미가 강하고 클린컵을 추구하는 〈푸글렌〉에서 내추럴 커피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 물어본 것인데, 역시나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용으로 들어가는 브라질 커피 외에는 대부분 워시드 프로세스의 커피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하여 제공된 콜롬비아 커피는 역시나 너무나 깨끗했고 유자청 같은 단맛이 입에 오래 남았다. 새롭게 로스터리를 오픈하면서 로스터기가 프로밧에서 로링으로 바뀌었는데, 〈푸글렌〉 특유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맛있는 커피를 완성한 듯하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도쿄에서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숍이 어디냐고 물으면 많은 바리스타들이 〈글리치 커피〉를 꼽는다. 도쿄 역보다 살짝 북쪽에 있는 간다에 위치한 이곳은 가장 가까운 역인 진보초 역에서도 한참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특별한 것 없는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동네의 횡단보도 앞 건물 코너에 있어서 관광객이나 여행객보다는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잠깐씩 커피를 마시러 들른다. 매장 한 편에는 〈글리치 커피〉의 모든 원두를 책임지는 프로밧 로스터기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반대쪽 코너에 원두 진열장과 함께 멋진 드립 스탠드가 놓여있는 카운터가 있다. 전면에 나란히 배치된 ‘킨토’ 드립 스탠드가 꽤 멋진 인상을 주는데, 최근에는 저울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지나’ 드립 스탠드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샤 빌리지나 파나마 게이샤 등의 고급 커피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품종의 원두를 선택할 수 있고, 새로운 가공법을 사용한 원두도 제공되고 있어서 커피의 품종과 가공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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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18 PART 1. SHIBUYA 시부야 • SHINJUKU 신주쿠 ① KOFFEE MAMEYA 커피 마메야 30 PART 2. SETAGAYA 세타가야 • MEGURO 메구로 ① OBSCURA COFFEE ROASTERS 옵스큐라 커피 로스터즈 138 PART 3. CENTRAL TOKYO 도쿄 도심 ① MARUYAMA COFFEE Nishiazabu 마루야마 커피 니시아자부점 230 PART 4. EAST TOKYO 도쿄 동부 ① ALLPRESS ESPRESSO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276 EPILOGUE 324 ESSAY 어느 도시에서 100퍼센트 커피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326 지은이 이한오 IT 기업에서 변리사로 일하고 있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 전 세계를 다니며, 국내외 커피 관계자 및 바리스타들과 교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숍을 소개하고 있다. @_hanno_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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