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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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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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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료들과 작은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신연선 작가, 김동신 작가에게 여기, ‘하필 책이 좋아서’ 직업으로 삼은 자들이 있습니다. 편집자에서 작가로, 글 쓰고 강의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북디자이너로, 마케터에서 온라인 서점 MD를 거쳐 팟캐스트를 만들고 작가들을 인터뷰하는 프리랜서로……. 김동신, 신연선, 정세랑. 출판업계의 허리 세대에 속하는 세 사람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묵묵히 ‘책’과 더불어 걸어온 길, 그러나 여전히 남은 길이 많은 상태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는 하필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직업으로 삼게 된 세 사람의 여전한 애정과 가끔 찾아오는 머뭇거림을 담은 책입니다. 시대와 출판 환경을 거창하게, 애써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게 너무도 빠른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느린’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 표면에 천천히 떠오른 질문들을 세심히 모았다고 할까요. 저작, 편집, 디자인, 홍보, MD, 콘텐츠 제작…… 세 작가의 ‘언어’는 출판계 안쪽을 향하기도, 바깥쪽을 향하기도 합니다. 추천사, 증정본, 개정판, 리커버, 굿즈, 작가, 1인 출판사, 대형 출판사, 웹 콘텐츠, 집필, 강연, 출판노동자, 스트리밍, 문학상 심사, 서점, 파주출판도시, 원고료, 사회적 소수자(약자), 젠더, 환경, 문화 정책, 취향, 북디자인, 로고, 계약(서), 기획, 홍보, 마케팅, 베스트셀러, 브랜딩, 덕질…… 책과 출판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그리고 여성, 환경,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적확한 성찰, 그리고 온당한 분노가 서려 있습니다. 혹여 세 사람이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에게 그 일을 부탁하려 합니다. ‘하필 책이 좋아서’라는 말에 깊이 ‘웃픈’ 당신이 기꺼이 떠맡아줄 또 다른 이야기를 즐거운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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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추천사 읽고 쓰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과열의 분위기는 다소 식혀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권의 책에 네 명, 다섯 명의 추천사가 붙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책이라는 강렬한 신호가 필요한 때가 분명 있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눈길이 덜 가기도 하고 추천자들이 겹치는 경우도 늘 수밖에 없다. 과열의 끝이 소모일 때가 많아, 우려의 마음을 표해본다. - 정세랑 ‘추천사를 어쩌면 좋을까?’ 중에서 출판계가 어려워서 사람대우를 제대로 못해준다는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출판계가 여유 없이 어려운 것은 맞으나 열의를 가진 사람들을 너무 예사로이 여기고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을 필요가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속 출판계의 문을 두드리겠지만, 이대로라면 떠나는 속도 또한 빨라질지도 모른다. 마땅 한 존중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 정세랑, ‘출판계 밖에서 만나는 출판인들’ 중에서 어떤 서점들은 오래된 책,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재발견되어야 할 책들을 빛 나는 자리에 두고 그럴 때 공간은 마치 한 사람의 내면세계 같아 재밌어진다. 목록과 배치의 차이가 그려내는 점묘화가 뚜렷한 개성을 자아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머릿속 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험은 서점에서 드물게 가능한 것 같다. - 정세랑, ‘짧은 여 행과 색깔이 강한 서점들’ 중에서 음악을 북디자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은 둘 다 오래전에 결정된 형식의 반복과 변 주를 지속해왔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물론 책의 역사에도 기술의 발명과 시간의 흐름 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고, 때로는 변주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혁신과 비약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결과로 빚어진 차이는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지 않는 이 상 좀처럼 감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 점 또한 두 분야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 분야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면 재능이나 감식안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든 전 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다. - 김동신 ‘취향의 방향을 가늠하 기’ 중에서 책 표지라는 공간에는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색상 등 경중 을 따질 수 없는 다른 요소들도 함께 존재하며, 이런 상황에서 글자의 역할이란 책의 전체적 인상을 구성하는 일부로서 녹아드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 약 어떤 표지 디자인에 정렬의 축이 뚜렷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다른 시각적 요소들의 중요도를 감소, 혹은 배제하면서까지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디자인 콘셉트를 좇겠다는 디자이너의 의지가 있기에 생겨난 결과다. 나는 이런 자기주장을 하는 표지들과 그것 을 가능케 하는 디테일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 김동신 ‘취향의 방향을 가늠하기’ 중에서 세상에 불만이 가득했던 사티에게 네 살 위의 드뷔시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1891 년, 드뷔시는 자신의 음악원 스승 에르네스트 기로의 수업에 청강생으로 사티를 추천했다. 1896년에는 사티의 《짐노페디》를 관현악판으로 편곡하고, 이듬해 에 라르 홀에서 연주했다. 사티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1902년 드뷔시가 쓴 《펠레아스와 멜리장 드》가 원인이었다. 신체와 관련된 책의 세부 명칭 가운데 가장 절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책등이다. 등 에는 인체를 지탱하는 기둥인 척추가 있기 때문이다. 코덱스의 구조적 정수가 종이를 엮었다는 점인 만큼 엮인 부분들이 모여 만들어진 면을 등이라고 일컫는 것이 퍽 적 절하게 들린다. 영어권에서는 직접적으로 spine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노출 바인딩 으로 제작한 책에서 표지를 입히지 않은 책등을 보면 종이 묶음을 실로 엮은 모습이 뼈마디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 김동신 ‘코어에 힘주기, 책등 디자인’ 중에서 출판계와 디자인계는 각각 실무 노동자 많은 수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여초 업계 다. 그러나 관리자·임원급으로 가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고 여성은 실무자·사원으로 서 ‘남성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식의 성별에 따른 차별이 공고하다. 이러한 상황은 한 국 사회에 분야를 불문하고 존재한다. 그중에는 애초부터 여성의 진입을 막아 여성의 수가 극히 적은 업계가 있는가 하면 출판계나 디자인계처럼 이른바 ‘여성적’인 노동으 로서 여성의 유입이 많은 분야도 있다. 단, 그렇게 유입된 여성들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뚜렷하다. 더 많은 권력을 지닌 보직, 특히 규모 있는 출판사의 소유자는 대체 로 남성이다. - 김동신, ‘북디자인과 여성’ 중에서 책표지는 자주 얼굴에 비유된다. 만약 이 얼굴에 성별이 있다면 그것은 여성일 것이 다. 요즘 표지 디자인의 스타일이나 유행이 ‘여성적’이라는 게 아니다. 표지-얼굴이 처한 상황이 여성의 그것과 닮았다. 호감이 가야 하고, 항상 웃어야 하고, 예쁘면 가 장 좋은, 손쉬운 평가의 대상이 되는 얼굴. 꾸미면 화장이 너무 진하다고 훈계를 듣고 때로는 얼굴보단 마음이 고운 게 진짜 예쁜 거라며 칭찬을 듣는 존재. 너무나 익숙한 말들이다. - 김동신, ‘북디자인과 여성’ 중에서 나는 종종 ‘을(乙)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것이 신입사원의 자 세라고 여겼던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 대학교 졸 업을 앞두고 청강한 ‘취업 강의’에서 강사가, 막 입사한 곳에서 만난 상사가 너희 는 을이어야 한다, 을이라고 생각하고 일해라, 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을 품은 시간이 계속될수록 나는 작가와의 관계에서도, 편집자와의 관계에서도, 마 케터와의 관계에서도, 아니 그밖에 맺게 되는 모든 관계에서도 언제나 을이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이지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역시 편집부로 입사했으면 더 좋았으려나. 아니, 을이라니? 그런 생각은 얼마나 후진가. - 신연선 ‘출판사의 홍 보기획부라는 애매한 위치’ 중에서 일터에서 친절은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업무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일터에서 여러 번 자리를 바꾸어가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도 변함없이 반 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들과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긴장감, 쓸데없는 에 너지 소모 없이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긍지를 위해 삼았 던 친절과 다정의 태도 덕분이라고 믿는다. 나는 동료들과 친절로 호감을 나누었 고, 그 호감은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즉 책임감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의 양 분이 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일할 때 일의 결과도 좋았다. - 신연선 ‘어디서든 친 절로 한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 중에서 나는 국내 여행을 좋아하는데 어느 지역에 가든 그곳의 동네 책방을 찾아 방문하 는 코스가 여행의 필수 과정이다. 즐겁게도 이 여행 방식을 이제 많은 분들이 즐 기고 있는 것 같다. 그 동네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멋있는 독립출판물을 발견 하는 기쁨, 그곳만의 색깔이 담긴 색다른 큐레이션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여행지에 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 신연선 ‘삼구무배의 추억’ 중에서 무너지는 댐에 난 구멍을 제 몸으로 막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다독 인다. 일말의 희망을 가르쳐준다. 비와 햇빛이 되어준다. 그 존재들에 번번이 감동하 고 놀라는 이유는 인간이란 존재가 쉽게 변질되고 마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허기가 타인의 병보다 중하기 때문에. 애쓰지 않으면 타인은, 언제나 나의 바깥에만 머무는 존재이기 때문에. 도무지 가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영역까지 나 아가 타인과 세상의 고통을 그대로 나의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언제나 놀랍다. 나 의 사랑하는 울보들. - 신연선 ‘나의 사랑하는 울보들’ 중에서 차례 들어가는 말 7 정세랑
추천사를 어쩌면 좋을까? 11 김동신 자주 받는 질문 89 신연선 출판사의 홍보기획부라는 애매한 위치 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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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동신 출판사 돌베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동신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 상적으로 쓰고 있는 인덱스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인덱스카드 인덱스」 연작을 2015년부터 제작하고 있으며, 『Open Recent Graphic Design』(2018, 2019)에 기획자 및 작가로, 『젊 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에 작가로 참여했다. 신연선 프리랜서 작가. 출판사 홍보 기획자, 온라인 서점 MD로 일했다. 북 칼럼, 인터뷰, 콘텐츠 시나 리오 등을 쓴다. 2017년부터 팟캐스트 〈책읽아웃—오은의 옹기종기〉 대본을 쓰고 있다. 정세랑 2010년『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 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 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설자은, 금성으로 돌 아오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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