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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
● ESSAY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시대다. “우리는 누구나 타자가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자아를 대출 받습니다”라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절묘한 비유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트위터의 RT를 통해 대출 한도를 초과한 지 오래다. 나 역시 SNS를 즐기는 편이다.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내게 이 공간은 ‘공짜’ 마케팅 도구다. 오프라인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지인 혹은 낯선 이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나누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공간에서의 소통이 수상쩍어졌다. 소셜 시대를 향한 의심을 품은 이 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글러스 러시코프(Douglas Rushkoff)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Program or be Programed)』가 그것이다. 프린스턴 대학과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 Arts)을 졸업한 러시코프는 미디어와 사회를 주제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는 사이버문화 이론가이다. 『사이버리아(Cyberia)』 『미디어 바이러스』 등의 저서는 물론 뉴스나 소문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유포된다는 ‘바이럴 미디어(Viral Media)’, 온라인상의 화제를 비유한 ‘소셜 화폐(Social Currency)’, 디지털 미디어에 능숙한 세대를 가리키는 ‘스크린에이저(Screenager)’ 등의 신조어가 그에게서 나왔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삶을 보는 21세기형 철학자이다.
러시코프는 지금의 사회를 고도로 프로그래밍된 세상으로 정의한다. 이 속에서 인간은 프로그램하거나 프로그램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선택은 이처럼 옹색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겨난다. 러시코프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반응하거나 우리의 의도와 정반대의 양상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로 인도하리라 믿었던 인터넷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단절시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촌 유목민들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여전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처럼 보인다. 알파벳, 활자 인쇄술, 라디오, 텔레비전 등 과거의 일대다 미디어와 달리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웹사이트,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우리에게 쓸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러시코프의 질문은 그래서 유효하다. 집중보다 산만을, 깊이 생각하기보다 무의식적 자동화를, 연민보다 무감각을 더 선호하는 네트워크화된 미래와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일시정지(pause) 버튼을 누르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과 일상, 심지어 우리 종(種)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봐야 할 때이다. 러시코프는 1960년대 문화연구자들이 ‘권력’이라는 열쇠말로 문화를 분석했듯이 네트워크라는 당대의 미디어가 소수의 테크노 엘리트, 즉 프로그래밍하는 자들에게 귀속되어 있다고 폭로한다. 정부 기구라는 권력을 선거를 통해 새 엘리트에 넘겨주면 되었던 과거와 달리, 우리의 집단통치기구를 기계 자체에 내줘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단순히 ‘디지털 불균형(digital divide)’이라는 공허한 수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시스템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채거나, 나아가 그 작동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권력을 거머쥔 기업들이 내놓는 새 장난감에 지갑을 열고, 시간이 지나 구식이 되어버린 장비를 버리고 신기술을 삶 속에 받아들이는 것을 행복의 기술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 디지털 미디어의 본질과 위험성을 경고한 저자가 제시한 소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10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24시간 접속 상태를 거부하라, 현실 세계의 진짜 경험에 몰두하라, 디지털 삶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디지털 세계는 진짜 세계를 대체하지 못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라, 익명성으로 숨지 말고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라, 가상 세계의 친구들을 이용하지 말라, 진실된 메시지가 더 널리 퍼진다, 공유하라 하지만 훔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하거나 프로그램되거나. 10가지도 너무 많다고. 그럼 하나만. 인터넷 접속을 끊고 스크린 밖으로 탈출하라!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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