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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그림은 움직이는 거야
- 홍수연 개인전 <Abstract: Intrinsic> 9. 6-10. 14 스페이스 소

이미지는 한껏 유동한다. 꽃잎 같은 이미지는 이미 캔버스 위를 떠다니고, 세포 소기관 같은 이미지는 그 곁에 안착한다. 마치 얇은 콜라주가 얹힌 듯한 이미지는 투명한 공간에 자리한 생명의 순환을 운율에 맞춰 읊는다. 작가 홍수연이 돌아왔다. 미시적 차원에서 세포의 움직임을 보여준 <Equilibrium&rt;(2014-2017) 연작에서 형태의 엄밀한 구축과 배치를 선보였던 작가는 동교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소에서 가진 오랜만의 전시에서 형태와 배치를 ‘해체’하는 회화적 충동을 과감히 드러냈다. ‘Abstract: Intrinsic(추상: 내재적인)’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추상이라는 큰 틀의 구조를 유지하되 그것을 발생시키는 과정에 변화를 주었다.



알려진 대로 홍수연은 붓을 사용하기보다 캔버스를 직접 ‘움직여’ 이미지를 창출한다. 어떤 우연(偶然)의 이미지는 유연한 형태로 흐르고, 어떤 우이(偶爾)한 이미지는 표류한 상태로 머문다. 일견 자유로워 보이는 추상의 형태는 작가가 ‘구축(build up)’이라 일컫는 엄정한 규칙 아래 행해지는 계산의 산물이다. 그 우연의 중첩과 필연의 엇갈림 끝에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닫힌 평면 속에 고여 있지만 회화는 움직이는 이미지가 일시정지(pause)한 하나의 ‘사건’이다. 그 사건 속에서 어떤 존재는 회화가 되고 어떤 회화는 존재가 된다. 회화가 존재로 향하고, 존재가 회화로 되돌아가는 모든 과정에 작가가 자리한다. 그 과정을 조율하기 위해 작가는 회화라는 유기체의 안과 밖의 ‘속도’를 유지한다. 어떤 작가는 속도의 항상성을 위해 이미지를 응축시키고 어떤 작가는 그것을 해체시킨다. 그런데 홍수연은 응축과 해체를 동시에 수행하는 흔치 않은 작가다. 어떤 이미지는 꽃잎처럼 가볍게 흐느적대고 어떤 이미지는 폭발하듯 강렬하게 육박해 들어온다. 미시적이고 원초적인 이미지는 천천히 소요하고 폭발하는 이미지는 빠르게 흐른다. 위아래로 오간, 작가가 의도적으로 남겨놓은 붓질 자국이 그 시간성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준다. 각기 따로 움직이는 개별 이미지의 움직임은 경계를 짓고, 그 흔적을 사이에 두고 색채는 매끄럽게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고, 이미지와 색채의 중첩은 또 다른 이미지가 되어 궁극의 추상성으로 완결된다. 추상이라는 구조와 이미지의 발생, 그 열림과 닫힘의 묵시적인 연결을 바라보고 묵음(默吟)의 진동을 느끼며 우리는 영상이 창궐하는 시대에 화가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예감한다. 그렇게 홍수연은 아폴론적 질서와 디오니소스적 혼돈을 동시에 품으며 늘 진화해왔다.



두꺼운 기름종이 같은 반투명 트레팔지에 드로잉을 새겨 여러 장을 중첩시킨 드로잉 신작도 이채롭다. 인간의 육안으로는 분간할 수 없는 미시적이고 원초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압축한 드로잉은 작가 홍수연의 추상(Abstract)의 내재적(Intrinsic) 기원을 추적하는 최정예 ‘에디션’이다.

 글. 윤동희 | 북노마드+북노마드 미술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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