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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나는 주말에 카페에 가지 않을 것이다

카페에 왔다. 스마트폰 속 뉴스와 사진은 성수에 상륙한 블루보틀로 요란스럽지만 그곳은 나의 동선이 아니다. 비교적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는 축에 속하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해진 시대에 커피는 액세서리가 되었다. '영향력'을 요원하는 사람들이 '뜨거운' 공간을 실어 나를 때마다 커피의 맛은 그만큼 묽어질 것이다.

주말은 좀처럼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망원까지 이동했다. 목동에서 망원으로 가는 길은 평일보다 더뎠다. 연휴가 겹친 5월의 주말에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게 싫어서 혼자 일하고, 사람들과 반대 경로로 움직이건만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만큼은 대기업에 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의 주말에 맞추기로 했다. 게다가 나는 작가들을 내 삶의 자장으로 끌어들이기엔 능력 미달이다. 나를 거치지 않아도, 북노마드를 통하지 않아도 책을 손에 쥘 작가들이 지천이다. 나는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스마트한 젊은 여성 편집자들, 젠더의 시대를 풍요롭게 만들어나가는 여성 작가들, 그리고 그들과 정서의 결을 심도 있게 나누는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책을 만드는 중년 남자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강남, 성수, 판교의 대지에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복음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도시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1인 출판도 시대착오적이다. 나는 그 당면현실을 받아들인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무능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일이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작가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독자로서 감지했던 적절한 B급 정서를 편집자로 확인하는 시간은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서로가 생각하는 책의 양감과 질감을 조율했다. 그 사이 카페를 점령한 이십대 여성들은 셀카로 일관했고, 젊은 남녀는 각자의 스마트폰에 심취했다. 그들에게 우정은 서로의 셀카를 칭송해주는 것으로 보였고, 남녀에게 사랑은 스마트폰으로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바탕 셀카의 시간이 지나자 잠시 고요해졌는데, 그 결과를 SNS에 소상히 남기는 듯했다. 일상의 시간이 스마트폰 화면의 열림과 닫힘으로 기획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그들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소통방식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 소통했을 것이고, 살아가는 데에도 문제 없을 것이다. 그저 그 속에 동화되지 못하는 나를 겸허히 받아들일 뿐, 앞으로 주말에는 카페에 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진정, 그것뿐이다.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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