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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멈춰서, 혼자서

pause and be alone

 

 

 

 

 

 

   

- 윤동희 지음
- 117*190 / 306쪽
- 17,000원
- 2025년 9월 25일
- 979-11-86561-93-5 (03810)
- 010.4417.2905(대표 윤동희)

         
 
 




책 소개

‘혼자’를 견디는 단단한 힘. 『좋아서, 혼자서』 이후 6년. 작가는 여전히 ‘혼자’ 책을 만들고, 글을 쓰고, 철학과 미술을 강의한다. 그사이 세상은 훌쩍 달라졌다. AI의 속도로 질주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는 쓸쓸함이 불쑥불쑥 밀려든다.
다행히 작가에겐 글과 말이 있다. 세상의 진화와 일의 풍경을 관찰하고, 일과 일이 아닌 일을 동시에 조망하며 ‘멈춤’의 태도와 ‘간격’의 미학을 배운다. 시대에 맞서거나 타협하지 않고 ‘일상의 철학’을 지킨다.
일을 사랑하면서도 일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자유를 꿈꾸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독립적 존재들을 위한 생활철학 산문집. 속도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산문집.

 

 

출판사 리뷰

 

기술의 속도 앞에서 주춤거리며 삶의 간격을 사유하기,
시대에 맞서거나 타협하지 않고 ‘일상 철학’을 지키는 법
『좋아서, 혼자서』 그 이후, ‘비경제적 인간’의 생활 보고서

가볍게, 자유롭게, 투명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혼자’ 일하고 놀며 하루를 작파합니다. 그 하루를 모아 졸저 『좋아서, 혼자서』를 지었습니다. 고용자도 아니고 피고용자도 아닌 혼자의 일과 생활을 적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첫 책 『좋아서, 혼자서』에서 저는 ‘자유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치관, 직감, 신념…… 거창한 단어를 입에 담을 형편은 아니었어요. 산책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고, 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신해철의 저음을 주제곡 삼은 저의 ‘일상으로의 초대’가 누군가의 ‘생활’이 되길 바랐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자유’라는 보편 개념에 개인의 감정을 이입한 오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네요. 부끄럽습니다.

단순하고 경쾌하게. 첫 책을 쓰며 저는 이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빼어난 문장, 화려한 문장, 품격 있는 문장과는 거리가 먼 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태도는 무심하게, 문장은 간결하게. 메이저와 마이너, 주류와 비주류, 유물론적 사유와 절대적 믿음의 ‘간격’을 사유하려 했지만, 인쇄로 완성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계도, 역부족도 모조리 제 것입니다.

두 번째 책을 내놓습니다. 그 사이, 저는 그만큼 나이를 먹었고 초라해졌고 허약해졌습니다. 돈, 큰 집, 빠른 차, 젠더, 명성, 사회적 지위를 일군 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AI의 속도로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혼자 주춤주춤 멈칫멈칫 머물러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기술의 특이점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세상에 순조롭게 적응한 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내놓을 자신이 이젠 없습니다. 그들이 제가 사랑했던 주인공들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요. 애꿎은 ‘혁오’의 노래만 구슬프게 반복 재생할 뿐입니다. 슬픈 어른은 늘 뒷걸음만 치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아아아아아~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는 시대를 지켜보며 ‘비경제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1인 출판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바늘로 샘을 파는’(오르한 파묵) 촘촘한 문학적 미감은 언감생심일 터. 삶에 텀벙텀벙 ‘간격’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 정도는 적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간과 공간이 벌어진 사이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벌어진 정도. ‘간격’이라는 가치로 문화적 세계의 새로운 아우라에 밀려난 어제와 오늘을 몸을 구부려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두렵고 낯선 것들이 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위무하는 글을 담았습니다.

그렇다고 허망한 소리만 늘어놓을 수는 없겠죠. 인생은 입고 먹고 자는[衣食住] ‘생활’로 이루어지니까요. 간격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방도를 찾고 싶었습니다(아래 ‘차례’를 살펴봐주세요^^).

다행히 저에겐 생활을 꾸리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절반은 제가 읽은 ‘낡은’ 책의 추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세계의 전체와 만나고, 그 전체에 참여하는 일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비록 읽기와 쓰기에 통달한 자는 아니지만 한때의 유행을 견딘 책을 빌려 일과 돈보다 소중한 ‘나’를 위한 우선순위를 적었습니다. ‘나다운’ 것이란 어설프게 주체성이나 자신감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미숙함’을 아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나누고 자 합니다.

혼자의 자유, 혼자의 간격. 세상에는 분명 저처럼 자기 계발, 효율성, 성장, 생산성 같은 단어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속도보다 간격, 유행보다 태도. 각자의 고유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일에 ‘준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생계를 꾸릴 것인가, 생활을 지킬 것인가. 일과 돈과 행복의 ‘인생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당신에게 이 책이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발밤발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가볍게, 자유롭게, 투명하게.

 

 

본문 중에서

 

생계를 꾸릴 것인가, 생활을 지킬 것인가. 여지껏 내가 살아온 시간 가운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에 가장 진지했던 시절. 지금보다 가난했어도 눈빛만은 풍요로웠던 시간. 나는 토지나 물건보다 지식과 노하우에서 가치를 찾기로 했다. 고용자도 아니고 피고용자도 아닌 삶의 방식을 추구했다. 지금, 누군가 분명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있던 이야기의 속편이나 덧붙임 혹은 변주. 일과 돈과 행복의 ‘인생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일은 시대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정신적 골격이 허물어진 시대다. 바이러스가 간격을 강제하고,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고, 내란 수괴가 일상을 파괴했다. 상실의 시대, 모두 허무하리라. 혼돈의 시대, 모두 버거우리라. 마땅한 방도는 없을까. 세상의 이편과 저편 사이 ‘어느’ 곳에 틀어박힌 안거. 거리 두기와 외로움이라는 ‘규율’을 스스로 만들어 지키는 것은 어떨까.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기 위해 라테 비오사스(Lathe Biosas), 즉 ‘숨어 있는 삶’을 선택했다. 전통과 철저히 단절하고 현실과 멀찍이 거리를 두었다.

기왕 일을 해야 한다면 나는 세상의 진화와 일의 풍경을 ‘관찰’하고 싶다. 일과 일이 아닌 일을 ‘동시에’ 조망하고 싶다. 낡은 줄기와 새로운 줄기 사이의 ‘간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싶다. 일을 줄이되 남아 있는 일의 폭은 넓히고 싶다.

일은 일이다. ‘좋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으면 돈이 부족하고, 돈이 넉넉한 조직은 갑질로 본색을 드러낸다(정말이다). 좁혔다가 넓혔다가, 조였다가 풀었다가. 어떤 일은 촘촘하게, 어떤 일은 느슨하게. 일과 돈과 삶은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

일과 돈의 간격을 가다듬는다. 아무리 번지르르하더라도 나와 맞지 않는 일은 거절한다. 단호히! 초라하더라도 나와 잘 맞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 기꺼이! 생각과 감각이 산뜻한 협업자와 일을 나눈다. 공평히! 일을 나누면 돈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일과 돈을 독점하지 않으니 여유롭다. 돈이 들어오면 플러스 같지만, 돈을 벌려면 비용(마이너스)이 투입된다. 돈이 나가면 마이너스 같지만, 비용만큼 품이 들지 않는다(플러스). 성장과 안정을 둘 다 가질 수 없다.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을까. 훗날 글 쓰고 말하는 짓을 그만두려고 했음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부로 눈을 돌리려 했음을, 그러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음을. 아무렴 어떠하랴. 어차피 평범한 대부분의 독자에게 독서란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것. 읽으며 삶을 채운다. 읽으며 생을 지운다. 읽으며 세상과 멀어진다. 읽으며 세상이 당연히 여기는 가치를 의심한다. 읽으며 사람들이 당연히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가능성을 맹신하는 사람은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세상은 그들의 질주에 환호한다. 왜? 어디로 달려갈지 훤히 보이니까. 그러나 무슨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또라이’는 환영받지 못한다. 왜? 다루기 어려우니까,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나는 또라이로 살고 싶다. 가능성은 ‘그럴 수 있음’이지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님을 잊지 않는다.

규칙보다는 시행착오, 선형보다는 비선형, 통계보다는 경험. 매 순간 다르게 대처하고 극복해야 한다. 우연을 필연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단순하게 움직여야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운은 공평하다는 믿음을 지녀야 한다. 일상에 반복되는 작은 일은 철저히 계획하고 철두철미하게 지키되 인생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큰일은 대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는 안티프래질. 인생의 위기는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Antifreeze. ‘검정치마’의 노래다.

무한 게임의 플레이어로서 나는 목표를 갖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목적’을 향해 적절하고 알맞게 플레이한다. 아무리 근사해 보여도 나와 맞지 않는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권력을 의식하며 타인을 자기 뜻대로 다루는 사람들의 게임에서 유유히 걸어 나온다. 이탈과 항의. 아무리 불안한 세상이라 해도 맨 마지막 순간에 ‘이것만큼은 절대 굽힐 수 없어, 굽히지 않겠어’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자유는 어디에서 나올까. 풍족한 돈으로부터? 아니올시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서 나온다. 생각은 외부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려면 ‘정의로운’ 일을 행해야 하고, ‘절제 있는’ 사람이 되려면 ‘절제 있는’ 일을 행해야 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려면 ‘용감한’ 일을 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학이 아니어야 문학이 되고, 음악이 아니어야 음악이 되고, 미술이 아니어야 미술이 되고, 디자인이 아니어야 디자인이 되고, 건축이 아니어야 건축이 되는 시대다. 문학에 대한 문학, 음악에 대한 음악, 미술에 대한 미술,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건축에 대한 건축…… 같음과 다름의 파도가 동시에 굽이치는 시대는 너무 높이 날아서도 안 되고, 너무 깊숙이 침잠해서도 안 된다. ‘적절한’ 높이에서 ‘적당한’ 속도로 날아야 한다.

어떤 작가는 오랜 시간 공들인 자국을 남기려 하고, 어떤 크리에이터는 그 자국을 지우며 자신의 자국을 남기려 할 것이다. 어떤 출판사는 오랜 시간 공들인 자국을 사수하려 하고, 어떤 플랫폼은 그 자국을 지우며 자신의 자국을 남기려 할 것이다. 자국과 기억이 지워진 곳에서 이야기는 힘겹게 피어날 것이다. 그 지워짐 속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피울 수 있을까. 각각의 장르가 줄 수 있는 재미와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게나마 유지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뻔한 소리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일찍이 장자는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이것들을 떠나 달아나려 발을 더욱 자주 놀릴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진다고 했다. 빨리 뛰면 뛸수록 그림자는 몸을 떠나지 않는다. 쉼과 고요. 그늘 속에서 쉬면 그림자가 없어진다.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나지 않는다. 비움과 버림. 마음을 비우고, 부산한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나만의 내적 핵심 찾기. 내 앞에 놓인 인생의 문제를 푸는 해법은 여기에 있다.

바닥이 어딘지 가늠이 안 되는 지하로 고꾸라지는 여린 영혼을 힘껏 붙잡는다. 사랑은 낙하산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천천히 내려간다. 두 발로 착지해 다시 일어설 때까지 필사적으로 줄을 놓지 않는다. 사랑은 이로운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시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시간을 앞지를 기력이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이 살아남은 인연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



 

차례

들어가며

1부

적당한 외로움
인생의 원형
숫자에 흔들리는 사람들
일의 진화
깊이 일하라
다르게, 다르게
최종병기 인간 (1)
최종병기 인간 (2)
넉넉함이란 무엇일까
느슨하게 출판하기
언제까지 성장해야 하나요?
가능성이라는 거짓말
행운에 속지 마라
인생은 운이다
무한 게임의 주인공
나는 옛날 사람
나의 친애하는 커피
걸어도 걸어도

2부

나는 자유인이다
어디에 살고 있나요?
이서진의 타력
시절 인연
스피노자의 1미터
일인칭 단수
저공비행, 높게 날지 않아도 됩니다
관광객의 철학
편집의 미래
대화의 힘
무미 예찬
빨리 달리면서 오래 달릴 수 있을까
흘러가게 두어라
앵콜 요청 금지
인생의 때
마음껏 사치하
해답은 없다
그렇게 어른이 된

나가며
글을 쓰며 읽은 책들

 


지은이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책을 만들고, 글을 쓰며, 미술과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좋아서, 혼자서』 『편집자의 일』(공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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