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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 ESSAY 미술은 늘 변한다. 이제 미술은 핫해야 하고 힙해야 한다. 전시 공간에 ‘숍(shop)’이라는 장치가 가미된 지금, 작가는 또 다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____________________ ‘숍 지향적 미술’이라는 말이 있다. 2015년 <굿-즈>이후 ‘판매’라는 키워드로 이루어지는 미술 흐름은 <더 스크랩> <팩> <퍼폼: 데이터 팩> 등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생겨난 신생 공간이 전시라는 형태에 ‘숍’이라는 장치를 더하며 미술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셀렉트 숍 형태의 아트 플랫폼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시키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에 둥지를 튼 갤러리 & 디자인 숍 ‘카바(CAVA)’가 대표적이다. 미술, 디자인, 사진, 가구, 세라믹, 패션, 음악, 비디오 아트 등 동시대 문화 신(scene)을 관통하는 ‘핫(hot)’한 작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을 숍처럼 꾸민 혹은 아예 숍에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미술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예술가도 핫해야 하고, 전시도 핫해야 하며, 공간도 핫해야 한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Take Me Home>은 예술 작품과 그와 연관된 ‘사물들’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전시 플랫폼들을 ‘초대’한 색다른 콘셉트의 전시다. 소쇼(SOSHO),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 팩(PACK), 팩토리 2(FACTORY 2), 카스코(CASUKO) 등 어떤 이들에게는 생소한, 하지만 어떤 이들은 열광하는 플랫폼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예술과 관련된 가능한 모든 것을 선보이며 젊은 미술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물론 5곳의 플랫폼들은 닮은 듯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이들이 미술과 디자인에 관련된 ‘경험’을 ‘관람+구매’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팩토리 2’는 서울 서촌에서 대안적 플랫폼을 오랫동안 일궈온 갤러리 팩토리의 두 번째 시즌을 일컫는 이름이다. 시즌 2를 맞아 팩토리가 내세운 콘셉트는 ‘콜렉티브(collective)’. 공간 구성원 각자가 몰두하는 주제에서 출발해 미술, 디자인, 건축, 음악 등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 지점을 만드는 ‘기획 행위’를 말한다. 콜렉티브의 결과는 전시, 출판, 퍼포먼스,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완성된다. 이제 전시는 기획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공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팩토리 2는 ‘쓰임과 생김’에 주목한다. 가구, 가방, 지갑 등 일상용품부터 조각, 사진, 장소 특정적 설치 등 파인아트까지, 팩토리 2가 엄선한 작업은 창작자가 오랫동안 리서치한 시간에 주목한다. 그것을 팩토리 2는 “사람-예술-제작-시간 사이를 오간 흔적”이라고 말한다. ‘팩’은 1년마다 열리는 전시/판매 플랫폼이다. 2017년에는 홍대 앞 카페 겸 복합 문화 공간 무대륙과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2018년에는 문래동 ‘공간 사일삼’에서 열린 새로운 전시 형태다. 팩의 특징은 특수 제작한 40×40×40cm 큐브에 창작자들의 작품을 담아 전시하고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팩은 2019년 6월에 열리는 올해 행사를 미리 알리는 작품들을 모았다. 김정태×카일러 황, 문이삭, 박동균, 장다해, 황수연 등 5명(팀)의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압축(pack)’되었는지를 전시 동선을 따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티스트 프루프’는 판화가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이다. 2016년 서울 북창동에 ‘AP SHOP’을 트럼펫 연주자 이동열과 연 작가는 회화, 판화, 오브제, 포스터,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티스트 프루프가 내건 콘셉트는 ‘프로토타입(Prototype)’. 원단에 프린트한 아카이빙 북, 모빌, 뜨개질 작업 등은 판매 이전에 해당 작품의 매체성과 재료를 관객 혹은 소비자에게 사유케 한다. ‘카스코’는 을지로 세운 대림상가에서 시작한 쇼룸 겸 스튜디오다. 티엘(제품 디자인), 에어 오브 준(패션 디자인), 오큐파이 더 시티(그래픽 디자인) 등 을지로-동대문-충무로에서 상업 프로젝트와 전시를 진행해온 세 팀이 작업실을 공유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플랫폼이다. 제품, 패션, 그래픽 디자인 등 입체와 평면을 오가는 세 팀의 특성이 어우러진 만큼, 이번 전시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용도를 가진 작품과 제품을 전시 공간에서 ‘오브제’로 변모시키고, 그 달라진 오브제를 일상의 공간에 어떻게 스며들게 하는지를 고민하였다. 마지막으로 ‘소쇼’는 독립 큐레이터 황아람과 미디어 아트 작가 김민경이 2016년 을지로에 만든 신생 공간이다. 2019년 종로구 계동으로 공간을 옮긴 이곳은 오브제가 되는 미술 작품과 거주 공간에 놓인 오브제의 ‘경계’에 놓인 작품을 선보였다. 캔버스나 액자를 세워두는 오브제에 조명 등은 거울, 조명, 수납함 등 일상 속 필수 오브제가 예술로 변모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굿즈 미술 혹은 셀링(selling) 미술은 ‘2020년대’ 미술을 예감하는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미술 형식이 미술품과 장식품 사이, 그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자리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지금-여기’ 출현한 현상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 그 현상의 ‘구조’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찬반양론과 관계없이 미술품과 장식품 ‘사이’의 미술을 하는 작가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뒤샹>전이, 서울시립미술관의 <호크니>전이 ‘인스타의 성지’가 되었듯이, 이제 미술도, 미술관(museum)도 ‘힙(hip)’해야 한다. 본래 힙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으니 미술이 늘 해오던 것이었다. 대안공간에서 신생 공간으로 흐름을 바꿔온 소규모 공간은 스튜디오-쇼룸-팝업-세미나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공간이 되었다. 2010년대 중후반을 지배했던 신생 공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술을 ‘취향’으로 삼는 패션-IT-디자인-출판 영역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복합’ 공간이 채우고 있다. 그 공간에 미술과 디자인을 쿨하고 경쾌하게 ‘소비’하는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 그래서 이제 작가들은 마스터 피스 못지않게 ‘소품’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단순히 판매에 치중하는 공간과 작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시각예술의 어떤 ‘흐름’에서도 ‘태도(attitude)’를 ‘형식(form)’화하는 작가가 좋은 작가라는 것은 불변의 기준일 테니까.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 그 태도가 시간과 공간의 특정 정의와 형식이 사라진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의 디지털 소셜 네트워킹 시대에 어떤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 뮤지엄과 숍에 동시에 참여해야 하는 작가의 과제는 사실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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