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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이것은 집이 아니다

‘집’이 화두다. 오랫동안 욕망의 상징으로 읽히더니 한옥, 전원주택, 마당이 있는 집, 땅콩집 등으로 번지수를 옮기고 있다. 규모만 달라졌을 뿐, 또 다른 욕망의 리트머스다. 인간이 집에 대해 말하기로 결심한다는 건 그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거칠고 난폭한 세계에서 나만의 ‘방’으로 충분하던 이가 나와 가족을 위한 ‘집’을 생각한다는 건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졌음을 방증한다. 그것이 월세든 전세든 자가(自家)든, 그것이 옥탑이든 반지하든 로열층이든, 그것이 지방에 있든 강북에 있든 강남에 있든, 집은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이다. 우리 시대의 애물단지,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불가피하게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용헌의 백가기행』은 집에 대한 안목(眼目)이 느껴지는 책이다. 동북아를 두루 유랑하며 몸으로 체득한 저자의 감각과 사주, 풍수, 한의학을 아우르는 지력(智力)이 협업해서 이 책을 지어나간다. ‘백가기행(百家紀行)’이란 문자 그대로 100여 집을 기행한다는 것과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집단인 ‘제자백가(諸子百家)’를 기행한다는 뜻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 제목처럼 부산 달맞이고개의 다실, 나주 죽설헌, 진주 석가헌, 담양 방외한옥, 경주 교동 최씨 고택, 해남 대흥사 앞 유선여관, 전주 학인당, 서울 계동 낙고재 등 저자가 찾은 22집의 선정 기준은 평당 가격이 아니라 그곳을 사는 사람의 ‘사상’에 있다.

명당(明堂)에서 사는 것이 행복의 첩경이라는 저자의 소신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집에 대한 대부분의 책들이 건축을 주춧돌로 삼는 데 반해,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기(地氣)의 맛이 그득하다. 가내구원(家內救援), 위로와 휴식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는 한 줄의 전언을 위해 등장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같은 메시지를 전하되 동어반복으로 읽히지 않는다. 이러구러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내 집이 거한 터와 집안 곳곳을 눈으로 쓸어내리게 될 것이다. 집의 거죽에 쏠려 있는 허영을 돌아보았다면,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집을 꿈꾸었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다. 얼마 전 2권도 나왔으니 짝을 맞추는 것도 좋겠다. 북향임에도 불구하고 명당으로 손꼽히는 인촌 김성수 고택, 전남 구례의 명문 고택 운조루, 마음을 되찾는 집 가회동 심심헌, 깊은 산속에 자리한 다실 문경의 운달산방 등 집과 삶이 함께 숨 쉬는 16곳의 좋은 집이 새로 분양되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소개하련다. 충남 금산 외곽, 진악산이 마주 보이는 ‘금산주택’을 통해 집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작은 집 큰 생각』(임형남, 노은주)과 행복과 휴식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 있다고 중개해주는 『마음이 사는 집』(사라 수산카)을 권한다. 욕망이라는 거품을 뺀 집, 환경을 생각하는 집,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집, 인간적 규모의 삶을 발견하게 해주는 집을 보여주는 모델하우스와 같은 책들이다. 간만에 맛보는 집에 관한 제대로 된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저자의 진심을 의심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와 걱정스럽다. 2권 출간을 기념해 서울의 어느 대형 서점에서 열렸던 독자 초청 강연에 대한 평가가 유난히 박하다. 2시간 강의라는 당초 공지와 달리 20여 분 강의, 무성의한 질의응답, 정치인 뒷담화 등으로 이어진 저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난무한다. 요컨대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반응이 조금이라도 타당하다면, 저자는 다른 이의 집을 진술하기 전에 자신의 언어의 집이 진정성이라는 터에 거주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글이 절차탁마된 노회한 글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책에 따르면 ‘휴휴산방(休休山房)’이라 명명한 저자의 글방은 전남 장성의 편백나무 숲속에 자리한 15평짜리 소담한 황토 집이라고 한다.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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