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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의 아내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안민희 옮김
- 110*183 / 128쪽
- 10,000원
- 2020년 9월 25일
- 979-11-86561-67-6 (04830)
- 010.4417.2905(대표 윤동희)

         
 

2015년도 ‘아쿠타가와(芥川)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는 다자이의 소설을 읽으면 “웃음이 난다”며 그의 ‘유머’ 코드를 끄집어냈다. 자살, 고뇌 등 우리에게 각인된 다자이 오사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읽기를 요청한 것이다.
다자이 유머의 특징은 「비용의 아내(ヴィヨンの妻)」에서 주인공 오타니의 부인이 술집 주인의 심각한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는 느낌을 닮았다.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웃음이 새어 나와서 곤혹스러운 그런 유머다.
집안의 기대와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유곽을 오가며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마르크스주의 상실에서 비롯한 불안에 빠지고, 약물 중독 증세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며 ‘인간실격’의 충격을 받은 그가 선택한 길은 ‘광대 노릇’이었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다자이의 마지막 구애였다.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 다자이에게 유머는 고통을 잊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이어져 있기 위한 도구였다.
현실의 끝, 지독한 유머. 다자이 오사무를 다시 읽는 법. 『비용의 아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이다.

 




출판사 서평

2009년은 다자이 오사무 탄생 100주년이었고, 2018년은 다자이 오사무 사후 70 주기였다. 국내에서도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비롯해 단편집과 수필집이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이 영화화되기도 했다. 다자이 오사무를 캐릭터화한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었다.

2015년도 ‘아쿠타가와(芥川)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일본의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는 다자이의 소설을 읽으면 “웃음이 난다”며 그의 유머코드를 끄집어냈다. 다자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자살, 고뇌의 이미지와 달리 새로운 세대는 다자이 오사무를 ‘유머’라는 코드로 다시 읽은 것이다.

다자이 유머의 특징은 「비용의 아내(ヴィヨンの妻)」에서 술집 주인의 심각한 이야기를 듣다가 오타니의 부인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는 느낌과 비슷하다.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웃음이 새어 나와서 곤혹스러운 그런 유머다. 여기에는 다자이를 평생 괴롭혔던 아픔이 자리한다.

다자이를 힘들게 한 것은 가문이었다. 그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다. 아오모리(青森) 현에서 손꼽히는 대지주인 쓰시마 가문의 여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의원 의원과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형도 훗날 아오모리 현 지사를 지냈다. 가문의 지위와 여섯째라는 위치에서 오는, 굳이 잘날 것도 없지만 못나서도 안 된다는 묘한 압박감을 그는 「고뇌의 연감(苦悩の年鑑)」이라는 수필에 적은바 있다.

“우리 가문에는 단 한 명의 사상가도 없고 학자도 없다. 단 한 명의 예술가도 없다. 벼슬아치도 장군조차 없다. 실로 평범한, 그냥 시골의 대지주였을 뿐이다. (…) 하지만 이 가문에는 복잡하고 어두운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재산 싸움 따위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그 누구도 추태를 부리지 않았다. 지역에서 가장 품위 있는 집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이 가문에서 남들이 손가락질할 만한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건 나 한 사람뿐이었다.”

이처럼 다자이는 일부러 열등생처럼 굴었고, 어떤 지저분한 짓이라도 태연하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집안의 기대와 외부의 시선을 모두 신경 쓴 것이다. 어릴적에는 우등생으로 살았지만, 무거운 존재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존경하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마저 사망하자 다자이가 충격을 받고 유곽을 오가며 방황의 나날을 보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920년대 중반, 다자이는 당시 유행하던 프롤레타리아문학의 영향으로 마르크스 주의에 빠진다. 1929년 다자이는 첫 자살을 시도한다. 이유는 자기 자신이었다.

“부자는 모두 나쁘다. 귀족은 모두 나쁘다. 돈이 없는 천민만이 옳다. 나는 무장 봉기에 찬성한다. 기요틴이 없는 혁명은 의미 없다. 하지만 나는 천민이 아니다. 나는 기요틴에 걸리는 쪽이다. 나는 열아홉 살 난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반에서 나 혼자 눈에 띄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 「고뇌의 연감(苦悩の年鑑)」

마르크스주의를 방해하는 존재가 ‘자신’이라는 아이러니. 다자이는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지만, 운동 계열에서는 그를 ‘돈줄’로 취급했다. 결국 형의 설득으로 좌익 운동을 포기했지만 마르크스주의 상실은 불안감으로 귀결되었다. 그 불안감이 우리에겐 행운이었을까.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자이는 ‘돈’을 갈망했다. 1935년, 「역행(逆行)」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파비날’이라는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어 약값이 필요했던 다자이는 상금 때문에라도 수상이 간절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작가의 최근 생활에 음울한 구름이 가득하여 재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그를 낙담시켰다. 다자이의 약물 중독 증세는 심해졌고 동료들은 그를 정신과 병동에 입원시킨다. ‘인간실격’의 충격이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대표작 「인간실격(人間失格)」의 주인공 오바 요조의 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광대 노릇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그러면서도 인간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광대 노릇이라는 선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인간과 이어질 수 있었던 겁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으로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 싶은 위기일발의, 사력을 다한 서비스였습니다.”

광대 노릇, 유머는 단순히 고통을 잊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과 이어져 있기 위한 실존적 도구였다. 다자이는 작품에 자신을 투영시켰다. 이 책에 실린 「비용의 아내」의 오타니, 「다스 게마이네(ダス・ゲマイネ)」의 바바가 대표적이다. 인물들의 헛짓거리를 보고 있자면 오타니의 부인이나 사노 지로자에몬의 심정이 이해되어 울분이 터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타니와 바바는 밉지 않다. 그들의 솔직한 고백이 애처롭고 우스워 자신도 모르게 실실 웃게 된다.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시리즈 『비용의 아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은 그동안 다자이에 따라붙던 청춘의 열병, 고뇌의 기수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다자이 오사무의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선택이다. 다자이를 새롭게, 다시 읽는 기회다.

 

 

본문 중에서

 

다급하게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는데, 남편이 늦은 밤 만취해서 귀가했다는 의미이므로 그냥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남편은 옆방에서 불을 켜고 헉헉, 하고 심하게 거친 숨을 뱉으며 책상과 책장 서랍을 열면서 뭔가를 찾는 듯했습니다. 이윽고 털썩, 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후로는 그저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만 들리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저는 누운 채로 “왔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찬장에 주먹밥 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어, 고마워” 하고 전에 없던 상냥한 말투로 대답하더니 “아이는? 열은 좀 어때?” 하고 묻는 겁니다. 이 또한 흔치않은 일이었습니다.
- ‘비용의 아내’ 중에서

그런데 그날 밤은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열은 어떻느냐는 둥안 하던 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쁘기보다도 뭔가 무서운 예감이 들어서 등골이 오싹해져 차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남편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오는 상황이었는데, “계세요?” 하고 어떤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전신에 찬물을 들이부은 듯 소름이 끼쳤습니다. “계세요? 오타니 씨!” 이번에는 소리가 조금 더 날카로워졌습니다.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타니 씨, 안에 계시죠?” 누가 봐도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비용의 아내’ 중에서

그때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생님, 제법 간이 크시군요. 네놈들이 올 곳이 아니라고요? 내 참, 말이 안 나오네. 다른 일도 아니고 남의 돈을 그렇게 해놓고? 여봐요, 농담도 정도가 있는 법이요.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까? 그런데도 오늘 밤처럼 한심한 짓을 저지르다니요, 선생님, 제가 사람을 한참 잘못 봤나봅니다.”
“지금 협박하는 거요?” 남편은 한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음성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공갈하는 거야? 당장 나가! 불만 있으면 내일 얘기하시오!”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요, 선생님. 이제 완전히 악당이 다 되셨습니다. 그러면 진짜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겠군요.”
그 목소리의 울림에는 전신에 소름이 돋을 만큼 엄청난 분노가 담겨 있었습니다.
- ‘비용의 아내’ 중에서

남자가 먼저, 그리고 여자가 뒤따라서 남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썩어들어가고 있는 바닥, 성한 곳이 없는 장지문, 무너져 내린 벽, 종이가 떨어져 나와 뼈대가 보이는 맹장지문, 한쪽 구석에 놓인 책상과 책 보관함, 그러나 텅 빈 보관함… 황량한 방 풍경을 보고 두 손님은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찢어진 틈으로 솜이 삐져나온 방석을 두 사람에게 건네며, “바닥이 조금 지저분해서요, 방석이 낡았지만 여기 앉으세요.” 저는 두 사람에게 다시 인사를 드렸습니다.
“처음 뵙는 거죠? 남편이 그동안 엄청난 민폐를 끼친 모양인데, 조금 전에는 도대체 왜 그런 무서운 물건을 휘두른 건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그만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 ‘비용의 아내’ 중에서

저는 생각지 못하게 여기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 입을 틀어막고 아주머님 눈치를 살폈는데, 아주머님도 살짝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사장님도 별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아니, 이게 절대 웃을 일이 아니에요. 너무 기가 막혀서 웃음도 안 나옵니다. 사실 그정도의 수완을 다른 제대로 된 방향으로 썼다면 장관도 될 수 있고 박사든 뭐든 됐을겁니다. 저희 부부뿐만이 아니고, 그 사람한테 걸려서 빈털터리가 되어 이 차가운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 ‘비용의 아내’ 중에서

“저희는 그저 약한 입장의 장사꾼이에요. 부부가 힘을 합쳐서 힘겹게 오늘 밤 이 집까지 찾아내고, 참기 힘든 감정을 잘 억누르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조용히 말씀드린 것뿐인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칼이라니요? 칼로 찌른다고 하다니, 이게 무슨일이냔 말입니까.”
또다시 이유를 알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와 저는 그만 소리를 내어 웃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님도 얼굴을 붉히며 살짝 웃더군요. 좀처럼 웃음이 멈추지 않아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너무 우스워서 계속 웃다가 눈물이 나왔습니다. 남편이 쓴 시 중에 ‘폭소는 문명의 열매’라는 것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용의 아내’ 중에서

10일, 20일 정도 가게에 다니면서 저는 쓰바키야에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한 명도 빠짐없이 죄다 범죄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남편은 참 착한 사람이더군요. 가게 손님뿐만 아니라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죄다 뭔가 더러운 범죄를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잘 차려입고 쉰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쓰바키야 부엌문으로 술을 팔러 와서는 한 되에 삼백 엔이라고 하더군요. 요새 시세로 보면 싼 편이었기에 쓰바키야 아주머님이 바로 사들였는데 물을 잔뜩 탄 술이었습니다. 그런 곱상하게 생긴 여자조차도 이렇게 잔꾀를 부려야 살아남는 세상이니, 켕기는 것 하나 없이 살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놀이처럼 마이너스를 전부 모으면 플러스가 되는 일이 이 세상의 도덕으로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신이 있다면 제 앞에 나타나보세요!
- ‘비용의 아내’ 중에서

사랑을 했다. 그런 감정은 난생처음이었다. 예전에는 내 왼쪽 옆얼굴만 자랑스레 내보였고, 남성적인 면을 내세우고 싶어 안달했으며, 상대방이 1분이라도 망설이면 바로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다가 질풍처럼 도망쳤다. 하지만 그즈음의 나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야무지지 못했다. 거의 내 몸에 장착된 줄 알았던 현명하고 상처가 적은 처세술조차 유지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거침없이 무절제한 사랑을 했다.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쉰 목소리의 중얼거림이 내 사상의 전부였다. 스물다섯 살. 나는 지금 태어났다. 살아 있다. 끝까지, 살 것이다. 진심이다.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동반 자살이라는 케케묵은 개념을 서서히 몸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매정하게 거절당했고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상대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 ‘다스 게마이네’ 중에서

올해 초봄에 그 단술집에서 이상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아침부터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나는 프랑스 서정시 수업을 듣고, 정오 즈음에 단술집으로 갔다. ‘매화는 피었느냐, 벚꽃은 아직이냐’ 하며 금방 배운 프랑스 서정시와는 전혀 다르고 상관없는 시구에 멋대로 가락을 붙여서 반복하여 흥얼거리며 말이다. 그때 먼저 온 손님이 한 명 있었다. 나는 놀랐다. 그 손님의 모습이 아주 기괴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마른 체형이고 키도 보통이었으며 입고 있는 양복도 검은 모직의 평범한 옷이었는데, 그 위로 걸친 외투가 일단 괴상했다.
- ‘다스 게마이네’ 중에서

하지만 그 이후로도 우리는 그 단술집에서 매우 자주 부딪쳤다. 바바는 여간해서 죽지 않았다. 죽기는커녕 살이 조금 쪘다. 청흑색에 가까웠던 양쪽 뺨은 복숭아처럼 탱글탱글해졌다. 바바는 이게 다 술살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살이 찌면 슬슬 위험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점점 더 그와 친해졌다. 왜 나는 이런 남자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가까워진 걸까. 바바의 천재성을 믿었기 때문일까? 작년 늦가을, 요제프 시게티라는 부다페스트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일본에 와서 히비야日比谷 공회당에서 세 번 정도 연주회를 열었다. 세 번 모두 지독히도 사람이 모여들지 않았다.
- ‘다스 게마이네’ 중에서

“쳇, 또 설교로군. 난 당신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서정성과 위트, 유머, 인용, 기본자세 같은 걸 제거하면 아무것도 안 남는 통속소설을 쓰실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난 당신에게서 정신을 못 느끼고 세속을 느끼오. 예술가의 기품을 못 느끼고 인간의 위장을 느끼오.”
“압니다. 하지만 나는 살아가야 합니다. 잘 봐달라고 부탁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예술가의 작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지. 나는 요새 처세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취미로 소설을 쓰지 않아. 어느 정도 신분이 있고 오락거리로 쓸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겠지. 일단 시작하면 이게 잘 될지 안 될지 판단이 서. 하지만 시작하기 전에 이 소설이 지금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사방팔방으로 생각하다가 음, 음, 야단스럽게 시작할 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지.”
- ‘다스 게마이네’ 중에서

 




차례

비용의 아내 1947 6

다스 게마이네 1935 56

옮긴이의 말 110

작가 연보 121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

본명은 쓰시마 슈지. 1909년 아오모리 현에서 태어났다. 대지주 정치인 가문의 여섯 째 아들이라는 압박 속에서 소설가를 꿈꿨다. 1927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자살에 큰 충격을 받은 데다 자신의 사상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며 유곽을 오가고 자살 시도를 하는 등 방황의 시절을 겪었다. 1933년부터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35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실패하며 좌절에 빠지고, 아쿠타가와 상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1936년 첫 단행본 『만년晩年』을 간행했고, 1939년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며 「달려라 메로스走れ メロス」「쓰가루津軽」 등 활발한 집필 활동을 했다. 1948년 대표작 「인간실격人間失格」을 완성하지만, 연인과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안민희

동덕여대 일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일본 및 한국 기업에서 통번역직으로 근무하고, 현재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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