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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 쉼을 가져요

 

 

 

 

 

 

   

- 임선영 지음
- 111*180 / 244쪽
- 12,000원
- 2020년 6월 26일
- 979-11-86561-70-6 (03810)
- 010.4417.2905(대표 윤동희)

         
 

월화수목금…… 바빴는데도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는 흔한 직장인,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는 것도 모자라 시간 단위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우리. 그래도 우리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여행’이 있어서였다. 스위치 전원은 명확하게 on, off. 그러나 이 당연한 휴식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시대! 이 혹독한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알았다. 여행에서 나를 바꿀 필요도, 남들과 다른 여행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걸 알았다. 여행은 별게 아니다. 빼곡하고 촉박했던 일상의 시간이 바람처럼 흩어지는 시간, 눈으로 초록 자연을 만끽하며 한 숨 깊이 들여 마시는 공간, 그 시공간에 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여행이다. 머리보다 마음을 따르는 마케터, 회사를 벗어나면 한낮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에세이스트 임선영의 ‘무해한’ 여행기는 참 제때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니까 하루 쉴까’ 하는 마음을 접어서 차곡차곡 연차를 모아 다녀온 그의 여행은 오직 하나만 말한다. 버거우면 일방적으로 힘을 주는 대신 공기를 빼고 잠잠해질 것,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할 것, 내 마음을 혹사시키지 않을 것, 지쳤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나를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을 것. 한숨을 쉬며 빈틈없던 날에 한 ‘숨’이 필요할 때 곁에 두고 싶은 책, 『한 숨, 쉼을 가져요』다.

 




출판사 서평

힘들다. 스트레스에 긁히면서 얇고 가녀린 알갱이가 되어간다. 누구보다 ‘잘’하고 있지만, 인생을 ‘잘’ 보내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고…… 한 번쯤 ‘인생 휴학’이 필요한 시기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늘 이렇게 묻는다.

- 한국인들은 대부분 일을 ‘그만두고’ 여행한다며? 왜 그러는 거야?

그때마다 변명처럼 대답한다.

- 먼 곳으로 떠날 만큼 휴가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는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려면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일상과 여행의 간격이 이승과 저승만큼 크고 멀다. 하지만 스스로를 ‘연차휴가 여행자’라 부르는 작가 임선영의 생각은 다르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연차휴가’만 차곡차곡 모아도 얼마든지 나만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고 믿는다. ‘파란 도시’ 헬싱키와 ‘온도 차가 느껴지는’ 탈린의 공기를 담은 『한 숨, 쉼을 가져요』는 아직까지 회사를 다니는 ‘나’를 위한 여행기다. 익숙한 곳을 두고 오래 떠나고 싶을 만큼 지쳐버린 ‘나’를 위한 책이다.

숨, 쉼…… 작가 임선영의 여행은 장면 단위로 쪼개진 시간을 잡고 길게 늘어져 대롱대롱 매달린다. 아침 늦게 일어나 물을 끓여 티백을 우리고, 차가 식으면 가까운 곳을 산책한다. 심심하면 카페에 들러 어제와 다른 사람들을 구경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따스한 곳에 앉아서 무겁게 가라앉는 눈꺼풀을 반쯤 닫아두고 일자로 늘어진 구름이 빠르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늘어지게 잔다. 긴 시간을 머무르다가 다른 곳이 보고 싶으면 늘어진 짐을 챙겨 다시 떠난다. 여행은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의 계절은 다른 어떤 날보다 진할 테니까 말이다.

늘 그렇듯이 여행은 언젠가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에서 무언가를 찾았다고 말하지만 임선영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에게 여행은 지금까지의 나를 알아가는 깊은 날에 지나지 않다.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보이지 않는 깔끔한 일자 도로를 달리다가 발자국만 보이는 숲길로 이탈하며 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작가 임선영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다.

‘코로나19 시대’다. 힘들고 답답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은 ‘포스트 코로나’ 를 이야기한다. 앞으로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건 여행도 마찬가지여서 소규모, 힐링, 비접촉 등 새로운 여행이 이야기되고 있다.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의 안전한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본의 어느 게스트하우스는 ‘온라인 숙박’을 운영하고 있다. ‘몸은 집에, 마음은 여행지에’ 시대가 도래했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행에서 나를 바꿀 필요도, 남들과 특별한 여행을 SNS로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떠날 수만 있었던 시절이 그립고,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저 숨만 제대로 쉴 수 있어도 행복하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 여행은 별게 아닐 것이다. 빼곡하고 촉박했던 일상의 시간이 바람처럼 흩어지는 시간, 눈으로 초록빛 자연을 받아 안으며 한 숨 깊이 들여 마시는 공간. 그 시공간에 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일 것이다.

우리가 ‘아프니까 하루 쉴까’ 하는 마음과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을 접어서 차곡차곡 연차를 모으는 이유는 하나. 서두르지 않고 느린 시간을 잠시나마 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한 숨, 쉼을 가져요!

 

 

본문 중에서

 

여행자가 되어 부러운 눈으로 멍하게 쳐다보았던 그들도 하루를 ‘잘’ 보내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래서 더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몰려오는 파도와 정면으로 부딪치려고 애쓰기보다 파도의 굴곡을 눈치챌 때 빈틈을 만들어 잠시 멈춰야 한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파도가 잠잠해지면 그 마음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조율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여행은 단지 이걸 깨닫기까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내면의 파도를 잠재우려고 떠난다.

보들보들한 푸른 밭, 그 가운데 단단한 빨간 지붕. 빌딩 숲이 아니라 보슬한 녹색 나무가 가득 찬 곳. 헬싱키다.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북유럽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새하얗게 눈 쌓인 곳에서 빨개진 코를 녹여주는 달짝지근한 코코아를 마시는 겨울이기에, 녹음이 짙은 여름은 상상하지 못했다. 기차를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이 줄지어 함께 걷는데도 혼자 동떨어진 듯 갑작스레 언어도 낯설다. 얇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속에서 나 홀로 입고 있던 두터운 기모 후드 두께만큼이나 어색했다.

여덟 시가 되자 비로소 시원해진다. 괜찮은 펍에 가려다가 마트에서 간단히 맥주와 군것질거리를 사서 강바람을 등져 다리에 앉았다. 당일치기 손님들이 떠나간 다리 앞으로 해가 내려가고 낮부터 끊임없던 노래가 등 뒤로 이어진다. 명당. 맥주는 쓰지 않고 납작 복숭아와 감자칩은 단짠단짠. 완벽하다. 해가 지지 않을 뿐인데 하루가 길어졌다. 시간이 늘어나니 한정 없이 느긋하다.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빼곡하고 촉박했던 시간이 바람처럼 흩어진다. 21시 35분, 아직도 밝다. 시차도 있고 백야도 있어서 쉽게 잠들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눕자마자 졸음이 몰려온다. 서두르지 않고 느린 밤을 보냈다.

책을 만들 적에 입고하던 책방 주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만든 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실로 엮인 겉모습 때문인 것 같다고. 종이를 자르는 것부터 완성되기까지 오로지 손으로만 했기 때문에 정성을 보는 거라고. 필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씨에 감탄하기만 하고 풀어낸 문장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등 지레짐작. 잘 쓰고 싶다고 했다. 그가 내 말을 가만히 듣다가 해준 말은 ‘그냥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요’였다. 당시에는 앞서 말한 복잡한 가설에 동의했지 싶어서 더 울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이었는지 알게 됐다. 가볍고 담백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냥’ 써보고 계속 써보고 끊임없이 덜어내는 시간을 반복해야 하기에. 힙스터가 없는 거리에서 읽을 글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연스럽게 앉아 해가 눈꺼풀 위를 무겁게 누르며 몸 안에 차 있던 공기를 조금씩 빼는 시간을 즐기는 것뿐이다.

사회화가 됐지만 여전히 독특한 물건을 찾는다. 특히 회사가 아닌 밖에서라면 더욱이.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한차례 지나간 뒤 맛이 없던 커피를 대체할 입맛에 맞는 고소한 커피를 들고, 어제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었던 빈티지 가게에 다녀왔다. 어제는 굳게 닫혀 있던 특이한 자유곡선 모양의 손잡이는 내게 어서 오라는 듯 안을 향해 휘어 있었다. 복잡한 듯하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된 소품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화려한 패턴이 가득한 곳에서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때가 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시선이 가고 마음에 남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확실한 취향임을 알 수 있다. 가게에서 단 한 벌밖에 없는 셔츠를 데리고 나왔다. 그나저나 손잡이는 어디서 났을까.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줄곧 탐난다.

배부르게 먹고 바람이 부는 바깥을 보고 있으니 잠이 온다. 가게를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문 곳에 트램만 일정한 간격에 맞춰 지나간다. 근처 카페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집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종이컵에 몇 모금 흘러내린 커피 자국이 말라 연해졌다. 그리고 눈을 떴다. 오래 잔 것도 아닌데 개운하다. 평소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이럴 때라도 느긋하고 싶다. 다시 움직일 힘이 생긴다. 호스트에 대한 후기를 남겨야겠다. 고된 하루에 ‘틈’을 만들어준 집이라고.

계절이 변하면 나무는 몸에 무늬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오래도록 두텁게 쌓인 결은 단단하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시간과 시간이 겹쳐 생긴 테두리는 나무를 더욱 유연하게 한다. 크면 클수록 나무가 되고 싶었던 나는 나이테와 같은 텍스처가 나에게도 남았으면 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삶을 유연하게 하고 껍질을 더욱 단단하게 할 무늬. 고맙게도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니 등. 하지만 ‘아프니까 하루 쉴까’ 하는 마음과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을 접어서 차곡차곡 모은 휴가다. 농도 짙은 시간을 보내려고 소중한 하루들을 모았고, 이번 여행을 다녀오려고 1년에 받은 휴가의 1/3을 쏟았다. 그곳에서 보낸 일주일은 인생의 1/3 넘도록 남을 것이고, 데려온 물건들은 한평생 함께 지낼 예정이다. 무엇보다 여행을 끝내고 다시 일할 힘을 얻었다.

 




차례

Part 1. 파란 도시, 헬싱키

빈 틈 없는 날 10
고요한 정리 14
잎이 반짝이는 날씨 18
한정 없이 느린 밤 22
모기들을 생각해 26
호응할 줄 아는 사람들 30
평소의 리듬 34
책이 있는 방 38
자연스러운 힙스터 42
양복이 싫었던 취향 46
대자연의 모습 50

Part 2. 온도 차가 느껴지는 도시, 탈린

온도 차가 느껴지는 도시 56
늘어진 틈 60
지지 않는 태양 64
무채색 반짝임 69
남지 않도록 73
파도의 밀도 77
짙은 여행 78
유연해지기 위해 81

작가의 말/ 할 일 없이 보낸 편안한 시간들 240


지은이

임선영

머리보다 마음을 따르는 마케터. 회사를 벗어나면 한낮에 한낱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에세이스트. 삶에 여백이 꼭 필요한 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만들었지만 더 이상 제작하지 않는 『something small,thing』의 지은이. 인스타그램 @ims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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