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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그다지 의미 없음을 아는 일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건네는 ‘좋은 말’이 의례적인 인사치레임을 알게 되는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방책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 그것이 나이를 먹는 일이다. 그쯤 되면 하루 끝이 고단하지도 않다. 헛헛하다고 할까.

그래서인가보다. 읽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읽는 데 쓴다. 읽고 쓰고 책을 만들고 강의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지라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읽는 것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신체를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일, 적어도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지 않는 일, 그것이 내게는 읽는 일이고, 그것이 나의 일이다.

책을 읽는 건 사람들을 멀리 하는 일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책을 함께 읽는 모임도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책은 홀로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일이 중요한 것은 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기 위해 ‘홀로’를 자처한다. 혼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진다. 나밖에 없다는 비어 있음이 이내 충만해지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일이다. 그것이 혼자 있는 일이다.

혼자 있노라면 살아가는 데 사람‘들’이 그다지 필요 없음을 알게 된다. 가까운 한 사람 혹은 몇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드라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장면, 수십 수백 명이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두 명, 기껏해야 네다섯 명으로 이어진다. 최소한의 사람으로 이루어질 때 드라마틱한 인생이 만들어진다. 두 사람이 서로를 저버리지 않을 때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클로즈업(Close Up)할 때 인생은 드라마가 된다.

이제 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그 누구든.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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