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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선禪이 아니다

자갈과 모래의 정원 Gardens of Gravel and Sand

 

 

 

 

 

 

   

- 레너드 코렌 지음 | 박정훈 옮김
- 128*188 / 192쪽
- 15,000원
- 2021년 3월 22일
- 979-11-86561-75-1 (03150)
- 010.4417.2905(대표 윤동희)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교토의 정원에 깃든 종교적 배경을 제거하고, 그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자갈과 모래에 주목한다. 자갈과 모래의 다양한 배치와 정돈을 보여주는 사진이 담담히 펼쳐진 이 책에서 교토의 정원은 아무데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한 풍경으로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이 무심히 운행하도록 두지 않는 인위(人爲)를 상징한다. ‘마른 정원(가레산스이)’, 즉 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정화, 제초, 갈퀴질, 재구성 같은 꾸준한 유위(有爲)가 필요하다. 갈퀴질을 새로이 하고, 형태를 달리해서 조성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자갈과 모래의 정원은 바람, 비, 지진, 중력, 이끼, 잡초, 낙엽, 인간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해 해지고 사라지고 만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선적인’ 혹은 ‘영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일본의 정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정원이란 자연을 정교하게 축소시켜 눈 아래 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마주보는 하나의 통로라는 뜻밖의 사실을 깨우쳐준다. 자연과 인간의 변덕스러운 기질에 맞서 정원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단단한 의지의 표상. 그 무위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출판사 서평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일본의 다회(茶會)를 체험하고 자연과 시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금에 집중해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사유한 『와비사비』의 저자 레너드 코렌의 책입니다.

코렌은 이 책에서 우리를 교토의 정원으로 인도합니다. 교토, 사찰, 정원…… 아마도 당신은 색채감이 없고, 섬세한 기교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일본의 정원을 떠올릴 것입니다. 커다란 자연을 작은 정원으로 축소하고, 차경의 원리를 도입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기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와비사비』에서 그랬듯이 코렌의 사유는 뜻밖의 다른 길로 안내합니다. 저자가 교토의 선종(禪宗, 선불교) 사찰에 위치한 ‘마른 정원(枯山水, 가레산스이)’을 다녀온 흔적은 SNS를 수놓은 ‘일본 미학’의 타성에 젖은 당신의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합니다.

일본 정원에서 ‘가레산스이’는 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원 또는 자연을 의미합니다. 문자 그대로 ‘마른 산수’입니다. 이 정원에서 암석은 섬과 산 같은 큰 지형을 표상하고, 자갈과 모래는 주위의 강, 바다 같은 물을 상징합니다. 물의 핵심적인 본질을 물을 사용하지 않고 심오하게 표상하기. 가레산스이의 아름다움은 이 역설에 있습니다.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의 정수는 자갈과 모래의 다양한 배치와 정돈을 보여주는 사진에 있습니다. 자갈이나 모래 가까이에 있는 나무와 관목, 바위를 배제한 사진은 아무데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한 풍경처럼 교토의 정원을 담아냅니다. 바위를 애지중지하는 마음이 ‘낮게’ 깔린 자갈과 모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며 일본식 정원의 핵심인 바위마저 의도적으로 배제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제목 그대로 일본의 정원에 깃든 종교의 사상적인 배경을 제거한 채 ‘자갈과 모래의 정원’이라는 상황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자연을 압축한다는 축경의 원리에 따라 인간의 의지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조성하는 불교적 배경, 아름다운 자연을 선경(仙境)으로 격상시키는 도교적 배경, 그리고 조상신에 대한 감사와 숭배의 원리를 자연에 빗대는 신도(神道) 사상으로 ‘포장’된 정원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자갈과 모래를 제대로 볼 것을 요구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원의 주인공은 식물입니다. 식물을 가꾸는 공간이 정원입니다. 식물은 저절로[自] 그렇게[然] 생장하는 활발한 기운을 표상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이 무심히 운행하도록 두지 않는 인위(人爲)를 상징합니다. 마른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정화, 제초, 갈퀴질, 재구성 같은 자연의 성향과 상반되는 꾸준한 유위(有爲)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켄야(原硏哉)가 『백白』(안그라픽스)에서 말한 것처럼 “고승의 처소 앞에 펼쳐져 있는 하얀 사각형의 돌로 꾸민 정원은 사람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자갈과 모래는 임시성, 일회성, 불안정성을 상징합니다. 매일 여러 번 갈퀴질하고, 다시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 한갓되고 허무한 시도입니다.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고집스러움은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부조리한 노력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갈퀴질을 새로이 하고, 형태를 달리해서 조성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자갈과 모래의 정원은 바람, 비, 지진, 중력, 이끼, 잡초, 낙엽 또는 인간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해 해지고 사라질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변덕스러운 기질에 맞서 정원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단단한 의지의 표상.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삶이라는 존재론적 본질에 사로잡혀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두는 우리에게 삶을 이루는 기초 재료에 주목할 것을 넌지시 일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자갈과 모래가 인간의 몸을 기준 삼아 정원의 본질을 이루는 기초 재료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듯이, 우리네 인생도 기초 재료를 인식하고 매 순간 순간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의미가 피어날 것입니다. 선(禪)의 핵심 원리를 담기위해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고, 물[水]을 표현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상반되는 재료를 사용한 교토의 정원처럼 인생의 의미는 모순과 역설에 자리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선(禪)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본문 중에서

 

식물은 저절로[自] 그렇게[然] 생장하는 활발한 기운을 표상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이 자신의 의지대로 무심히 운행하도록 그저 두지 않는 인위(人爲)를 상징한다. 마른 정원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정화, 제초, 갈퀴질, 재구성 같은 자연의 성향과 상반되는 꾸준한 유위(有爲)가 필요하다.
- ‘바위는 없다’ 중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일본 정원’이라는 뻔한 이미지를 내버려야 한다. ‘심오한 감식안’이나 ‘독특한 감수성’ 혹은 정원의 설계와 조성에 따른 고도로 특화된 기술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강박도 포기하자. 사실상 자갈과 모래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는, 짧게 잡아도 1500년 되는 중국과 일본의 정원 역사도 잊는 게 좋겠다. 반면 자갈과 모래에만 관심을 두면 우리는 인간의 지성이 열정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 ‘바위는 없다’ 중에서

만약 자갈과 모래의 정원에 ‘선’이 있다면 그것은 정원을 설계하고 조성한 사람들과는 관계없다. 정원은 수묵화, 궁도弓道, 다도 등 선과 연관된 ‘기예(技藝)’처럼 신비로운 혜안이나 자연스러운 행위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정원을 완성하려면 오랜 기간 동안 계획하고 공사해야 한다. 그 과정에 ‘섬광 같은 깨달음’은 없었을 것이며, 정원이 깨달음을 위한 계기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마른 정원은 선 수행자가 설계하거나 조성하지 않았다. 그저 하층 계급에 속한 정원사나 조경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원에 ‘선적인’ 혹은 ‘영적인’ 의미는 없었다.
- ‘선(禪)이 아니다’ 중에서

이제 가레산스이는 엄연히 원초적인 물질로 만들어진 환원주의적(還元主義的), 다양한 현상을 기본적인 원리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나 경향인 구조물을 정통적으로 계승하는 출발점에 있다. 하지만 자갈과 모래의 정원이 처음 생겨났을 때에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예술’이라는 한자 개념어는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다.
- ‘아마도 예술’ 중에서

분명 자갈과 모래의 정원은 생물로 구성된 정원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원들이 더 작고 더 이상화된 규모이더라도, 자연을 초월해 형이상학적 만족을 주는 방식으로 자연의 여러 요소를 사용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음 역시 사실이다. 심히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가레산스이는 ‘메타 정원’의 하나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메타(Meta)’는 ‘너머(Beyond)’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메타 정원은 개념적으로 궁극적인 개선을 거친 특정 유형의 정원을 상징한다. 좀 더 일상적인 수준에서 볼 때 자갈과 모래의 정원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의 ‘잎살[葉肉]’이 제거되고 뼈대가 드러나 골자만 남은 겨울의 정원이다.
- ‘메타 정원’ 중에서

 




차례

바위는 없다 No rocks 29
선禪이 아니다 Not Zen 51
아마도 예술 Possibly art 69
메타 정원 Meta-gardens 97

주석 121
옮긴이의 말 174



지은이

레너드 코렌 Leonard Koren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오가며 살고 있다. 건축을 전공했고, 19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와 파리에서 야외 대형 벽화를 작업했던 ‘로스앤젤레스 파인 아트 스쿼드The Los Angeles Fine Arts Squad’를 공동 설립했다. 1970년대 주요 아방가르드 저서로 평가받는 『WET: The Magazine of Gourmet Bathing』을 간행했다. 저서로 『배치의 미학』(2011)과 『와비사비』(2019) 등이 있다. 『What Artists Do』(2018)의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박정훈

국문학과 사진을 전공했다. 경주와 교토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검은 빛> <먼산> <시절들> 등의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집 『every little step』을 펴냈다. 기타 독주곡집 <Deep Sunset> <ProvidenceꠓThe Bach Album I>을 낸 뮤지션이기도 하다. 『와비사비』를 비롯한 레너드 코렌의 책을 주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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